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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노마드 함혜리 Sep 23. 2024

추천 전시] 융합적 스토리텔러 김아영 개인전

《ACC 미래상 2024: 김아영 – 딜리버리 댄서의 선: 인버스》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에서 가장 큰 규모인 복합전시 1관에 들어서면 마치 멀티플렉스 영화관에  들어온 든 영상과 소리가 가득하다. SF적이면서도 디스토피아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영상을 보다 보면 이곳이 혹시 미래의 언젠가, 어딘가에 존재하는 세상의 평행세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거대한 공간을 채운 영상(3 채널 비디오, 2 채널 사운드) 그리고 조명설치와 해시계조형물 등 공간을 적절하게 채운 압도적인 스케일에서 작가의 저력이 느껴진다.  

혁신적인 미래 가치와 가능성을 확장시킨 창조적 예술가를 발굴하기 위해 만든 융·복합 예술 수상제도 ‘ACC 미래상’의 첫 수상자 김아영의 개인전 《ACC 미래상 2024: 김아영 – 딜리버리 댄서의 선: 인버스》가 광주광역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복합전시 1관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 8월 30일 시작해 2025년 2월 16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 김아영은 게임엔진 기반의 컴퓨터 그래픽 영상,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한 다채널 영상과 설치로 구성된 대규모 신작 〈딜리버리 댄서의 선: 인버스〉(2024)를 선보이고 있다.

2023년 프리 아르스 일렉트로니카의 뉴 애니메이션 아트 부분에서 한국인 최초로 골든 니카상을 수상한 김아영의 〈딜리버리 댄서의 구〉(2022)의 후속작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에서는 두 주인공, ‘에른스트 모’와 ‘앤 스톰’이 미래의 가상 도시에서 등장한다. 에른스트 모는 우연히 소멸된 것으로 알려진 과거의 시간관이 담긴 유물들을 배달하게 되면서 갈등과 충돌의 세계로 파고든다. 복잡하게 얽힌 시공간 상황, 공고한 세계에 균열을 내기 위한 시도와 실패 속에 관계가 지속되는 두 주인공의 운명은 보편타당하게 여기는 시간, 공간, 역사가 어쩌면 당연한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의심의 감각을 일깨워준다.  

김아영은 광범위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과 허구, 기록과 재현, 역사적 사건에서 비롯된 동시대의 문제와 그 관계에 대해 사회, 문화, 정치, 경제 등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탐구해 왔다. 특히 2017년 이후 이주, 자본주의, 국가 이데올로기와 같은 거시적 서사를 고고학, 미래주의, SF적 상상력이 지배하는 혼합적이고 중첩적인 사변(思辨) 서사로 재구성하는 독특한 작업세계를 구축하며 국내외 미술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김아영은 이번 전시에서 서구 근대화 과정에서 사라진 수많은 전통 역법(曆法)과 시간관에 주목한다. 각 문화권에는 그에 맞게 개발된 다양한 시간관과 달력이 존재했지만 오늘날 전 세계는 그레고리력을 표준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이는 제국주의와 정치권력의 상호작용과 관계한다. 작품은 서구 근대화 이후 사라져 간 여러 문화권의 전통 우주관과 시간체계를 소환하며 이를 현대미술의 내러티브로 복원하려는 시도를 담고 있다. 작가는 우주적 시간의 흐름 속에서 전통과 현대성을 결합하고 수많은 근대성이 충돌하고 부서지며 다시 전유하는 상상의 미래를 펼쳐낸다.

김아영은 이번 작품을 통해 시간성의 감각적 변환을 위해 비서구 문화권의 문명 도상들을 참고하여 진행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인공지능과 협력하여 이야기 속 역법들의 도상들을 제작했다. 작가의 사변 서사에서 출발한 인공지능 시스템의 연산결과는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미래를 포함한다. 작품 제목에서 ‘선(Arc)’과 ‘인버스(Inverse)’는 시간의 변환을 통해 시공간이 연결되는 관계를 암시한다.

폭주하는 신자유주의와 플랫폼 노동이라는 현실을 배경으로 우발적 사고로서의 가능 세계를 다루는 사변적 픽션인 〈딜리버리 댄서의 구〉는 전 세계적으로 호평을 받으며 후속작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후속작의 다른 버전인 〈딜리버리 댄서의 선: 0°의 리시버〉(2024)는 호주, 멜버른에 위치한 호주국립영상미술관 ACMI(Australian Centre for the Moving Image) 개인전에서 공개되어 2026년 1월 2일까지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에 공개되는 두 신작은 평행 세계관 속에서 탈구된 시공간에 대한 상상과 근대화를 둘러싼 국가, 정치, 종교 간의 문화적, 역사적 권력관계를 야기한다. 이러한 작가의 접근 방식은 이주, 자본주의, 국가 이데올로기 같은 거시적 서사를 고고학적 접근, 미래주의적 상상력, SF적 상상을 결합한 혼합적이고 중첩적인 사변서사로 재편성하여, 관객들에게 깊은 사유와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김아영은 호주 퍼스에 위치한 서호주 미술관 (The Art Gallery of Western Australia (AGWA))에서 12월 8일까지 이어지는 그룹전 《Me, Also Me》에도 참여 중이다. 이번 전시는 김아영의 〈딜리버리 댄서의 구〉(2022)와 〈다시 돌아온 저녁 피크 타임〉(2022)을 비롯한 AGWA의 소장품들을 중심으로 SNS에서 널리 유포되고 있는 밈 ‘Me: X, Also me: Y’과 비슷한 논리를 포용하는 작품들을 소개한다.

시각예술가이자 미디어 아티스트 김아영은 영상, 사운드, 퍼포먼스, 소설, 텍스트 등 다양한 매체의 경계를 넘나들며 전방위적으로 활동하며, 역사·시대·지정학과 같은 불가항력에 저항하거나 그로부터 빗나가고 이탈하는 존재와 사건들에 대해 작업해 왔다. 작가는 이들의 중간적이거나 모호한 상태에 관심을 가지며 혼성적 이야기로 현실을 재구축하며 광범위한 사변의 결과물들을 합성한다. 그의 이야기는 지정학·신화의 파편·테크놀로지·미래적 도상을 종횡해 생명정치와 국경 통제, 광물의 기억, 가상 메모리, 고대의 기원 및 임박한 미래를 연결하며 혼합하고, 사변적 시간을 소환해 현재 속으로 침투한다. 현실을 재조명하고 미래를 모색하기 위해 합성된 김아영의 이야기는 영상·무빙 이미지·소닉 픽션·VR·게임 시뮬레이션·다이어그램·텍스트 등으로 구현된 후 전시· 퍼포먼스·공연·출판의 형태로 발표되어 왔다.


이 글은 컬처램프에서 좀더 자세히 보실 수 있습니다.

http://www.culturelamp.kr/news/articleView.html?idxno=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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