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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민 #1. 인생 2막

Welcome to the United State

이 글은 2021년 9월에 작성되었습니다.


한국에서의 정신없던 4개월이 지나가고, 미국에 도착한 지 4일이 지났다. 생각보다 출국이 늦어진 이유는 변호사가 중간에 미적대면서 비자 인터뷰 예약이 늦어졌고, 예약 당시에는 이미 두 달치 인터뷰 슬랏이 꽉 차 있는 바람에 출국도 자연스레 밀리게 되었다. 인터뷰는 8월 중순에 진행하였는데, 한국인 직원이 1차적으로 서류를 검토하고, 이후 영사와 인터뷰를 진행하는 방식이었다. 주비자 소지자인 남편에게는 어떤 일을 하는지, 언제부터 근무했는지와 같은 기본적인 질문에 더불어, 전문성(speciality)에 대한 질문을 한참이나 물어봤다 (미국은 자국민 일자리 보호를 명목으로 전문성을 필요로 하지 않는 직종에 대해서는 외국인의 채용을 지양하고 있기 때문에, 취업 비자 취득을 위해서는 본인이 가지고 있는 독보적인 기술이나 전문성에 대한 어필이 필요하고, 마찬가지로 고용주의 경우에도 자국민 채용이 어려운 이유를 증명해야 한다). 혹시나 나에게 뭐라도 물어볼까 싶어 인터뷰 내내 내심 기대했지만, 역시나 깍두기 같은 존재에게는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았다. 머쓱 비자 승인 여부는 그 자리에서 바로 알 수 있었고, 비자가 부착된 여권은 다음날 아침에 택배로 수령하였다.


비자를 받고 나서부터는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정신없는 나날을 보낸 것 같다. 귀찮아서 백만 년은 미룬듯한 병원 진료부터, 영주권 신청 시 필요한 각종 예방접종, 계좌 정리, 퇴사처리까지.


자주 못 만났던 사람들도, 매일같이 보던 사람들도 이민을 명목으로 불러내곤 했는데, 내일이라도 또 볼 수 있는 사람들처럼 웃고 떠들다가도, 헤어질 때면 언제 다시 볼지 모르는 사람처럼 다들 덕담 한 마디씩 하는 바람에 코끝이 찡해지면서 이민이 새삼 실감 나곤 했다.


어쩌다 보니 20대의 끝에 갑작스럽게 낯선 곳에서 인생 2막을 시작하게 되었다. 입국하자마자 나를 반기는 거라곤 충격적인 8불짜리 공항 카트 사용료였지만 자본주의 맵다 매워, 입국심사 마지막에 심사관이 스탬프를 찍어주며 'Welcome to the United States'라고 하는 순간에는 어찌나 감격스럽던지. 이제 겨우 시작에 불과하고 꽤나 험난한 여정일지라도, 이날의 감격과 설렘은 영원히 간직해야지.


Welcome to the United Sta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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