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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sity Dec 02. 2019

11월 문화 생활 결산

컬처레터 #1

#책 : <작별 인사는 아직이에요>


사실, 이 책은 제목을 읽자마자 ‘많이 힘들겠구나’라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사랑하는 이와의 원치 않는 작별을 준비하는 건 누구나 힘드니까. 작별인사가 아직이라니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그들의 애틋한 일상을 눈물 없인 볼 수 없을 거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실제로도 그랬고. 


이 책을 읽으면서 ‘치매’에 관심이 많아졌다. 치매는 한 사람, 한 가족이 감당할 수 있는 질병이 아니니까. 작가님의 글을 읽으면서도 치매가 얼마나 힘든 병인지 뼈저리게 알 수 있었다. 다만 나는 ‘치매’라는 병보다 할머니 할아버지라는 ‘사람’에 초점을 맞춘 작가님의 글이 좋았다. 그의 사랑이 담긴 글 덕분에, 독자인 나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인생에 담긴 빛나는 순간들을 그들 대신이나마 기억할 수 있었다. 앞으로 더 많은 노인 서사를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가족들을 생각하면 좋아하는 점보다 좋아하지 않는 점이 더 많이 떠오르고, 내가 쌓아 온 가치관으로는 이해되지 않거나 답답한 점들이 훨씬 많다. 가족이 아니라 처음부터 내가 선택할 수 있는 타인이었다면 굳이 만나지 않았을 것 같은 사람들. 그럼에도 내가 복권에 당첨된다면, 그들의 빚부터 갚아 주고 싶다. 누구보다 고생 덜하고 여유롭게 행복하게 살아갔으면 좋겠다. 나의 성가시고 애틋한, 불쌍하고 소중한 사람들.” - 159p, <작별 인사는 아직이에요>, 김달님, 어떤 책



#영화 : <겨울왕국 2>



올해는 디즈니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사로 호평 오브 호평을 받은 ‘알라딘’과 호불호가 갈렸지만 좋은 시도였다고 평가받는 ‘라이온 킹’, 그리고 나오자마자 미친 듯이 폭주하는 ‘겨울왕국 2’까지. 나는 개인적으로 영화관에서 영화를 자주 보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올해는 디즈니 덕에 꽤 많은 영화를 상영관에서 두근대면서 봤더란다. 


1편과 비슷한 느낌으로 갔다면 어느 정도는 성공했을 텐데, 디즈니는 역시나 완전히 색다른 시도를 통해 겨울왕국을 ‘완벽하게’ 마무리했다. 사실 음악은 영화 보기 전까지 ‘잉?’스러웠다. 내가 알던 느낌의 겨울왕국이 아니었고, 좀 더 강하고 뮤지컬 느낌이 들어서 의아했다. 기대 반 두려움 반으로 영화관에 들어갔는데, 인트로에서 “나~나나 헤이야~” 듣자마자 폭풍 눈물.. 


영화 보면서 1분 1초가 아깝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다. 호불호? 그딴 거 없어. 무조건 좋다고 말해 ㅂㄷㅂㄷ 아아.. 다음 생에는 엘사의 발 닦개가 되고 싶다. VOD 올라오면 바로 소장해야지. 이 영화는 두고두고 볼 거야.



#드라마 : <눈이 부시게>


요즘따라 책도 그렇고 드라마도 그렇고, 노인 서사가 참 여운이 길다. <눈이 부시게>라는 드라마는 유튜브에서 클립으로 먼저 봐서 내용을 알고는 있었지만, 드라마 전체를 보니 클립과는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눈물이 시도 때도 없이 흘렀고, 최종화 엔딩에서는 오열할 정도였다. 이 드라마를 보고 한동안은 매일 밤마다 유튜브 클립으로 올라온 10분 정리 영상을 보곤 했다.  이토록 가슴 따뜻한 노인 서사라니, 한참 동안은 인생 드라마 1위가 아닐까 싶다.


<눈이 부시게>는 주어진 시간을 다 써보지도 못하고 잃어버린 ‘혜자’와, 누구보다 찬란한 순간을 스스로 내던지고 무기력한 삶을 사는 ‘준하’의 이야기다. 물론 혜자의 부모와 영수, 그리고 친구 이야기도 나오지만, 이 드라마는 혜자와 준하의 서사가 중심이다. 매일매일 죽지 못해 사는 ‘준하’와, 그런 준하를 위하는 ‘혜자’. 같은 시간 속에 있지만 서로 다른 시간을 살아가는 두 남녀의 이야기는 마지막화에 이르러 모든 전말과 끝을 알게 된다. 


개인적으로 10화까지는 준하의 인생이 너무나도 꼬여있어서 보는 내가 참 답답했다. 하지만 그래서 더더욱 준하의 삶에 몰입하게 됐다. 개인적으로 남주혁 씨 연기 잘했다고 생각! 한지민 배우는 말할 것도 없다. 마지막으로 우리 김혜자 선생님의 대본 보고 가자.


https://www.youtube.com/watch?v=NpN76ia22z0


내 삶은.. 때론 불행했고 때론 행복했습니다.
삶이.. 한낱 꿈에 불과하다지만.. 그럼에도 살아서 좋았습니다.
새벽의 쨍한 차가운 공기, 꽃이 피기 전 부는 달큰한 바람,
해질 무렵 우러나는 노을의 냄새..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지금 삶이 힘든 당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당신은 이 모든 걸 매일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대단하지 않은 하루가 지나고 또 별거 아닌 하루가 온 다 해도
인생은 살 가치가 있습니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엄마였고, 누이였고, 딸이었고 그리고 나였을 그대들에게..



#음악 : <cuco - winter’s ballad>


겨울이 올락 말락 하는 날씨에 어울리는 노래. 드림팝 & 로파이를 무척 좋아하는 나로선 듣자마자 이번 달은 ‘이거다!’ 싶었다. 낭만적이고, 몽환적이고, 아날로그틱한 느낌 가득가득. 노래만 들으면 낭만적인 겨울 사랑 이야기 같지만, 가사를 알고 보면 나름 애타는 짝사랑 얘기다. 듣기만 해도 옛사랑이 절로 떠오르는 몽환적인 노래. cuco의 winter’s ballad를 들으면서 노을을 보면 그 순간만큼은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것만 같다.


https://www.youtube.com/watch?v=N8FgnMRoeKI


Due to my frustration

I waited way too long to say a thing

Sure I accept that I was sad, so I guess now it’s not so bad

I lost the memories deep inside my head


Show me that tonight I’m only yours and no one else’s

Too blind to see sometimes that you’re the one

Now I see you’re everything or just maybe my nothing

They say that nothing lasts forever


My bed was meant for two and now I’m missing only you

Or was this spot reserved for no one more


My lonely days are here, I don’t think I see you here

I wish that I could sleep until forever


I don’t think it’s hard, just to tell me that you love me

But you’re far away from here and have my heart

So shoot me with the bow that cupid’s quiver has one more

The last time I might get to fall in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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