퇴사자의 글쓰기
근속연수. 근로자가 한 기업체에서 근무한 기간을 말한다.
채용자와 구직자 간 탐색기에는 서로의 근속연수를 확인하기 마련이다.
채용자 입장에서는 얼마나 잦은 이직을 했는지(혹은 얼마나 한 직장에 진득하게 다녔고, 경험을 쌓을만한 기간이 됐는지) 구직자 입장에서는 이 회사는 취업 후 얼마나 오래 다닐만한 회사인지, 입사 후 얼마나 잦은 이탈이 있었는지 등을 판단하는 척도로 삼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첫 회사에 8년간 몸담은 이후로 점점 근속연수가 줄어들었다. 한 번 이직이 어렵다는 말이 맞나 보다. 공기업에서 정년퇴임을 하신 아버지는 딸의 이직 때마다 걱정스러운 듯 말씀하셨다. 회사를 선택할 때 너는 죽고 없더라도(?) 굳건하게 존재할 그런 튼튼한 회사로 가야 한다고.
아버지 세대,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는 맞는 말씀일지 모른다.
하지만 내가 경험한 세상은 조금 달랐다.
모든 것은 빠르게 변화하고, 그때마다 새로운 환경에 어떻게 적응해 나갈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경력이 쌓일수록 무거운 태도로 일관했다가는 도태되기 딱 좋은 세상이다. 최대한 가볍게, 열린 마음으로 사회에 녹아들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외국계 기업, 전형적인 한국 회사, 스타트업 등 다양한 형태의 조직을 두루 거쳐 보았지만 예외는 없었다.
첫 회사를 8년이나 다닐 수 있었던 이유를 묻는다면 물론 좋은 회사였기 때문에. 보다 구체적인 이유를 솔직하게 말하자면, "개인적인 변화가 휘몰아치던 시기 안정적인 직장을 박차고 나가긴 쉽지 않았다."라고 얘기한다.
대학 졸업-결혼-두 아이의 출산은 실로 엄청난 인생의 변곡점들이었다. 여기에 '사회인'으로서의 변화까지 거들지 않아도 나는 충분히 하루가 다른 삶을 살고 있었던 거다.
그렇다고 작정하고 시간을 끈 건 아니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도전하고 실패하고 나름 안간힘을 써 봤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을 뿐이다.
이직을 하고 싶은데 뜻대로 되지 않는 사람들도, 어떻게 첫 이직을 해볼까 하는 이이들도 너무 조급해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직도 다 때가 있더라. + 커리어상 정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면, 건강한 터닝포인트가 되겠다는 확신이 든다면 근속연수에 크게 연연해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 시점은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 가장 잘 판단할 거란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