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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sity Aug 27. 2019

음악을 브랜딩하다, '스페이스오디티'

주간 취향 : 음악 편

'아 저거 어제 들은 노래네',

'이 노래 저 노래 다 비슷비슷하네',

'맨날 똑같은 노래만 듣는 거 같아'


비슷비슷한 노래들, 어딜 가도 흘러나오는 유명 스타의 노래들... 거기서 거기인 음악들이 부쩍 피곤하게 느껴진다. 요즘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자동 추천도 거기서 거기인 거 같다. 하루에도 수많은 음악이 탄생하지만, 우리의 귀에는 선택받은 몇몇 곡만이 들어올 뿐이다. 좀 색다른 거 없나 찾고 싶지만 막상 해보려니 막막하다. 어떤 장르의 어떤 노래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사람들은 어떤 음악을 듣고 있을까? 자신의 플레이리스트에 권태가 온 분들이라면 한 번쯤 해봤을 생각이다.


그렇다면 정말 궁금해진다. 색다른 음악을 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무거나 찾아 들으려니 별로일 거 같고, 사람들이 뭘 듣는지 알고는 싶은데 사소한 부분이라 접하기도 어렵다. 스페이스 오디티는 그런 음악 덕후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준 서비스다.

사진 : 스페이스 오디티 홈페이지

스페이스 오디티?


스페이스 오디티는 음악 좀 듣는 분들이라면 분명 알고 있을 브랜드다. 음악 콘텐츠 스타트업 치고는 꽤 낯선 이름이지만, 알고 보면 이것도 곡 제목이다. 영국 가수 데이비드 보위가 1969년 발표한 곡으로, 외롭고 두렵지만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는 우주비행사 톰 소령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 곡에 영감을 받아 탄생한 스페이스 오디티는, 스스로 자기 영역을 넓혀가는 이 시대의 괴짜 창작자들을 응원한다.


놀랍게도 스페이스 오디티는 소속 가수 없는 기획사다. 그럼 뭘 하냐고? 음악이라는 거대한 우주를 유랑 중인 아티스트들을 지원한다. 폴킴, 멜로망스 등 나만 알고 싶은 가수를 '모두가 사랑하는 가수'로 브랜딩 한다. 콘셉트에 맞는 가수, 작사·작곡가, 영상 감독을 한데 모아 음원을 내고 영상을 제작한다. 브랜디드 콘텐츠를 만들기도 하고, 심지어 티셔츠나 전시회 ost를 만들기도 한다. 이것저것 하는 거 같지만 핵심은 브랜딩이다. 괴짜 아티스트들(oddity)의 가치를 높이고, 브랜딩을 통해 새로운 스타를 만들고 있다.


“우리가 아닌, 용감하게 창작 활동을 하는 크리에이터 한 사람 한 사람을 오디티라고 생각했어요. 우리는 그저 중간에서 판을 짜는 역할을 하는 거죠.”
- 스페이스 오디티 김홍기 대표 -



스페이스 오디티가 기획한 음원들! (사진 : 스페이스 오디티 홈페이지)


철저한 데이터 분석으로 성공하다.


최고의 실력자와 나만 알고 싶은 가수의 조합이라니. 성공하지 않는 게 이상하다. 하지만 여기에는 스페이스 오디티의 수많은 땀과 노력이 들어가 있다. 스페이스 오디티는 음악 시장에서 저평가된 가수를 찾아낸다. 당장의 인지도는 없지만, 앞으로 뜰 것 같은 가수를 찾기 위해 ‘소셜 데이터’를 이용한다. SNS 버즈량, 아티스트 개인의 SNS 팔로워 수, 음원차트 순위 등을 분석해, 지지층이 탄탄한 아티스트를 찾아낸다. 폴킴과 멜로망스가 바로 그 예다.


스페이스 오디티가 제작한 폴킴과 멜로망스의 음원은 웹드라마 ‘연애 플레이리스트(이하 연플리)’ OST다. 일부 관계자는 무명 가수라는 이유로 제안을 반대했지만, 김홍기 대표는 직접 분석한 데이터를 근거로 관계자를 설득했다. 결과는 대성공. 폴킴은 데뷔 후 처음으로 실시간 음원 차트 TOP 100에 올랐고, 무명 가수에서 유명 가수로 탈바꿈했다.




