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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쓰는맘 Apr 29. 2020

영어 병신 아들의 미국말정복기 1

병신이야? mouse 를 읽고 found를 왜 못읽어?


0.5초의 찰라이 선택이다. 욕이 나을까 머리끄덩이를 잡을까.

그래. 오늘은 욕이다.

욕지거리가 날아가고 나니 속이 후련하다. 오늘 회사에서 쌓인 분노가 날아가는 기분과 동시에. 왜 그것을 여기서. 라는 순간의 죄책감은 영어책에 새겨 있는 왕초보를 보는 순간 사라진다.

병신!!! 에 놀란 아이가. 후두두둑 눈물을 떨어뜨리기 시작한다.

국민학교 3학년인가. 처음으로 계주선수가 된 운동회날. 모두의 시선을 받으며 한껏 운동장을 가로지르기로 하고 목 아래 몇 센티 안 자란 단발머리를 힘껏 잡아당겨 양갈래로 다부지게 묶은 그날. 마른하늘에 비가 왔다.
후두두둑. 그렇게 왔다. 운동장 가상 자리의 수돗가 지붕에 비가 후두두둑. 그렇게 떨어졌다. 양은냄비에 굵은 물줄기 떨어지는 소리처럼.
그때 그 후두둑 처럼 아이가 운다.

마른 하늘에 비처럼.

여기서 약해지면 안된다. 그러면 나는 아이가 영어를 못해서 화를 낸 게 아니라. 영어를 십수년 동안 하고도 이렇다 할 말을 못 꺼내는 내 병신영어에 화를 내는게 되는 거다.

나는 오늘. 파닉스를 각기다른 학원에서. 세번. 정확히 뭔문화원과. 뭔놀이영어 유명하다는 그 뭔선생 파닉스를 거치면서도. found을 읽지
못하는 이 아이를 단죄할 것이다.

“found found 몇번 말해. 병신이야! 귀가 없어. 머리가 없어. 영어에 몇년을. 얼마를 쏟아 부은거야. 응응?”

곧 아이를 낚아채 내다 꽃을 마약반 형사처럼 으르렁 거리니
아이가. 후두둑 눈물을 쏟으며. 말한다.

“저 영어를 못해요. 모르겠어요. 정말로 모르겠어요”

아니! 넌 모르지 않아. 오늘부터 알게될거야.

이쯤되니 오기가 오른다  오늘 나는 이 아이를 잡는다


영어는 정복하기 힘드니 12살 아이를 정복해 보리다  


onceupon a time, a little red hens...


분명 초등1학년 단계라는데 엄청나게 빠른 속도다.
영어 읽는 속도가 CNN급이다.


아이가 못 따라하는게 당연하지만 6년의 시간동안 뭔선생에 뭔킨즈에, 이름만 대면 아는 문화원까지 보냈었는데
이걸 왜 못읽나 이젠 눈물이 난다.
아이의 영특하지 못함에 화나고 지나간 세월이 아깝고
이제..점점 나아가더니 ‘왜 우리아이는 똑똑하지 못할까’
‘가난을 물려받으려나’
‘적어도 나보단 나아야지’

onceupon a time, a little red hens...
다시, 다시, 다시
마음에 들때까지 읽으라고 하면서 이 문장만 80번째 읽고 있다.
아이는 너무 울어 어깨가 들썩이다 못해 온몸을 떤다.
지지말자. 여기서 지면 이 아이는 가난을 물려받는다.
말도 안되는 오기가 발동하면서 결국
두시간 동안 그 책을 몽땅 읽었다.
이 한권에 대해서는 유창한 책읽기가 가능해졌다.
나는 영어책 한권 리딩을 얻었고,
9살 영알못 둘째까지 흥얼거리며 영어책을 따라 읽는 기적을 얻었다.

그리고 내 아이는 상처와, 영어에 대한 증오,
나와의 멀어진 거리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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