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여들의 히치하이킹> <겨우 서른>
20대라는 것 누구에게는 정말 부러운 일이겠지만 나에겐 체한 듯 부담스럽다
인터넷 검색 순위를 뒤져서 나온 영화를 보았다.
제목은 잉여들의 히치하이킹
영화 소개 사진을 보았을 때, 페이크 다큐인 줄 알았다. 페이크라는 단어가 낄 자리가 없을 정도로 리얼하며 동시에 무모하다는 생각까지 하였다.
무일푼으로 유럽에 가서, 숙박업소 홍보영상을 찍어주고 물물교환 형식으로 무료 숙식을 제공받아 1년간 전 유럽을 일주하면서 뮤직비디오를 찍겠다는 계획으로 떠나는 이들의 이야기이다.
무모함
그들의 열정을 단순히 응원하고 즐기며 보는 것이 아닌 그들의 열악한 ‘상황’ 속에 ‘나’를 던져놓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나를 투입하면서 발생한 그들의 무모함을 질색하는 감정과 동시에 그랬기에 이런 영화도 만들며 엄청난 경험들을 쌓은 것이 내심 부러운 듯했다
나는 무엇이 그렇게 무섭고 겁이 나는 것일까
나의 겁은 비겁하다고 생각한다. 생사의 무서움도 아니고 쫓기고 있다는 감정도 아니다.
여러 차례 생각을 거듭해 내린 결론은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눈치’에서 발생하는 겁이라고 생각한다.
나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데 나는 중요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의 생각과 반응이 중요했다. 사람들에게 비추어진 나의 모습은 항상 ‘멋짐’이었으면 했다.
선택을 할 때도 나의 관심, 계획에 집중하기보다 얼마나 멋진 것이 가에 집중되었던 것 같다.
적으면서도 씁쓸하다.
타인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참고하여 객관적인 상황들을 이끌어가기에는 정말 좋다.
객관적인 것을 넘어 나를 잃기 전까지는
문득, “2년 후의 나의 모습은 어떨까?” 나는 질문을 바꿔한다 “서른의 나는 얼마나 멋질까?”
서른이라는 숫자와 삶은 ‘결정’ ‘안정’ ‘독립’이라는 단어들과 어울리고, 그 서른을 나는 자주 떠올리곤 한다.
무엇을 할지 정확하진 않지만 근거 없는 자신감이 넘친다 그때의 나는 멋지게 웃고 있을 거라고
사실 나이를 신경 쓰며 살지 않았다. 20대 초반에 남들이 어리다 해도 그게 무엇인지 몰랐고 25가 되었을 때, 이제 중반이라고 주위에서 말해도 개의치 않았다.
올해는 달랐다. 신경 쓰지 않는 숫자를 주위에서 자주 언급하고 나의 나이를 저울질하며, 8이라는 숫자가 나를 눌렀다. 후반부에 서있는 느낌에 인생에서 영향이 될만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것 같았다.
나의 서른 살이 얼마나 남았는지 궁금하여 디데이 어플을 깔았더라지. 오늘은 435일 전. 네 자리숫자로는 감이 오지 않는다.
남은 디데이에는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
멋지지 않더라도, 빠르지 않더라도 나에게 집중하고
목적어를 찾아 동사하기를 바란다.
뒤늦게 보게 된 <겨우 서른>
세명의 친구들이 서른을 앞두고 여러 상황들이 보여주는 중국드라마이다.
서른을 계속 생각하며 불안해하는 나에게 좋은 문장들이 나온다.
자신에게 없는 걸 타인과 비교하게 되면 평생 불행하겠지
다들 방금 10년 전 어땠는지를 얘기하잖아 그럼 우리가 마흔이 되었을 때도
지금을 떠올리면서 겨우 30살 밖에 안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불안하고 무섭다고 생각할 서른이 아니라, 겨우 서른 일 것이다.
천천히 굳게 마음먹고 준비하다 보면 흘러갈 서른 일 것이다.
그러니까 조금은 무모해도 된다고 주위를 둘러보자며 나에게 다시 한번 말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