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는 가끔 유치원 앞에서 들어가기 싫다고 한다. 왜 싫은지 이유를 말해주면 되는데, 그냥 엄마한테 안겨있는다. 물어봐도 묵묵부답. 선생님은 혹시 집에서 무슨 일 있었냐고 물어보시는데, 별일 없는 경우가 더 많다.
오늘은 등원 준비를 거의 다 하고, 갑자기 엄마한테 안기는 아이. 엄마랑 계속 안고 있고 싶단다. '그래~ 아가처럼 안고 있자! 그럼 집에 있을까?' 물어봐도 그건 싫단다. 체육 선생님 오시는 날이라 가야 한다고.
다 준비하고 현관문을 닫으려다 내 눈에 보인 것. 아이는 양말을 뒤집어 신었고, 티셔츠 안에 러닝을 입지 않았던 거다. 급하게 아이를 다그치며 양말을 다시 신기고 러닝도 입혔다. 나도 모르게 아이에게 짜증을 내버렸다. 순간 표정이 바뀐 아이. 난 그 순간 아이를 달래야 한다는 생각보다 '또 유치원 앞에서 안 들어간다는 거 아니야? 엄마가 화내서?"라는 마음이 들었다. 에효;
다시 정신 차리고 아이를 달랬다. 엄마가 미리 챙기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다민이 좋아하는 비타민 한 개 가져와서 먹자고 했다.
아이가 꺼내온 젤리.
"이거 어디 있었어? 없었는데?"
"응. 이거 저번에 여수 갈 때 엄마가 사준 거. 내가 남겨놨어. 아빠, 엄마, 언니랑 같이 먹으려고"
7월 말부터 아이의 보물 상자에 들어있던 젤리다. 볼 때마다 먹고 싶지 않았을까. 아이 보물 상자에 뭔가가 가득 들어있다는 것만 알고 있다. 첫째도 자신만의 보물 상자에 반지, 비타민, 도토리, 돌.... 또 내가 모르는 것들을 간직하고 있고.
그 보물 상자 속 물건들이 아이들에게는 어떤 의미일까. 모아놓은 비타민과 사탕들은 가끔씩 친구들과 나눠먹는다고 봉지에 담아 가기도 한다. 둘이 앉아서 상자 속 물건들을 꺼내놓고 한참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시간이 지나면 아이들이 생각하는 '보물'의 의미가 달라지겠지. 그래도 지금 쌓는 이 귀여운 추억들이 나중엔 큰 힘이 되어주리라 믿는다.
젤리 덕분인지 엄마의 사과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는 밝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줬다. 그런 아이를 보며 '한 번 더 안아 줄걸...' 하며 아쉬워하는 나는 바보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