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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쓰는맘 Oct 28. 2020

안동이야기 (3)도산서원을 아십니까

도산서원 앞자락에 들어선
해설사님은
우물앞에 서셨다.
아이들은 우물을 본적이 없어

신기방기한 얼굴이었다.
내가 어릴적 본 동그란 우물이 아니라
정말로 우물정 자로 만들어진 우물은 뚜껑이 없이
내부를 훤히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우물의 이름은 열정(洌井).
역경의 ‘정렬한천식’에서 의미를 땄다는 열정은 우리가 알고 있는 熱情(열정)이 아닌
무궁한 지식의 샘물을

두레박으로 하나하나 퍼내 마시듯
자신의 부단한 노력으로 심신을 수양해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고 한다.
“예전에는 이사를 가면
우리 한옥은 기둥도 가져갈 수가 있었데요.
그런데 이 우물은 이사를 가도 옮길 수가 없어요
물을 퍼내도 계속 물이 나오구요.
그래서 이사온 사람에게도

그 자리에서 물을 내어주는 거죠.
이황 선생은 우물처럼 지식을 퍼내고 퍼내서
모두에게 나눠주는 그런 뜻을 담고 있엇나봐요.
그래서 뚜껑도 덮지 않고 지나가는 모든 이들이
우물물을 먹을 수 있도록 하라고 하셨데요.
지식도 함께 나눠줄 수 있는

그런 삶을 살려고 하셨나봐요.“
참으로 노블리스 오블리제다.
고급스러운 나눔.
재산을 나누고 먹을 것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내 지식과 학식을
고향의 후학들에게 나누는 삶.
그의 노블리스 오블리제에 가슴 한켠이 먹먹해진다.

우물 하나에도 의미를 담은 ‘열정’을 지나
도산서원으로 들어서면
오른쪽에는 서당이, 왼쪽에는 학생들이 기거하는 기숙사를 볼 수 있다.
흔히들 도산서원을

퇴계 이황선생이 지은 것으로 생각하지만
퇴계 이황은 은퇴후 고향으로 돌아와 서당을 지었다.

서당은 대학에 가기전의 학생들을 가르친 곳이니
어린 학생들이 왔을텐데
이 도산서당의 현판을

퇴계 이황이 직접 썼다고 한다.
그런데 이 현판이

자세히 보면 산 모양을 형상화 하고
書(서)의 날일 가운데 획은 새 모양으로 해뒀다.
해설사님은
“작은 아이들이 그때도 명망이 높은 퇴계이황선생님에게 공부를 배우러왔어요.
서당에 들어오면 얼마나 무섭고 긴장이 되겠습니까.
그런데 서당에 들어와 처음 보는 서당이름에
산도 있고 새도 있어요.
‘아 우리 선생님 별로 안 무섭겠다’하고
마음을 놓으라고 일부러 이렇게 한 건 아닐까요.“

해설사 분의 말에 마음이 녹아든다.
낙향 후 고향에서 후학을 가르치고 싶어했던
대유학자는
우물물도 배움도 나누려고 마음을 먹었나 보다.
‘낮은데로 임하소서’
어린학생들을 한없이 굽어 살핀

그의 진심이 느껴진다.

서당 왼쪽으로 자리한 기숙사에 가면
그 건축의 멋스러움에 새삼 놀란다.
퇴계 이황이 모두 직접 지었다는

도산서당의 건물들은
소박하면서도 멋을 담고 있다.
학생들이 기거한

기숙사 ‘농운정사’는 퇴계 이황이 직접
설계도를 그렸다고 한다.
H형태, 한자의 工(공)을 옆으로 늬운 형태로 지어진
기숙사는 공부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창문의 생김새
문옆으로 나 있는 양쪽의 창문은
한자 中(중)을 뜻한다고 하니
문을 열고 들고 나면서도
中度(중도)를 지키는 삶을 되새기라 했다는
퇴계이황의 천재성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창문 하나에도 건물 하나에도
학자의 도리와 유학의 개념을 새겨놓은
퇴계이황의 안목이 해설사님의 입을 통해 전해진다.

위대한 스승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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