최적의 인재로 모시겠습니다. 눈 호강, 귀 호강 보장!


이제 사람들은 대형 기획사의 노래, 대형 스타의 노래만 듣지 않는다. 자신의 취향에 따라 노래를 스스로 찾아 듣는다. 죠지, 폴킴, 멜로망스가 대표적인 예다. 이들은 스페이스 오디티를 통해 알려진 이후, '나만 알고 싶은 가수'에서 '모두에게 사랑받는 가수'가 됐다. (흑흑)


스페이스 오디티는 이를 기회 삼아 아티스트들을 브랜딩 한다.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마다 콘텐츠에 걸맞은 최적의 인재들을 모은다. 라네즈 비비쿠션의 브랜디드 콘텐츠가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나를 빛내줘' 제작 당시 스페이스 오디티는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디지페디를 기용했다. 보통의 CF 제작 방식과 다르게, 뮤직비디오 감독만의 영상미를 더했다. 그래서일까. 컬러풀한 세트와 영화 <라라랜드>를 연상시키는 영상 연출은 큰 인기를 얻었고, 1분 30초짜리 유튜브 영상은 TV CF로 편성되기도 했다.


스페이스 오디티가 기획한 순삭 시리얼 초코 크런치 TVC (20s), 2017


개인적으로 정말 좋다고 생각했던 광고는 스페이스 오디티가 기획한 박경과 켈로그의 콜라보였다. 보통의 광고에서 아이돌을 볼 때는 '저 제품이 아이돌이랑 도대체 무슨 상관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박경과 켈로그의 콜라보는 광고를 넘어 하나의 뮤직비디오를 보는 느낌이었다. 그야말로 찰떡궁합이라는 소리. 박경이 초코 시리얼이고 초코 시리얼이 박경이었다. 박경 특유의 톡톡 튀는 리듬감을 잘 살린 노래와 새하얀 배경 덕분에, 진짜 초코 시리얼을 먹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뮤비 전체를 보고 싶은 분들은 여기로)


이처럼 스페이스 오디티는 브랜드와 사용자뿐 아니라 콘텐츠를 제작하는 크리에이터의 특징까지 분석했다. 그 덕에 박경이라는 아티스트와 켈로그의 제품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단순히 광고만 하는 아이돌이 아닌 '아티스트'로서 광고에 참여하는 것, 그것이 스페이스 오디티가 괴짜 아티스트를 지원하는 방법이다. 그래서 그런가? 스페이스 오디티가 기획한 노래들은 하나같이 믿고 들을만하다.


사진 : 스페이스 오디티 홈페이지


색다른 노래를 알고 싶다면, '오디티 스테이션'


스페이스 오디티의 또 다른 매력은 '뉴스레터'다. 음악 콘텐츠를 만드는 회사인 만큼, 기업 내부에는 누구보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다. 오디티 사무실에는 늘 노래가 흘러나온다. 매주 요원들이 직접 리스트를 만들기도 하고, 자신이 본 재미난 것들을 공유하기도 한다. 요원들의 인사이트가 궁금하다면 '오디티 스테이션' 뉴스레터를 구독해보자.


오디티 스테이션은 크게 3가지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Oddity Playlist : 우리가 들은 노래

Oddity Trending : 우리가 눈여겨본 그 어떤 것

Oddity News : 우리가 새롭게 하고 있는 일들


뉴스레터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파트는 단연코 '플레이리스트'다. 오디티 플레이리스트는 요원들이 한 주 동안 들은 노래 중 좋았던 것들을 공유하는 코너다. 보통 3가지 곡이 들어있는데, 최소 한 곡은 마음에 드는 편이다. 특히 필자는 브라질 느낌 낭낭한 뉴스레터가 좋았다. 케이트가 글을 작성하고 벡이 선곡한 플레이리스트였는데, 브라질 특유의 분위기와 재즈가 합쳐 이국적인 느낌을 내는 게 마음에 들었다.


