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동물 #1
마못은 다람쥐과 중 가장 큰 동물이다.
몽골 초원에 많이 산다.
해달, 비버와 닮은 게 무척 귀엽게 생겼다.
(해리포터에 나오는 피터 페디그루 아저씨도 닮았다.)
마못은 땅굴을 파고 들어가서 잘 안 나온다.
바깥에 천적이 너무 많아서다.
사람도 그 천적 중 하나다.
몽골인들의 마못 사냥법은 제법 특이하다.
우주인마냥 위아래로 새하얀 옷을 입고 수상한 깃털을 꽂은 모자를 쓴다.
손에는 흰 말의 꼬리나 야크털로 만든 막대기를 들고 흔든다.
그러면 마못은 사람을 동물로 착각한다.
호기심에 고개를 빼꼼 내밀고 두리번거리다 못이겨 결국 굴밖으로 나온다.
내가 마못을 처음 알게 된 건 <사랑의 블랙홀>이란 영화에서였다.
영화의 원제목은 'GROUNDHOG DAY'다.
마못, 즉 그라운드호그가 많이 살고있는 펜실베니아에서는 겨울잠에서 깨어난 마못이 보이기 시작하는 날을 성촉절(그라운드호그데이)로 여겨 봄의 시작으로 기념해온 전통이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칩같은 개념이랄까.
<사랑의 블랙홀>은 이 성촉절 행사날 처음 만나게 되는 남여의 이야기를 그린 로맨스코미디 영화다.
이렇게 귀엽고 기특한 동물이 몽골사람들에게 잡아먹히는 모습은 꽤나 잔인하다.
궁금한 사람은 유튜브에 마못 사냥이라고 검색하면 나오는 EBS 다큐멘터리를 보면 된다.
마못은 배가 갈라져 통째로 굽힌다. 몽골인들은 고기뿐 아니라 마못고기의 기름도 컵에 받아 꿀꺽꿀꺽 마신다.
초원의 싱싱한 풀을 먹고 자란 마못은 단백질이 귀한 몽골 사람들에게 최고의 별미라고 한다.
평생 햇빛도 별로 못보고 사는 마못의 마지막 순간이 너무 가슴이 아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