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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그루 Mar 08. 2022

나만의 링에 올라서

<가드를 올리고> 고정순, 만만한 책방

고정순 <가드를 올리고>

‘괜히 모임을 만든 거 아닐까? 할 수 있겠어?’

‘사람들이 기대했다가 실망하면 어쩌지?’


그림책테라피 모임에서 함께 나누고 싶은 그림책 리스트를 넣어 워크지를 만들었는데, 그러는 동안 내 마음속에서 들려오는 여러 가지 목소리다.


나라는 사람은, 그저 뒤에서 지켜주는 사람이고, 중재하고, 채워주고, 모임을 진행하기보다 그저 함께 있어 주는 것이 편한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안다. 그리고 그 역시 나의 장점이고 강점이다. 그런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생겼고, 나와 함께 하겠다고 모인 사람들이 있고, 그래서 이제 시작하기만 하면 되는 일인데 자꾸 주춤주춤 한다.


왜 이토록 소심해졌는지 이유를 내가 알고 있다는 사실이 다행이라면 다행이 아닐까… 새롭게 뭔가를 하겠다는 목표에는 새로운 사고와 감정이 필요하다. 그런데 불쑥불쑥 내 기존의 사고와 감정의 패턴으로 돌아가려는, 그래서 마음이 편안해지려고 하는 나의 오래된 습성이 늘 발목을 잡는다.


모임때 사용하려고 멤버들에게 나눠 준 워크지


고정순 작가님의 <가드를 올리고> 12주간 함께 나눌 그림책 리스트에는 없는 그림책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워크지를 만드는 동안 내내 생각이 났다. 그림책 속에는 빨간 장갑을 끼고서  위에 올라 주먹을 휘두르는 사람이 나온다. 시작 종소리를 들은 복서가   있는 일은 맞거나 맞서거나어쩌면 피할 수도 있겠지아무튼  ​밖에서 보면  단순하고 재미없는 싸움이, 복서에게는 아직은 내려올  없는 간절함이 담긴 삶의 링이 아닐까 하던대로, 성격대로 편하게 살고 싶은 마음과  자신과의 싸움을 하며 힘들지만 목표를 세우고 이루며  것인가를 선택하는,  삶의 .


<가드를 올리고>의 저 빨간 장갑이 나 자신 같고 어느 순간 내가 있는 곳은 홀로 고독하게 싸우는 링 위가 된다. 그 외롭고 고독한 싸움이 금세 끝날 줄 알았지만 지리한 싸움은 계속 된다. 하지만 싸움을 계속하거나 끝내거나 할 수 있는것 또한 링 위에 있는 복서의 선택이다.


포기하지 않고 지치고 무거워진 가드를 다시 올리며 씩~ 하고  미소를 띠는 복서를 보니, 내 마음에도 살랑~ 하고 봄바람이 불어 오는 것 같다. 그렇게 또 위로를 받는다. 기꺼이 맞서고 싶은 용기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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