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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고무 Nov 13. 2020

길리섬 무박무일

꿈꾸듯

오늘은 하루 종일 비치에 나가 스노쿨링을 했습니다. 깊은 곳에서는 거북이도 봤고요. 이따가 선셋을 보러 서쪽 방향의 비치로 걸어가 볼 예정입니다. 내일은 하루 종일 숙소에서 영화를 볼 계획입니다. 아직 이 섬에서 머무르는 일정이 보름이나 남았거든요. 여기서는 자꾸 옛날 사람들이 그리워집니다. 꿈에 두 명이나 나왔네요. 잠이 꽤 길어진 탓도 있고요.


나는 매일 파도소리에  집중할  있는 곳을 찾아다닙니다. 이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무척이나 친절합니다. 그래서 기본적인 인사말은 그들의 언어로 말합니다. 같은 언어로 인사를 하면 서로가   친근해집니다.


갑자기 비가 내려 모르는 집에 들어갔습니다. 사람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나를 환대합니다. 그들은 카드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나는 짝수를 완성합니다. 니하오마. 중국사람? 점심 먹었어? 하루 종일 밥말리 음악을 들으며 맨발로 춤을 추는 사람들. 이 소파에 기대 봐. 새의 깃털로 채웠어. 그 숨을 들이쉬어 봐. 어디까지 갈 수 있을 것 같아? 너의 집은 어디야. 집을 생각하면서 잠깐 여기 잠들어 봐.


소파 아래에서 모래가 느껴집니다. 여기는 아마 한 때 바다였던 곳. 그렇다면 우리는 한 때 이 바닷속에서 뭐였을까요. 물속에서도 젓지 않는 깃털은 꿈인 걸까요. “지금 멀리서 새로운 섬이 태어나고 있어. 우리는 오늘 그것의 이름을 지어줄 거야.” 너의 어깨에서 모래가 떨어지고 있는데. 그렇다면 너는 언제 태어난 섬인가요. 너의 이름은 누가 지어 줬나요.


선셋을 보며 바다를 계속 걷습니다. 부드러운 해안선이 그물처럼 나를 어딘가로 끌고 가는 꿈입니다. 잠에서 깬 것 같지만 아직 몸이 열리지 않습니다. 서울은 오늘 폭설주의보입니다. 간밤에 문 위로 눈이 많이 쌓였던 것 같습니다. 눈이 녹을 때까지 여기서 기다리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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