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두리에서 치열하게 일하고 아이를 키우는 어느 워킹맘의 이야기
삼류, 일류...
제일 싫어하는 분류지만, 어쩔 수 없이 이런 분류로 나를 나누자면 나는 굳이 '일류'는 아니다.
그렇다고 이류라고 하기에는 아깝게 일류에서 낙망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류라고 볼 수도 없다.
그렇다면 세상의 잣대로 나는 삼류에 속한다.
친정아버지의 친구들과의 자리에 내가 찾아간 일이 있드랬다.
"아 그 무슨 신문기자라는 딸인갑네. 그 뭐 동*일보라 켔는가"
아니라고 내 신문의 이름을 말하려는 순간 아버지는 나를 잡아당기며
"내 먼저 간다"
그 자리를 빠져나오셨다.
"아빠 왜 그렇게 말했어"
정색하는 나와 달리 아버지는 얼버무리시며
"신문 이름이 기억이 안나가.."
라고 말씀하셨다.
그때 정확히 느꼈다. 나는 삼류구나.
그런데도 불구하고 나는 내 직업이 매우 자랑스럽다.
38년간 농업의 지킴이로 농업인들의 권익을 대변해 온 내 신문사가 몹시도 자랑스럽다. 그럼에도 나는 아이들에게도 신문사 이름을 명확히 말하지는 않는다.
아마도 나도 '신문 이름이 기억이 안나서'일지도 모른다.
2013년 11월 서울의 한 호텔에서 유럽연합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유럽연합 홍보 기자간담회에 온 기자들은 대부분 유럽 식품에 대해 묻고 장점을 묻고. 로이터 통신에서 온 기자가 통역가도 못 따라가는 원어로 질문을 하고 이름만 대면 아는 기자들이 질문을 했다.
"농업전문지의 안희경기잡니다. 유일하게 제가 전문지 기자같은데요. 불편한 질문좀 해야겠습니다. 유럽도 쿼터가 폐지되고 낙농가들의 경영상황이 좋지 못하다고 하더군요. 이렇게 홍보를 하는 건 한국을 타겟 시장으로 삼고 내수 시장의 불균형을 수출로 풀어 수급균형을 이루겠다는 건 아닌지 궁금하네요. "
바빠지는 기자들의 타자소리. 당황한 유럽연합측 인사. 나는 이런 순간을 좋아한다.
비록 나는 이름만 대면 아는 신문의 기자는 아니지만. 낙농가들의 목숨을 건 투쟁의 현장에 fta 반대를 외치며 브뤼셀에서 울부짖던 농가들과 함께 해왔다. 그리고 나는 내가 그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고. 우리나라 농업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 농업에서도 축산을 담당하고 있다.
명함을 내밀면 이 업계가 아닌 대부분의 사람은 신문이름을 되뇌인다.
그리고 신문이름아래 내 팀명에 주목한다.
축산팀.
지인들 중에 대부분은 내가 고기를 좋아해서 더 잘 먹어보려고 이 팀에 들어온 줄 안다.
뭐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나는 고기를, 가축을 13년간 알아왔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말은 '수입쇠고기'고, 제일 좋아하는 말은 '신토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