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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희 Apr 17. 2024

아빠가 죽었습니다.

이렇게나 빠르게

시간은 이다지도 빨리 흐른다.

아직 아빠의 옷과 아빠와의 기억은 집안, 아니 아빠와 갔던 곳마다 문득 문득 생각이 난다.

말 많고 어딜 이렇게 많이도 다녔는지 어디든지 아빠가 생각난다. 

사실 아직도 믿겨지진 않는다. 

아빠가 죽은게.

내 손으로 아빠를 들어서 

내 손으로 아빠 납골당에 넣어놨으면서 나는 아빠가 죽었다는 것 그 말이 거짓말같다. 

그냥 머나먼 곳으로 출장을 가서 잠시 못보는 기분이다.

전화를 하면 받을 것 같다.

어 딸 이렇게.

내가 이다지도 비현실적이고 아빠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아빠는 췌장암에 걸렸고, 동생과 나는 이미 이 주제로 몇번이나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아빠는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고. 준비가 되어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죽음이라는 것은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었다.

간단히 그를 못봄이라는 단어 속에는 그와 관련된 모든 것들은 이제 세상에서 인정해주지 않는다는 뜻이더라

수다쟁이 아빠는 이 땅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더리.

이제 아빠가 까주는 과일, 든든한 내편, 가끔 주는 용돈, 다른 집들은 하지않을 딸내미와는 야한 이야기까지도  이제는 아에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지금에서야 , 아니 사실은 지금도 알아가는 중이다. 

처음 병원에서 사망진단의 순간의 나의 감정은 분노, 분노 그 자체였다. 

파업이라더니 의사가 일부러 그런 것일꺼야 라는 이상한 생각이 들고 시시때때로 모든 이에게 화가 났다

아니, 솔직하게 말하자면, 가장 화가 나는 것은 나였다. 

어릴 때 아니 조금 커서까지도 아빠를 미워해서 내가 지금 이렇게 벌을 받은 것일까

내가 태어나서 아빠가 고생해서 이렇게 된 것일까

그 다음에는 시시 때때로 눈물이 차오르더라 

아무것도 하기가 싫고 

걍 살기가 싫었다. 아빠 핑계였을지도 모른다.

살기 싫은 이유 중에 가까운 가족이 죽는 것만큼 확실한 이유는 없으니까.

그동안의 우울도 무기력증도 그 말에 실러서 다시금 나를 찾아왔다. 

사람 좋고 돈도 잘 벌던 우리 이빠도 갔는데

그보다 사람도 별로고 돈도 못버는 나는 굳이 살 이유가 있을까

그 현실이 싫어서 잠만 잤다.

깨어있는 그 작은 시간에는 뭐인지도 모를 상속을 했다.

아직 아빠가 죽은 것도 믿기지가 않은데 정리할 것은 그리 많은지,

내 손으로 그는 죽었다. 라고 말하며 모든 것들을 정리해야하더라.

상속만 내가 필요한 최소한으로 하고 잠만 잤던 것 같다.

한달이 지나자 상속이 어느정도 정리가 되고, 엄마는 출근을 시작하였다. 

나는 엄마와 아빠의 말대로 다시 치료를 시작했다

병원에서는 나의 몸의 에너지가 하나도 없다고 했다. 이대로라면 다른 병도 올 것이라고

그래프는 거의 할머니와 같았다, 

난 고작  29살인데!

작년이라도 심하게 무기력증이 왔을 때 집에 누워만 있을때 그 때 이빠 엄마랑 같이 있었다면 이 지경은 안올텐데 아빠와도 더 보낼 수 있었을텐데 

하자만, 후회해도 늦었다. 아빠는 없고 나는 살이 찌고 몸은 망가졌다. 

그래 그토록 아빠가 바라던 나의 치료 시작해보자, 

운동도 등록을 하고 아직 하루에 운동 4시간을하고 4만보를 걷던 예전은 아니지만 하나씩 해보는 중이다

어찌 되었든 난 살아남았으니까

그래서 글도 다시 써보려고 한다. 

그토록 글을 좋아하지만, 끄적이는 여유도 사라졌던 날들을 지나,

아빠가 준 일년 간의 유예기간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내 이야기를 쓰고 싶어졌다

왜 무기력증에 빠졌는지 

그리고 내 마음은 이런지

연기는 왜 그만뒀으며

지금 몸이 왜 이런지 

그냥 한 번 써보고 싶어졌다. 

난 글을 좋아하니까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보려고 한다. 

오랜만에 글을 쓰니 엉망이다

어쩌면 조울증을 오래 앓아서 정상이 아니어서 그럴지도

그런데 그냥 써보련다

완벽하길 바라면, 아무것도 못하더라 

나는 완벽한게 아니라 그냥.

최송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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