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브루클린(Brooklyn, 2015)
※ 본 포스트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And You'll Realize..
That This Is Where Your Life Is. "
그리고 당신은 깨닫게 될 거예요..
이곳에 당신의 삶이 있다는 것을.
Brooklyn, 2015
<브루클린, 2015>
영화는 아직 깜깜한 새벽,
주인공 에일리스가 집을 나서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에일리스(시얼샤 로넌)는
아일랜드의 작은 시골 마을에 위치한
동네 상점의 직원으로 일하며
소소한 삶을 꾸려나간다.
태생지인 고향 아일랜드에서 안정적이지만
다소 지루한 매일을 보내던 어느 날,
에일리스는 친언니의 주선으로
미국에서의 일자리 제안과 교육지원을 받고
브루클린으로 갈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How long does it take for letters
to get to Ireland?”
아일랜드에서 미국으로 편지를 보내면
얼마나 오래 걸리나요?
-“They take a long time at first,
then no time at all.”
처음엔 오래 걸리다가
나중엔 금방 받게 될 거예요.
영화 <브루클린> 中
브루클린행 배에서 만난 한 여성과 에일리스의 대화
이 말인즉슨,
처음에는 고향이 그리워 편지가 오기만을 기다려도
미국에서의 생활에 익숙해지고 나면.
점점 고향에서 오는 편지를
기대하지 않게 될 것이라는 의미.
그렇게 고향을 떠나 미국에 도착한 에일리스는
낮에는 고급 백화점에서 일하고,
밤에는 대학에서 공부하며
낯설기만 한 먼 땅 브루클린에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하지만 에일리스는
브루클린에서의 완전히 새로운 삶에
쉽사리 적응하지 못하며
매일 고향을 그리워하면서
가족에 대한 생각으로 밤잠을 못 이루며
죽지 못해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참석한 파티에서
이탈리아계 청년 토니를 만나게 된다.
토니는 에일리스의 외로운 뉴욕 생활에
한 줄기 빛이 되고,
결혼 서약까지 하게 될 정도로
서로의 관계는 급속도로 발전하게 된다.
에일리스는 영원히 남의 집으로만 느껴지던
브루클린에서의 삶에
물방울이 조금씩 번져 스며들듯
천천히 그리고 속도 있게 익숙해져 간다.
하지만 행복만 가득할 것 같던 날도 지나고
도둑처럼 찾아온 언니의 부고로
슬픔을 안고 다시 돌아가게 된 아일랜드.
그곳에서 에일리스는 친한 친구의 소개로
장래가 밝은 부잣집 아들 뉴페이스 짐을 만나며
마음이 흔들리기도 하지만
예상치 못한 일련의 사건을 통해
다시 좁디 좁은 고향 마을을 떠나며
새로운 삶의 터전을 일궈놓았던
브루클린으로 돌아간다.
<브루클린>은
자칫 국적이 다른 두 남자 사이에서 갈등하는
한 여성의 로맨스 영화로 보일 수도 있겠으나,
주인공 에일리스가
익숙한 고향인 아일랜드와
새로운 기회의 땅, 미국 브루클린을 두고
본인이 살아나갈 인생을 직접 선택한다는 점에서
성장 영화로 분류하고 싶다.
그래서 <브루클린>은
이전에 입고 있던 것들을 벗어던지고
다시 새로운 출발선에 선 모든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다.
온전히 주체적인 선택을 함으로써
후회 없는 자신만의 인생을
쌓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스스로의 결정에 따라붙은
부속물들이 때로는 좋을 수도,
몸서리쳐질 정도로 싫을 수도 있지만
모든 것이 스스로 선택한 결과물임을
인정하는 순간
비로소 인생의 정수를 발견하게 될 터.
처음 탄 브루클린 행 배에서 만난 여인이
에일리스를 만나 이야기를 나눈 것처럼,
어릴 적 나의 눈동자를 가진 누군가를 만난다면
잠시 지나온 젊은 날들을 떠올리며
미소 짓고 그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기를.
※ 아래 감상평에는
시얼샤 로넌의 또 다른 영화
<레이디 버드>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브루클린>의 에일리스 역을 맡은
배우 시얼샤 로넌은
또 다른 출연작 <레이디 버드>에서
고향인 새크라멘토와 원하는 대학이 있는 뉴욕
두 곳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 역할로 나온다.
시얼샤 로넌이 연기한
에일리스와 레이디 버드 두 캐릭터는
결국 둘 다 고향을 떠나게 되는 점에서는 같지만
한 작품에서는
출생지로서의 고향은 깨끗이 잊어버리고
새로운 땅에서 자신만의 '고향'을 만들며,
다른 작품에서는
새로운 곳에 가게 되면서
떠나온 고향의 의미를 깊이 깨닫는다는 점에서
극명한 차이점이 드러난다.
각각의 캐릭터는 다르지만
'주체성'이라는 동일한 베이스를
공유한다는 점이 포인트.
Note.
매일 그저 그런 인생에 지루함을 느껴
당신만의 '브루클린'으로 떠나고 싶어졌다면,
영화 제목이 주는 의미를 생각하며
조용히 감상해보길 권한다.
영화 <브루클린>은
<캐롤> 제작진이 참여한 영화로
2016년 아카데미 작품상, 각색상,
여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 되었고
영국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했다.
또한 공신력 있는 영화 평점 사이트로 유명한
'로튼 토마토'에서 신선도 97%를 받기까지 해
스토리, 연출, 배우들의 연기력 모두
검증된 영화라고 볼 수 있다.
감독인 존 크롤리와 주연 시얼샤 로넌,
돔놀 글리슨은 모두 아일랜드 출신이다.
할리우드에서 간간이 찾아볼 수 있는
흔치 않지만 적지도 않은 아일랜드 배우들은
주류인 영국 작품에서
영국인 역을 맡아 연기하는 일이 잦다.
과거 영국의 식민지배로 나라를 잃을 뻔했던
아일랜드인들이 어떤 심정으로
영국 영화에서 영국인으로서의 연기를 했을지,
또한 아일랜드 영화에서 아일랜드인을
연기하며 어떤 생각을 했을지.
그들과 비슷한 역사를 흘려보낸 나라의 국민으로서
모르긴 몰라도 유사한 감정선이 느껴지며
두 국가 사이 약 6천 마일이라는 대단히 먼 거리가
몇 발자국 가까워진 기분이 들어 묘하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 영화는
또 다른 아일랜드 출신의 신예 헐리우드 스타,
최근 <이터널스>의 드루이그 역으로 급부상한 배우
배리 키오건의 <블랙 47>로 낙점.
*넷플릭스와 왓챠에서 볼 수 있었던
브루클린은 안타깝지만 내려간 지 오래다.
디즈니플러스와 네이버 시리즈온으로는 시청 가능.
(매 해 다르게 쪼개지고 날로 번성하는
OTT 플랫폼 시장을 보며 눈물을 훔친다..)
..And You'll Realize..
That This Is Where Your Life 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