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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성 Sep 02. 2020

차만 타면 헐크로 변하는 사람들에 관하여

방송에서 연일 보복운전에 관하여 이야기를 한다. 사소한 이유로 다른 사람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는 사건들이 많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차만 타면 헐크로 변하는 사람들


평상시에 온순한 사람들도 차를 타면 슈퍼맨이 슈트를 입은 것처럼 막강 파워 울트라맨이 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차가 하나의 가면 역할을 해주기 때문에 평소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래서 그 사람의 있는 그대로의 성격을 려면 평소 운전하는 습관을 보라고 조언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래서 차를 자신과 동일시하는 사람일수록 보복운전을 할 확률이 높다. 차가 바로 자신이기 때문에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차는 자신을 가로막는 사람이 되며, 끼어드는 차는 자신의 이익을 가로채는 사람이며, 헤드라이트를 깜빡이는 차는 자신을 노려보는 사람이며, 경적을 울리는 차는 자신에게 소리를 치는 사람이기 때문에  복수를 하고 싶은 생각이 들게 된다.


하지만 차를 자신과 동일시하지 않았을 때는 끼어드는 차는 차선 변경을 위한 행위 일 뿐이고, 헤드라이트와 경적은 앞 운전자에게 신호를 보내는 행위이다. 운전 중  보내는 신호는 여러 가지가 있다. 뒤차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앞차에게 위험을 알리기 위해서 그리고 상대방 차로 인해 자신이 안전에 위협을 느꼈을 때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으로도 사용된다.


이렇게 차와 자신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사람들은 무작정 화를 내기보다는 무슨 상황인지 주변을 관찰하고 대응하게 된다. 즉 대부분은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그냥 운전 중 일어나는 행위로 받아들이고 넘어간다.


하지만 차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사람들은 자신을 무시했다고 생각하거나 공격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쉽게 넘어가지 못하고 공격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우리가 운전 시에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운전 중에 일어날 수 있는 행위들로 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경험한 사례가 있다.


아내와 지방으로 여행을 가기 위해 경부고속도로 1차선을 따라 운전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앞차와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면서 가고 있는데, 뒷 차가 갑자기 헤드라이터를 반복적으로 켰다 껐다 하는 것이었다.


나한테 속도를 내서 가지 않을 거면 비키라는 소리 같았다. 그래서 속도 계기판을 보니 120km에 앞차와의 간격도 적당한데, "여기에서 더 빨리 가라고!" 슬슬 짜증이 올라오려지만 속도를 조금 올려 보았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경적을 리면서 뒤를 바짝 쫓아오는 것이었다. 이래서 사람들이 보복운전을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X이 더러워서 피하지 무서워서 피하냐'라고 생각하면서 2차선으로 비켜주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2차선으로 따라와서 경적을 계속 울리는 게 아닌가? "뭐야, 진짜 한번 해보겠다는 건가"하고 짜증에서 이제는 슬슬 화가 치밀어 오르려고 했다. 가만히 옆에 앉아있던 아내도 "저 차 왜 그래"하고 짜증을 냈다. "그러게, 1차선에서 빨리 가지 않았다고 보복 운전하려는 것 같지"라고 이야기하는 순간 뒤차가 오른쪽 옆으로 다가와서 창문을 내리는 게 보였다.


그 순간 머릿속에는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참을 만큼 참았으니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 "같이 창문을 열어서 쌍욕을 해주어야 해" , "아니야 그래도 뭔 일인지 모르니 이야기는 들어보자" 이 두 가지 생각 중에  쌍욕을 하고 싶었지만 그래도 올라오는 감정을 한 번 꾹 참고 이야기했다.


 "왜, 그러세요!"  평상시에 이야기하는 어조로 가볍게 말했다. 그러자 상대방 운전자가 손으로 차 아래를 급하게 가리키면서 "바퀴요~뒷바퀴를 확인해보세요"라고 말하고는  조용히 가버렸다.


순간 나와 아내는 어안이 벙벙해 멍하니 서로를 쳐다보다가 급하게 차를 고속도로 갓길에 세웠다. 내려서 뒷바퀴를 찬찬히 보니 정말 오른쪽 바퀴가 펑크가 난 것이었다.


평소 운전 중에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

펑크 난 바퀴를 보자, 만약 뒷 차가 헤드라이트를 켜고 쫓아오면서 경적을 울린 거에 대하여, 나도 공격적으로 대응하고 창문을 열자마자 상대방 운전자에게 욕을 했다면 아마 그 운전자는 속으로 "사고가 나던지 말던지 알아서들 하셔"  하면서 그냥 갔을지 모른다.


사실 얼마나 고마운 분인가, 그냥 모른척하고 갈 수도 있는데   헤드라이트, 경적 등을 이용해서 위험 사실을 알리기 위해 수고스럽게 오랜 시간을 쫓아와주었던 것이다. 그분이 아니었으면 펑크 난 줄도 모르고 1차선에서 계속 고속으로 달렸으면 생각하기도 싫은 끔찍한 사고가 났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평소에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친절해야 한다는 것이다.  친절을 베풀면 친절이 돌아오고, 보복을 하면 보복이 돌아오는게 세상의 이치다. 배려하는 마음으로 운전을 한다면 누군가로부터 위험한 순간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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