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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몬드 Apr 21. 2020

소셜벤처 or 사회적기업 ⓛ

사회적 가치, 그 모호함에 대하여 _ (주)비슷의 사회적경제 이야기

사회적기업과 소셜벤처의 차이는 정말 정부 인증의 유무뿐일까?


혁신적인 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조직


위와 같은 조직은 사회적기업일까요, 소셜벤처일까요. 정답은 소셜벤처입니다. "어라? 사회적기업 아니야?"라고 생각하신 분들도 꽤 많으실텐데요. 오늘은 사회적경제 영역의 두 기둥, 소셜벤처와 사회적기업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같은 듯 다른 듯 비슷해보이는 두 단어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사회적(social) + 기업(enterprise)

소셜(social) + 벤처(venture)

*venture : 첨단기술과 아이디어로 무장하여 신(新)사업에 뛰어드는 기업들을 일컫는 말


먼저 뜻을 살펴보면 두 개념 모두 사회적 가치와 재무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기업으로, 의미의 차이는 거의 없어보입니다. 실제로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는 "사회적기업과 소셜벤처 모두 사회적 목적을 중심에 두지만 사회적기업인증절차에 따라 구분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즉 기업의 목적이나 방향성은 동일하되 인증을 받았다면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지 않았다면 소셜벤처라는 것이죠. 소셜벤처와 사회적기업의 차이를 다룬 많은 글에서도 인증유무의 차이만을 이야기 하고있습니다.

물론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인증의 유무로 사회적기업과 소셜벤처를 구분하고 있습니다만, 이는 썩 유효한 구분은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오늘은 보다 깊은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둘 간의 유의미한 차이를 알려면 우선, 기업의 사회적가치 추구에 대한 인식변화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모든 기업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한다. 단, 돈이 되는 선에서만


우리가 흔히 사회적 경제를 이야기할 때 재무적(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분리해서 이야기합니다. 사회적 경제에선 사회적 가치와 재무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한다는 식으로 말이죠. 하지만 실제로 둘은 명백하게 분리되는 개념은 아닙니다. 애당초 제대로 된 기업은 사회 안에서 가치를 만들고(재화, 용역) 이를 수혜자(고객)에게 제공하는 대가로 이윤을 얻기 때문입니다. 기업이 정당하게 이윤을 추구한다면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사회 전반을 이롭게 하는 가치가 만들어집니다.


물론 현실은 그렇게 작동하지 않습니다. 기업이 탐욕적으로 이윤만을 추구하거나, 얻을 수 있는 이윤이 충분히 크지 않으면(= 수혜자, 고객의 수가 작거나 재화나 서비스 자체에 교환가치가 없으면) 생산 자체를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길 가다 연로하신 어르신의 짐을 들어드리는 것은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지만, 이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는 없다.


사회적기업은 돈이 안되는 가치를 대신 생산한다.


전통적으로 기업의 미덕은 이윤추구에 있었습니다. 때문에 기업이 생산하지 않지만 여전히 필요한 가치(=사회적 가치)는 비영리조직이나 정부 등 다른 주체가 그 생산을 책임져왔습니다. 적절한 분업이었죠. 하지만 몇 차례의 경제불황이 지나며 복지재정이 감축되니 비영리조직이나 정부에서 사회적 가치를 제대로 생산할 수 없게 됩니다. 그러자 사회는 다른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합니다.

원래라면 정부가 생산했어야 할 가치를 대신 생산하는 조직이 필요하다.

적은 예산으로 지속 가능해야 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기업이 생산하지 않는 가치들(=사회적 가치들)을 생산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그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 적절한 이윤을 추구하는 조직. 사회적 기업을 만들어낸 것이죠. 이것이 전통적인 의미에서 사회적 기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빵을 팔기 위해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하기 위해 빵을 판다
- 루비콘 베이커리, 릭 오브리


사회적 기업하면 떠오르는 릭 오브리의 문장은 사회적기업에 대한 전통적인 관점을 잘 보여줍니다. 재무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는 분리된 것이며, 또한 둘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은 어렵고, 그렇기에 재무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 두개의 가치가 상충할 때 사회적 가치를 우선 추구하는 조직이 바로 사회적기업이라는 것이죠.

이러한 관점은 한국사회적기업 인증요건에 잘 드러나 있습니다.

잉여의 3분의 2를 사회에 기부해야 한다던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일자리나 사회서비스를 만드는 기업이어야 한다는 식으로 말이죠.

(참고 : 사회적기업 인증요건 개요 http://www.socialenterprise.or.kr/foundation/valid_require.do?dep1_kind=3)


사회적 가치를 사회적 기업이, 재무적 가치를 영리기업이 각기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이런 형태는 꽤 오랬동안 적절한 분업으로 작동했습니다. 20세기에서 21세기로 넘어가는 그 즈음, 윤리적 소비자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2부 계...


https://brunch.co.kr/@supernova081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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