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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Nov 25. 2022

오사카 가면 도쿄도 가고 싶잖아

우당탕탕 1주일 일본 살이 #4/오사카-도쿄 심야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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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다 제각각의 여행 팁이 있어요. 경치좋은 숙소에서 조용히 쉬며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생경한 풍경의 시골에서 그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불편함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아니면 그곳의 도시에서 즐길 수 있는 재미거리들을 찾아다니는 사람들도 있겠죠. 모두 각각 즐거움이 있겠지만 제가 좋아하는건 후자. 전 그 나라의 도시와,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유흥가를 정말 좋아합니다. 그나라 국민들의 ‘찐’ Life를 살짝 훔쳐볼 수 있거든요. 그래서, 일본서 제일 좋아하는 곳은 당연히 도쿄입니다. 


1주일동안 일본에서 살기로 한 만큼, 도쿄는 무조건 들러야죠. 그런데 오사카에서 도쿄까지는 도로로560km… 이걸 버스로 가면  한 7~8시간 걸려서 시간이 너무 아깝고, 우리나라의 KTX 같은 ‘신칸센’으로 가면 두 세시간이면 뚝딱이지만 편도에 15만 원쯤… 간사이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면 몇 천엔 짜리 비행기도 있다지만 공항 왕복하는데 시간이며 돈이며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요. 여행을 떠나기 전 이래저래 검색을 해보다 문득 눈에 들어온 네 글자, ‘심야버스’!


일본도 당연히 전국 각지를 잇는 고속버스가 있어요. 교통비 비싸기로 유명한 일본이지만 고속버스 요금은 생각보다 비싸지 않아요. 문제는 시간이죠. 거리가 거리인 만큼 오사카에서 도쿄까지 버스로 이동하려면 7~8시간 정도 걸립니다. 그런데, 이리저리 검색하다 보니 일본에도 ‘Night Express’가 있더라고요. 뭐, 심야버스 같은건데요. 이건 밤새도록 달려 아침에 목적지에 도착하는 버스랍니다. 인도나 태국에서는 타봤는데 일본은 처음이라, ‘선진국의 심야 버스는 어떨지 궁금하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자면서 새벽에 이동하니 여행에서 가장 귀중한 ‘시간’을 버리지 않아도 되잖아요.


원래 특별한 계획을 세우진 않지만, 이렇게 굵직굵직한건 그래도 미리미리 해놔야죠. 처음 눈에 들어온건 ‘Dream Sleeper’라는, 일명 고속버스계의 퍼스트클래스가 눈에 띕니다. 한 차에 자리가 고작 11개 뿐이라는데… 그런데 이건 요금이 18만원이라 너무 비싸네요! 이래저래 알아보다 보니 ‘사쿠라 익스프레스’라는 이름부터 핑크핑크한 회사의 버스가 제일 싸군요. 가격은 5,800엔? 서울에서 부산 정도의 거리에 심야버스이니 괜찮은 편이에요. 

생각보다 오사카, 좋잖아?’에서 이야기한 대로, 오사카 여기저기를 싸돌아다니며 거나하게 한잔 한 후 사쿠라 익스프레스 Night Express를 타러 지정 장소인 난바 역으로 향했습니다. 도착하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버스를 기다리고있고… 밤새 가려면 배가 고프고 할테니 카레 고로케와 샌드위치, 콜라도 편의점에서 사서 차에 들어가려는데 기사가 뭐라고 뭐라고 계속 일본말을 하며 편의점 봉지를 보며 손사래를 쳐댑디다. 대강 눈치보며 통빡을 굴리니 이렇게 말 하는 것 같더라고요. 


차내에서 음식을 먹지 마세요!


아… 좁은 차에 다닥다닥 모여 장시간을 가야 하니 뭐 그럴 수도 있지… 얼른 고로케를 입에 쑤셔넣고 내 자리를 살펴봅니다. 

일단 가장 눈에 띄는건 자리와자리를 가르는 커튼. 요런 식으로 프라이버시를 지켜주는구나. 나는 창가 자리였는데, 오른 다리 아랫쪽에는 110v 전원 콘센트가 있어서 충전기를 연결하거나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위치가 영 불편하네… 차가 떠나기 10분 전. 잠시 친한 누나에게 전화와 와 통화를 하고 있으니 또다시 기사가 와서 일본말로 뭐라뭐라 한다. 


차안에서 시끄럽게 통화하지 마세요!


무슨 무슨 구다사이로 끝나는걸 보니, 대강 이렇게 말한거겠지? 금방 차가 출발하더니 오사카 시내를 관통해 교토를 거쳐 고속도로로 향합니다. 나처럼 오사카를 둘러보기 싫은 사람은 애초에 교토에서 Night Express를 예약해 가는 게 더 편할지도 모른다. 어느 회사건 도쿄로 향하는 Night Express는 교토를 거쳐가거든. 커튼으로 공간도 구분되어 있고 일본사람들도 워낙 조용조용 합니다. 아, 심야버스는 딴 짓 하지말고 그냥 닥치고 자라는거구나.  보니 어느새 까무룩 잠이 들었습니다.


「つちやま」 休憩所です。 '12'時 ‘45'分まで来てください。

일본어 블라블라 멘트를 대강 들어보니, 12시 45분까지 돌아오라는 소리같아요. 방송 소리에 일어나 눈을 뜨니 ‘土山 SA’라는 간판이 보이고. SA(Service Area)의 약자로 흔히 이야기하는 고속도로 휴게소인가봅니다. 

잠이 덜깨 두리번 거리다보니, 여기도 우동이 있네? 그럼 먹어봐야지! 그런데 멍때리다보니 버스에 지갑을 놓고 오고… 후다다닥 돈을 챙겨 우동을 사먹고 돌아오니 딱 45분. 그런데 기사가 엄청 뭐라고 합니다. 좀 화가 난거 같아서 그냥 쓰미마센 연발하고 자리에 앉아서 생각하자니, 12시 45분에 올테니 늦지 않게 준비하라는 말이었겠지 싶더라고요. 

다시 버스가 출발하고 잠이 잘 안와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려 해도, 창문이 다 막혀있다보니 할 수 있는 것은 자는 것밖에… 그렇게 자다깨다 하다보니 어느새 6:30분, 신주쿠 버스터미널에 도착했습니다. 

어디나 그렇듯, 이른 아침에는 달래 할 일이 없죠. 게다가 숙소도 체크인이 세 시라 일단 짐을 맡기고 나왔는데, 너무 졸리고 갈 데도 마땅지 않아요. 어디, 한 번 사우나를 찾아볼까나.

구글맵에 ‘Spa’라고 검색하니 몇 군데가 나옵니다. 보통 숙박업소와 겸업하는데 아닌 곳도 제법 있더라고요. 가서 발닦고 잠이나 자야지. 한국처럼 한 번 들어가면 하루종일 있을 수는 없고요. 보통 3시간에 1,200

엔 정도 가격이면 욕실과 수면실을 쓸 수 있어요. 뭐 욕실은 그냥 한국 목욕탕과 비슷해요. 그런데, 다들 작은 수건으로 중요 부위는 가리고 다니더라는.


하지만 수면실은 좀 다릅니다. 역시 일본, 서로에게 방해되지 않도록 칸막이를 쳐놨더라고요. 덕분에 저도 두 시간 정도 푹 자고 나올 수 있었어요. 그래도 아직 10시가 안됐네. 숙소 체크인도 5시간도 넘게 남았고... 이제 어디라도 좀 돌아다녀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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