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독서를 즐기는 내게 종이책은 애증 그 자체였다. 무겁고, 불편하지만 종이 책만의 부드러운 질감과 따뜻한 분위기를 사랑했으니까. 그런데 언제부턴가 종이 책이 버겁기 시작했다. 텀블러, 아이패드, 전공 책을 들고 다니면서 가방이 점점 무거워졌기 때문이다. 사람들로 가득한 지하철에서 부피가 큰 종이책을 들고 있는 것이 찝찝하기도 했다. 마음에 드는 문장을 발견했는데, 가방에서 연필을 꺼내자니 막막하기도 했고.. 결국 서서 갈 때는 책을 가방에 집어넣고 멍 때리면서 가곤 했다.
여전히 사람들은 종이책의 매력을 이야기한다. 물론 나도 종이책을 좋아하지만, 지하철에서만큼은 편하게 독서하고 싶달까. 나는 여전히 지하철 독서를 좋아하고, 하루 중 대부분의 독서 시간을 지하철에서 보내니까. 고심 끝에 나는 전자책을 읽기 시작했다.
서서 가면서도 책을 읽는 독서 만렙의 모습. 아직 나는 갈 길이 멀다. (사진 : unsplash.com)
처음엔 핸드폰으로 전자책 독서를 시작했다. '종이 책보다는 편하겠지'라고 생각했던 내 기대와 달리, 작은 화면 속 글자를 보는 것은 꽤나 고통스러웠다. 더군다나 책을 읽으면서 뜨는 알림 들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누군가의 새로운 소식, 뉴스레터, 카톡 메시지 등을 체크하다 보니 어느새 1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결국 핸드폰으로 전자책을 읽는 것은 실패했다.
아이패드로도 도전해보았다. 데이터가 없어 알림이 뜨질 않으니, 확실히 핸드폰보다는 부담감이 적었다. 문제는 무게였다. 들고 있자니 무겁고, 내려놓자니 목이 뻐근했다. 그렇게 아이패드로 읽는 전자책도 실패했다.
전자책의 문제점은 없었다. 전자책을 읽기 위한 도구가 문제였다. 핸드폰은 눈이 피곤했고, 아이패드는 손목에 무리가 갔다. 그제야 깨달았다. 눈이 피곤하지 않으면서, 가볍고 편한 전자책 단말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그렇게 크레마 사운드 업을 구매했고, 내 독서루틴은 약간의 변화를 겪었다.
처음엔 전자책을 읽는 버릇이 없다 보니, '내가 이걸 과연 자주 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워낙 예전부터 종이책을 찬양해왔고, 종이책만의 매력을 좋아하니까. 그런데 막상 전자책 단말기를 사보고 또 한 달 넘게 써보니, 왜 사람들이 단말기를 사는지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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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정말 편하다. 종이책은 가방에 차지하는 부피나 무게가 상당하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외출 시에는 가볍고 얇은 책으로 고르게 되는데, 나중에는 얇은 책만 읽게 되더라. 또 지하철에서는 서서 가는 경우가 꽤 많은데, 종이책은 한 손으로 읽기 조금 버겁다. 낯선 손동작으로 계속해서 손에 힘을 주다 보니 근육도 아프다.
하지만 전자책 단말기는 종이가 왔다 갔다 하지 않아 들고 읽기 편하다. 종이 책으로 밑줄을 그을 때는 연필 꺼내서 밑줄 긋고 모퉁이 표시까지 해야 하지만, 전자책 단말기는 그럴 필요가 없다. 단지 화면을 길게 눌러서 하이라이트 표시를 해주면 된다. 심지어 좋은 구절을 모아서 보여주기까지 하니, 시간도 절약되고 편하다. 크기나 무게, 부피도 종이 책 보다 훨씬 비중이 적다. 어떤 가방이든 부담 없이 넣을 수 있는 크기다 보니 요새 자주 들고 다니게 되더라.
