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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쓰는맘 May 05. 2020

누구나 인생에 한번쯤은 있는 드라마

만년 꼴지이던 아이가 극적인 반전을 맞이하면서 성공하는 이야기면 좋겠지만

그런 드라마들이 있다  

그런 영화도 있다  


만년 꼴지를 도맡던 운동팀이 혹은 선수가

실패하고 포기하려다가 다시 일어나

성공하는 흔하디 흔한데 진짜 인생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이야기


나의 아이에게도 한번쯤은 그런 드라마가 있기를


그런데 내 아이의 현실은

몹시도 혹독했다  


노력하고 노력하고 노력해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 이야기

그래서 일반인들의 삶은 드라마로 만들어지지 않는모양이다  



아이가 4살 무렵이었나  

워킹맘이어서 동네에 아는 사람 없던 나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종일 어린이집에 있는

아이에게 늘 미안했다  

고단한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내몸에게도 미안한 하루였지만  

아이에게 미안해서  더욱 고단한 삶을 자처하며

피폐해지고 있었다  


그무렵  아이에게 늘 미안했던  아이아빠는

나름의 방편으로  아이와 놀아주고 싶어

밤마다 아이를 데리고 동네를 뛰어다녔다

첫 아이에게 늘 그렇듯 어찌해야 할지

모른 우리는  뛰고 아이가 헐떡꺼리고

숨차하며 까르르 웃는 것을 보려고

밤마다 뛰어다녔다  


그무렵  아이가 낡은 건물에서 흘러나오는

피아노 소리에 가던길을 멈추고  

일층에 이삿짐센터가 있고  이층에는 교회옆에

붙어있는 피아노학원 계단에  올라가자고 아빠를

잡아당겼다고 한다


피아노 학원 계단에서  피아노 소리를

수십분 동안 듣고

“이제 됐어” 라고 몇번을 반복했다는 이야기에

호르비츠가 탄생했구나  

음악을 사랑하는 천재로구나

우리는 감동했다  


이렇게 흘러 아이가 피아노 학원에 홀로 가고

감동한 선생님이 아이의 천재성을 발견하는 이야기

그건 어디까지 영화에나

있는 이야기고

내 아이는 그렇게 음악을 사랑하지만

학교가기 전까지 한글을 제대로 못 떼고

한글을 떼야 들어올수 있다는 피아노 학원에

문턱을 넘지 못하고

치열한 취업전선처럼 한글능력증을 구비하고

8세에 피아노를 시작했다  


피아노를 시작하고서는 더더욱 드라마가 없었다

남보다 진도가 느린아이

연습을 많이 하는데 늘지 않는 아이

손가락만 긴 아이


그리고 아이는 그 흔한 결석 없이

피아노 학원을 매일 3년 동안 다녔다


3년만에야  체르니100번을 했으니

평범한 아이들보다 두배정도 느린 속도다  


그러던 말던 아이는 달팽이처럼 걸어갔다  

그리고  선생님이 콩쿨을 권했다  


내가 어렸을 적에도

돈만내면 참가하는

엄마의 허영심을 채워주는

아이에겐 드레스 착복의 기회를 주는

그 콩쿨

의미없는 그 콩쿨 내가 모를리 없지만

아이엄마가 되고 나서 나가는 콩쿨은 달랐다

기대하고  채근하고  그렇게 두달이 흘렀다  


대망의 콩쿨날  아이는

긴장했고  긴장했고  긴장했다  

콩쿨이 시작되곤 나는 후회했다

어린아이들의ㅡ콩쿨이 아니었다

피아니스트들이 즐비했다  

감탄이 나오는 아이들의 실력

드레스가 끌릴만큼 작은 아이도

현란한 연주를 하는 걸 보고

“뭔가 잘못됐다”고 느꼈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내 아이의 순서가 되고

내 아이는 정말로 정직한 연주를 했다

누가 들어도 재능없는 아이가 수만번 연습해서

올린 그런 곡  

정직한 연주가 끝나고  

내 아이와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나와 참가상이나 진배없는 우수상 정도를 타겠지  

누구에게나 주는 그런 상이니까

그래도 기념이니 요란하게 사진을 찍고

그러는 사이  

피아노 선생님이 환호를 지르며 내 아이를 찾았다

“어머니 특상이래요”

참가상이 아닌 점수안에 든 아이들만 그날 발표를 한다는데

몇명 안에 든 모양이었다

말이 안됐다

피아니스트 사이에서 내 아이의 곡은  

수준도 낮은 편이었다


선생님은 심사위원 표를 가져와서 보여주며

“어머니 잘 하는 아이  수준이 높은 아이를 가리는게 아니라  자기 수준에서 가장 명확하기 표현하는 아이에게 점수를 주는 거에요”


좋기도 하지만 의아하기도 한 점수에

뭐 그런 드라마도 있을수 있지

노력만 하는 아이를 알아보는 세상에

있을수도 있지


그런데  돌아오는 길에 본  아이의 악보는

드라마도 영화도 아닌 현실이었다

구멍이 뚫릴만큼 빼곡한 아이의 악보

노력과 노력  그위에 또 노력을 더한

내 아이의 악보를 보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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