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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숲속의 레터 Apr 04. 2020

아침엔 무엇을 하셔요?

아침을 보내는 두 가지 방법

따뜻한 햇살이 들어오는 아침, 

나는 찬찬히 차를 끓입니다. 

창문 앞 의자에 앉아 일광욕을 한 뒤, 식물들에게 아침 인사를 해요.



그렇게 시작됐어야 할 오늘은, 조금 다르게 시작됐습니다.



악몽에 밤 잠을 뒤척였고, 생리통으로 기분이 불쾌한 아침,

얼굴에 불필요한 힘이 가득한 표정으로 기계적인 걸음으로 터벅터벅 길을 나섰습니다.




스타벅스에서 테이크아웃 녹차라떼를 주문하려 다가갔는데

점원 분이 그러셨어요.

"손님, 코로나 때문에 가까이 오지마시고 뒤에서 좀 주문해주세요."

순간 마음에서 몰려오는 나쁜 마음. 기분 나쁨.

약간의 짜증나는 손길로 계산을 끝낸 뒤 근처 강가로 향했습니다.


이상하게 불쾌하고 나쁜 마음. 이 마음을 어떻게 없애야 할까 생각했습니다.

그 점원분은 사실 우리 둘 다를 보호하기 위해 한 행동이었을 텐데,

나는 왜 기분이 나빴을까. 


그러다 강물에 비친 내 모습을 바라보고 알게 되었습니다.

남을 미워하는 마음은 사실 나를 미워하는 마음이었다는 것을요.

오늘 나의 아침 기분이 좋지 않았고, 건강이 좋지 않았고,

그래서 좋아하지 않는 디자인의 옷을 대충 입었고, 

머리도 빗고 나오지 않았고, 그래서 부스스한 내 모습이 초라해보인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나는 그녀의 태도가 싫었던 게 아니라,

나의 당당하지 못함에, 나의 좋지 못한 몸 상태가 싫었던 겁니다. 


그때, 갑자기 물고기 들이 제 앞으로 엄청나게 몰려들기 시작했어요.

옆을 보니 커다란 글씨로

 '물고기에게 밥을 주지마세요. 자생력을 잃어버립니다. 당당한 생태계의 일원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라는 글이 보였습니다.


'사람이 밥을 준다는 걸 알고 몰려드는 구나. 물고기도 이렇게 길들여지는 구나.' 


그리고 저는 스스로를 길들여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물고기도 되는데, 나도 될 것이라 생각했어요. 

하루, 이틀, 일주일, 한달, 어렵겠지만 꾸준히 하다보면

일년, 이년, 십년, 이십년이 지나면 반드시 길들여 지리라 생각했습니다. 

스스로를 게으름에, 나쁜 마음에 길들이게 두지 않을 것이라 다짐했고

당당한 사회의 일원이 되자! 라는 마음이 솟구쳤어요.





다시, 천천히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했습니다.

밖으로 나온 뒤 처음으로 하늘도 보고, 예쁜 벚꽃도 보았습니다. 

마스크를 쓰고 매일을 보낸다는 사실이 감사해졌습니다. 

마스크가 있어 우리가 서로의 건강을 해치지 않을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요,

문득, 아까의 스타벅스 점원님이 참 고마워졌습니다. 

나와 당신의 건강을 지키려 노력하신 것이니까요. 


나는 나의 하루가 변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산책하러 나온 김에, 다이소에 들러 충전기를 구입했습니다.

바쁘신 점원분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 계산대에서 조용히 기다렸습니다. 

그녀가 저를 돌아보곤 깜짝놀라며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 말을 좀 하시지..."

아침에 피곤에 지친 그녀를 도와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천천히 물었습니다.

"아침 몇시에 여나요?"

"9시요. 왜요?"

"일찍 여는게 감사해서요"

"..."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저는 그녀의 하루가 변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좁은 골목을 만났습니다. 

할머니 한 분이 걸어오고 계셨어요.

저는 천천히 걸음을 멈추고 옆으로 비켜 그녀가 지나가길 기다렸습니다.

그녀가 저를 보고 웃으시며 "아이고, 고맙습니다." 라고 하셨고

저도 웃으며 목례를 했습니다.

나는 우리의 하루가 변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집에 돌아왔을 때, 

나의 하루는 완전히 변해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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