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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일 Apr 25. 2021

단어의 진상 #66

너는 너의 색깔

나는 나의 색깔     


너는 너의 소리

나는 나의 소리 

    

검거나 희거나

크거나 작거나   

  

문제는

하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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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단어의 진상> 피아노     


단지 두 가지 색깔, 흑과 백.

피아노의 건반은 단순하다. 그러나 강렬하다.

너무나 극단적인 두 가지 색깔이 만들어내는 부드럽고(piano)도 강한(forte) 소리의 하모니는 우리의 심장을 뛰게 한다.     


다양성이 강조되는 사회. 

하지만 그만큼 현실은 다양하지 못하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사회.

오직 흑과 백. 이것 아니면 저것. 우리 아니면 남. 

복잡하고 미묘한 상황과 현상을 기가 막히게 둘로 나눠버리는 매직.     


진보냐 보수냐, 여혐이냐 남혐이냐, 보존이냐 개발이냐 등등에서부터

낙태, 성소수자, 안락사, 반려동물 문제 등등을 지나 

부먹이냐 찍먹이냐에 이르기까지 사회의 모든 문제가 정확하게 둘로 갈라진 사회.

하다못해 온갖 여론조사도 찬성이냐 반대냐를 묻고

기껏 제3의 의견이라고는 ‘모르겠다’ 정도인 게 현실.

진짜 ‘모를’ 세상이다.     


세상이 좀처럼 안 변하듯이 사람도 쉽게 안 변한다.

아무리 언변이 뛰어나더라도 몇 시간의 설득으로 보수가 진보가 되고, 

기독교 신자가 불교에 귀의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흑이 백이 되지도 못하고 백이 흑이 되지도 못하고

노랗고 빨갛고 파랗게, 알록달록해지기는 애초에 글렀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세상이 흑백으로만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도저히 변할 수도 없고 변하게 할 수도 없다 하더라도

서로의 색깔을 인정하고 서로의 소리를 이해하다 보면

그래서 주거니 받거니 어우러지다 보면 어느새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도 못한 엄청난 선율이 흘러나오기 시작할 것이다.     


하모니는 결코 혼자서는 만들어 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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