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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색 Jun 06. 2021

우리 엄지공주 착하지?

동화 <<엄지공주>>: 착한아이 컴플렉스 극복을 통한 자아 발견의 이야기

모두에게 착한 사람이 되려고 하다 보니

 자신에게는 나쁜 사람이 되어버렸다.


엄지공주가 가장 빛나는 모습을 할 수 있었던 건, "싫어"라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꽃에서 태어난 작은 엄지공주는 끊임없이 자신이 원하지 않는 상황에 놓인다.

두꺼비 아저씨에게 납치되어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게 되고,

아들 두꺼비와 강제로 혼인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며,

부호 두더지에게 원치 않는 관심과 프로포즈를 받은 후,

들쥐 아주머니의 등쌀에 떠밀려 그 프로포즈를 마지못해 수락하게 된다.


이 모든 상황들 속에서 엄지공주는 아무런 반대의사나 불쾌함을 표하지 않는다.

분명히 혼란스럽고 화나고 속상했을 법하지만,

엄지공주는 그저 그 상황을 묵묵히 받아들이기만 한다.


이런 원치 않는 상황들을 친절한 이들의 도움으로 운좋게 벗어나 위기를 모면하지만,

이들이 도움을 줄 때마저 엄지공주는 수동적인 태도를 유지한다. 

그래서일까, 이 도움들은 엄지공주에게 닥친 문제를 일시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긴 하지만,

결국에 엄지공주는 또다른 원치 않는 상황 속으로 떠밀려 바보처럼 덩그러니 놓일 뿐이다.


하지만 엄지공주에게도 이런 수동성을 탈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두더지와 결혼해 햇빛이 일절 없는 땅굴 속에서 남은 평생을 살아야 하는 엄지공주에게,

본인을 지극정성으로 보살펴주고 치료해준 데에 고마움을 느낀 제비가

자신과 함께 따뜻한 남쪽나라로 함께 가지 않겠냐엄지공주에게 물어본 것이다.


그러나 엄지공주는, 자신을 두더지에게 소개시켜준 들쥐 아주머니의 마음이 상할까 걱정해 

자신도 남쪽나라를 가고 싶다는 걸 알면서도 제비의 제안을 아쉬운 마음으로 거절한다.


하지만 결국에 엄지공주는 깨닫는다.

조용하고 착하게 주어진 상황에 수긍하며 살다가는

영원한 어둠 속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을.


그래서 엄지공주는 스스로에게 말한다.

싫어. 이건 내가 원하는 게 아니야.


그리고 엄지공주는 제비와 함께 떠나 따뜻한 남쪽나라로 훨훨 날아간다. 

그곳에서 비로소 엄지공주는 꽃들의 여왕이 되어, 자신 본연의 아름다움을 반짝반짝 빛내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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