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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티치 Aug 25. 2019

[Let's talk] 페미니스트 남성들과

각자 '나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를 변화시켜나갈 우리들에게

나는 ‘나’로 살고 싶습니다. 

‘나’답게 사는 타인들을 존중하고 소통하며 이 사회를 거닐고 싶습니다. 

혹시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께서는 ‘남성이기에’, ‘여성이기에’ 섣불리 무엇으로 호명되고 기대되었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용기내어서 나를 드러냈을 때 어떤 목소리들이 부차적인 것으로, ‘부끄러운 것’으로 일컬어지거나, 놀림당하거나, ‘맞지 않다며’ 지워졌던 경험들이 있으셨나요?


우리는 자라나면서 특수한 형태의 ‘남성스러움’과 ‘여성스러움’을 각 시기별로 요구받아왔고 나 자신을 어떤 방식으로 끝없이 증명해야만 했습니다. 나와 너라는 사람의 특성이자 성격에는 순식간에 ‘남자답지 못한’, ‘여자답지 못한’이라는 딱지가 붙으면서 비난당하고 바뀌기를 요구받았습니다. 어느새 40대, 30대, 20대 여성이자 남성이 되어 ‘나’로 보이는 내 모습들에는 얼마나 많은 억압과 눈물이 얽혀있을까요. 그것은 정말 ‘자연스러운 것’일까요. 어릴 적으로 돌아가 소소한 것들부터 떠오려 봅시다.울고 있던 어린 나에게 ‘고추 떨어진다’, ‘사내답지 못하다’고 외쳤던 가족, 혹은 친족, 혹은 학교 선생님이나 심지어 길거리에서,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무수한 어른들. 학창 시절 욕과 몸싸움으로 점철되어있던 또래 문화에서 벗어나 잠자코 있으면 붙을까 두려웠던 ‘연약함’, ‘남자애 맞냐’라는 꼬리표들. 2년 동안의 군대생활과 그 안에서 겪었던, 말로 차마 일일이 풀어놓기도 막막한 크고 작은 폭력과 그 폭력을 용인하는 문화들. 그리고 그것이 결국 나를 ‘진짜 남자’로 만들어주는 시간이라던 수많은 어른들의 말이 믿기 싫으면서도 문득 문득 정말 그렇게 느껴질 때. 기분이 어땠나요? 나는 무엇을 느꼈나요? 어린 시절의 나부터 지금의 나까지, 왜 나는 나의 아픔과 두려움, 불안을 언어로 풀어내고 나누는 것으로부터 자연스럽지 못했으며, 내가 흘리는 눈물 한 방울은 왜 나에게 낙인처럼 따라다닐 것이란 불안감에 시달려야했던 걸까요?"군대에서의 2년이 사회의 축소판 같이 느껴지는 일상의 순간에, ' 2년이 헛되지 않았구나'하고 기뻐해야 하는 걸까요?"  


남성이기에 받아들여야 했던 답답함과 분노에 가려 ‘너는 여성이니까‘, ’여성인데도‘의 순간은 애써 외면하고 있지는 않았나요. 매순간 ’예뻐야 하는‘ 여성들에 대한 ’당연한‘ 외모 품평과 집에 들어가면 어머니가 해주셨을 당연한 밥. 일하고 있는 여성들에게는 ’그러니까 니 애가 겉도는거야‘의 말부터, 성폭력 피해 여성의 호소에 ’꽃뱀‘이라는 낙인적인 호칭까지. ‘나만 그러는 게 아냐, 다 그래’와 ‘나는 안 그래’의 사이에 위치한, 나는 보지 못했지만 수많은 ‘너’들은 일상적으로 겪어왔을 억압의 응어리까지. 우리를 가두고 있던 무수한 억압들을 하나의 큰 개념적인 틀로 이해하고 그 실체를 언어화시켜 마주하고 행동할 수 있게 해줍니다. 그제서야 우리는 이것이 결코 나만의 문제가 아니었구나, 하며 고개를 돌려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고 함께 일으켜줄 수 있을 것입니다.


페미니즘은 그를 배우고 실천하고자 하는 사람의 수만큼 다양하게 존재한다고 합니다. 우리의 페미니즘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강요된 가면들을 하나씩 내려놓고 내가 좋아하는 색을 들어 칠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그리고 또한 타인에게 가면을 강요하지 않고가면을 벗은 상대를 조롱하고 비난하지 않을  있기를 바랍니다처음에 내려놓는 그 과정들은 불편하고 낯설겠지만 그럼에도 결국엔 함께 그를 겪어내며 모두가 존중하고, 존중받으며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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