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1주일 일본 살이 #5
이전글 보기: 우당탕탕 1주일 일본 살이 #4 - 오사카 가면 도쿄도 가고 싶잖아/심야버스 일주
잠시 사우나에서 눈을 붙이고 돌아다니는 신주쿠. 무작정 도쿄로 넘어온지라 일단 익숙한 지역으로 여기저기 돌아다녀 보기로 했습니다. 토요일 오전에서 오후로 넘어가는 시간, 신주쿠 부근 구석 중식당에 들어가 아무거나 시키니 익숙한 고추잡채 같은 게 나옵니다. 기분이다! 맥주도 한 잔 하니 컨디션이 확 살아납니다.
내친김에 처음 ‘일본의 정취’를 느껴본 가부키초로 향해봅니다. 편견일까요? 뭔가 좀 도시가 늙었다?는 느낌이 문득 들더라고요. 예전보다 덜 깔끔한 것 같기도 하고, 좀 뭔가 꾀죄죄하달까? 아무래도 도착한 날짜가 토요일 새벽이라 그런지 아직도 여기저기 술꾼들이 남아있더라고요. 일단 점심에 맥주 한 잔 걸치고 돌아다니다 아무래도 밤샘 버스에 몸이 피곤하기도 하고 체크인 시간도 되어서 숙소로 컴백.
도쿄 첫 날과 둘째 날은 가부키초 한복판에 있는 ‘Book & Bed Tokyo’에서 묵었어요. 결론적으로 이곳은 흔히 이야기하는 ‘Bed and Breakfast’처럼 샤워와 간단한 침대를 제공하는 곳인데요. 좀 다른 점이 있다면, 이름대로 작은 도서관을 겸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캡슐 형태의 침실이 서가 한가운데 벌집처럼 박혀있어요. 하루 종일 책을 읽다가 책 한가운데서 잠들 수 있다는 콘셉트죠. 물론 외국인인 제 입장에서는 죄다 일본어 책이라 이걸 읽거나 할 수는 없었지만 사진집 같은 것도 꽤 많아서 뒤적여보는 재미가 쏠쏠하더라고요. 이곳은 별도 포스팅으로 소개햐야겠어요. 여기서 잠시 눈을 부친 후 본격적으로 도쿄의 밤을 즐기러 컴백. 오늘의 첫 목적지는 ‘신오쿠보’입니다.
신오쿠보를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도쿄의 ’코리아 타운’입니다. 1990년대 중반 한국인들과 유학생들이 모여 살기 시작한 한적한 동네가 한류 바람을 타고 K-Pop 아이돌 문화의 성지가 되면서, 이제는 주말과 공휴일만 되면 일본인들로 바글거리는 번화가 되었어요. ‘호식이 두마리 치킨’ 같은 한국 프랜차이즈도 여러 개 보이고, 그러나 저는 매번 가는 곳으로 향합니다.
처음 도쿄로 여행와 얼떨결에 들렀던 신오쿠보 한복판의 ‘かぶらや’(카부라야). 어쩌다보니 가게 사장과 호주인 여행객 셋이 어울려 밤새도록 술을 마시며 친해졌고, 이후 도쿄에 들를 때마다 카부라야에 들렀다. 주인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카부라야로… 그런데, 간판이 다르네? 그래도 이왕 온 김에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펴봤습니다.
소, 닭 등 다양한 꼬치와 이런 저런 메뉴는 그대로. 내가 좋아하던 미소 호루몬 조림도 건재합니다. 생맥주 기계도 그대로고요. 맥주를 시켜놓고 요런조런 옛 생각 하며 마시다 일하는 분에게 물어보니, 코로나 기간에 ‘카부라야’ 프랜차이즈가 도산하면서 이전 사장 타쿠마상은 아버지 일을 이어받으러 고향 사이타마 현으로 돌아갔다고 해요.
프랜차이즈는 끝났지만 가게는 다른 청년 사장이 이어 계속 하고 있다는데, 자주 먹던 몇 가지 메뉴를 먹어보니 맛도 비슷하게 유지하고 있는지 입에 짝짝 붙고 괜찮더라고요.
시간이 지나 가게 앞 다치노미에 자리가 나서 약간은 쌀쌀하지만 거기서 홀짝홀짝 따스한 니혼슈를 홀짝이고 있었어요. 그런데 잘생긴 일본 청년이 제 카메라 SONY RX-1MkIII를 보고는 말을 걸어왔습니다. 도쿄에서 활동하는 포토그래퍼 ‘사토’ 상은 밴드의 드러머이자, 뮤지션들과 함께 협업하며 이런저런 사진작업을 하고 있다 하더라고요. 마침 제가 좋아하는 일본 밴드 ‘Winking Owls’의 앨범 표지도 사토 상이 찍었다고. 자신은 아버님이 물려주신 미놀타 렌즈와 SONY RF 풀프레임을 쓰고 있다며 집까지 뛰어가서 그걸 가져오더군요.
공통점이 확실해서일까요? 둘이 서로 카메라를 바꿔가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시간은 9시. 사토 상과 서로 인스타 아이디를 교환하고 숙소인 신주쿠 가부키초로 발을 돌렸습니다. 이제 다른데도 좀 돌아다녀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