전자책 단말기로 책을 읽으면, 어두운 곳에서도 눈이 전혀 피로하지 않다. (사진 : unsplash.com)
두 번째 장점은, 언제 어디서 봐도 눈이 편하다. 핸드폰으로 전자책을 봤을 때는 아무리 화면 밝기를 낮추고 읽어도 눈이 피곤했다. 하지만 단말기는 눈이 피곤하다는 느낌을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 비결은 'e잉크'다. 물리적으로 잉크를 표면에 뿌려주는 전자잉크 방식은 종이책에 가까운 화면을 구현한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과 달리 블루라이트(청색광)를 발생시키지 않아 눈이 편안하다.
지하철에서 종이책을 읽다 햇빛이 비치면, 눈이 부셔서 책을 읽기 불편했다. 반면 단말기는 빛 반사가 없어서, 빛이 있든 없든 늘 같은 상태를 유지한다. 디스플레이의 변화가 없으니 눈이 편할 수밖에 없다.
자기 전에 종이 책을 읽는 것과 단말기를 쓰는 것 또한 무척 다르다. 종이책은 불을 켜고 봐야 하지만, 단말기는 불을 끄고 봐도 되고 오래 읽어도 눈이 피로하지 않다. 불을 끈 채로 책을 읽다가 바로 잘 수 있는 건 그야말로 행복 그 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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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단말기의 두 번째 장점은 독서량의 증가다. 단말기를 산 이후 오히려 독서량이 늘었다. 종이책은 두께가 보이기 때문에 독서량을 무의식적으로 정하게 된다. 반면 전자책은 분량이나 페이지 수가 안 보이기 때문에, 집중이 흐트러질 때까진 계속 읽게 된다. 두꺼운 책을 싫어하는 내가 부담 없이 읽기 좋았고, 재미있는 책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계속 읽게 됐다.
세 번째 장점은 전자책의 가격이다. 확실히 가격적인 면에서는 저렴하고, 또 혜택도 많다. 내가 구매한 <디어 마이 프렌즈>는 종이책이 13,000원인데, 전자책이 9,000원이다. 두 권이 세트니까 26,000원인데, 전자책으로 사면 18,000원 정도. 8,000원이나 아낀 거다. 최근에는 4만 원 이상을 구매했더니 8,000원 - 10,000원 정도 할인 혜택을 받았다. 그래서 요새는 서점에서 종이책을 고르다가도, 먼저 전자책이 있는지 가격은 얼마인지를 살펴보고 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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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기적인 측면에서 단점도 물론 있다. 나는 이동 중에 단말기를 자주 쓰는데, 내가 쓰고 있는 '크레마 사운드 업'의 별명이 '설탕 액정'이다. 한 번 이상 떨어뜨리면 끝장이라고... 더군다나 나는 엄청 덜렁대는 성격이라서, 들고 다닐 땐 어쩔 수 없이 신경 쓰였다. 그래서 커버에 파우치까지 하고 다니니, 부피와 무게가 조금 늘었다.
두 번째 단점은 속도감이나 터치가 조금 아쉽다. 책을 넘기는 속도가 내 기준에서는 좀 느린 편이고, 페이지를 넘길 때 검정 바탕이 살짝 보이는 게 거슬린다. 책을 넘기다 가끔 글자가 안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종종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야 했는데, 이런 사소한 오류들이 조금 불편했다.
또 나는 하이라이트 기능을 애용하는데, 종종 터치가 잘 안 먹힌다. 표시를 하려고 길게 눌렀는데 엉뚱한 곳이 선택될 때가 많고, 온라인 서점 로그인을 할 때 터치가 잘 안 먹어서 틀릴 때도 많았다.
이런저런 장단점을 얘기해보았지만, 나는 전자책 단말기가 가져온 독서루틴의 변화가 만족스럽다. 더 많은 책을 읽게 됐고, 단말기만의 감성이 좋아 스스로 책을 읽는 순간도 많아졌다. 굳이 12만 원이나 하는 크레마 사운드 업을 사서 읽는다는 것은, 결국 감성도 편리함도 모두 놓치고 싶지 않은 나의 건강한 욕심이었다. 매일매일 정신없이 집을 나오지만, 지하철에서만큼은 단말기 속에 담긴 수많은 책을 보며 여유감을 갖고 싶달까. 오늘은 어떤 책을 읽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