물론 재즈만 다루진 않는다. 어떤 날은 힙합, 어떤 날은 아이돌 노래, 어떤 날은 시티팝 등 컨셉에 따라 다양한 음원을 추천한다. 걸그룹 음악을 좋아하는 ‘안드레', 재즈, 팝송, 케이팝은 물론 한국의 7080 시대 음악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듣는 ‘애나' 등, 요원마다 각기 다른 취향을 갖고 있다. 지겨운 통근시간을 버티게 해주는 건 역시 좋은 음악뿐이다.


텀블벅에서 펀딩 진행한 굿즈들! (사진 : 스페이스 오디티 홈페이지)


팬덤 있는 스타트업, 스페이스 오디티


좋은 음악을 공유하고, 음악에 관해 언제든 이야기할 수 있는 든든한 친구가 있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그래서일까? 스페이스 오디티는 신생 기업인데도 불구하고 팬덤이 있다. 이들은 스페이스 오디티만이 가진 매력, 예를 들면 도전 정신이나 실험적, 괴짜, 새로움에 열광한다. 대형 기획사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음악 시장에 지루함을 느낀 사람들은 하나 둘 스페이스 오디티의 요원을 자처하고 있다.


실제로 스페이스 오디티는 팬덤의 열렬한 지지 덕분에 좋은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최근 창립 2주년 기념으로 '스페이스 오디티' 티셔츠를 텀블벅에 올렸는데, 목표의 약 1400%를 달성하며 176명의 후원자와 약 580만 원의 금액을 모았다.


시작은 가벼웠지만 오디티 요원들이 티셔츠와 스티커를 정성껏 포장하는 모습을 보며 팬덤의 의미를 다시금 느꼈다. 스페이스 오디티의 텀블벅 프로젝트는 확실히 돈을 벌기 위해 진행한 프로젝트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은 1400%라는 뜻밖의 결과와 함께 두 가지 인사이트를 얻었다. 외부적으로는 스페이스 오디티의 팬들과 소통하며 유대를 강화했다는 것, 내부적으로는 재미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화와 작은 도전이 가능하다는 것을.


“우리는 몸에 지니고 다니는 제품을 선택할 때 그 제품이 세상에 말하는 스토리를 선택 기준으로 삼는다. 가치는 그 물건 자체가 아니라 그 물건이 이 세상에 말하는 스토리에 담겨 있다.” - 조이 프라드밸래너 & 에런 글레이저, <슈퍼팬덤> 중


사진 : 스페이스 오디티 홈페이지


사람들은 왜 스페이스 오디티 티셔츠를 구매했을까? 실용적이어서? 예뻐서? 답은 브랜딩에 있다. 스페이스 오디티는 세상에 처음 나타난 재미있고 이상한 음악 회사다. 실력 좋은 무명 아티스트들이 날개를 펼칠 수 있도록 응원하는 플랫폼이자, 최고의 능력자들과 함께 좋은 음악 콘텐츠를 제작하는 크리에이티브 그룹이다. 좋은 음악과 좋은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브랜드를 누가 마다할 수 있을까? 사람들은 도전 정신과 열정이 넘치는 음악 회사에 호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음악 콘텐츠의 힘


음악만큼 장벽이 낮은 콘텐츠가 있을까?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가 가장 많은 계정 50개 중 17개가 뮤지션 계정이다. 유명 유튜버 중에서도 뮤지션-음악 관련 채널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만큼 음악은 장벽이 낮은 콘텐츠다. 음악은 어디에든 어울리며, 우리와 가장 가까운 경험이다. 스페이스 오디티는 그런 음악 덕후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조금 별나지만 좋아하는 어떤 것이 있다면, 우리는 누구나 ‘오디티'다. 자기만의 길을 자기 다운 방식으로 만들어나간다면 우리는 누구나 '오디티'다. 스페이스 오디티는 그런 세상의 모든 오디티를 응원한다. 새로운 인사이트를 주기도 하고, 때로는 작은 감동과 용기를 준다. 앞으로 스페이스 오디티와 함께할 여정들을 기대하며, 음악 덕후는 또 다른 오디티를 찾으러 나서본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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