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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pexQ Dec 09. 2022

SCM이란 무엇인가?(6)

스승이 되고 싶었던 시스템

사실 i2의 주인 노릇이 "수요 예측"에 한정했다면 문제가 커지지 않았을 것이다. 문제는 생산이었다


i2는 생산을 공장 생산계획(Factory Plan)과 좀 더 범위가 큰 생산계획으로 나누었다. 공장이 1개 이상인 경우, 특히 삼성전자와 같이 해외 공장까지 포함될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 한국 공장에서 미국에 물건을 보낼 수도 있지만 멕시코 공장과 말레이시아 공장에서도 미국으로 물건을 보낸다. 이제 문제가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어디서 생산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냐의 문제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고객의 위치를 기준으로 전 세계 공장 중 효율적 선택을 해야 한다면 먼저 물류를 고려해야 한다. 물론 가까운 공장이 최선의 답지일 것이다. 하지만 공장의 규모(Capacity)와 생산 효율성 그리고 자재가 있는지도 보아야 한다. 이렇게 생산을 결정할 때 종합적인 고려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이것을 MP(Master Plan)라 부르기도 하고 공급 사슬(Supply Chain)을 두루 살피고 계획을 짜야하기 때문에 SCP(Supply Chain Plan)라고 부르기도 한다.


삼성전자에서는 그렇다면 i2 System이 도입되기 전에는 어떻게 계획을 짰을까? 

한국에는 전 세계 업무를 제어(Control)하는 본부(Head Quarter)가 있다. 본부의 "Global 생산관리"라는 부서가 생산 부문의 제어 담당이었다. 이 부서에서 먼저 전 세계 수요와 공장의 상태를 확인한다. 그러니까 Master Plan을 짜는 것이다. 본부 계획의 결과를 바탕으로 전 세계 각 공장은 각자 생산해야 할 수량을 배분받는다. 이후 각 공장의 생산 계획 담당자가 공장 별 계획을 수립한다. 그러니까 Factory Plan을 짜는 것이다. 


도대체 뭐가 달라진 것이지? 

업무 프로세스는 큰 차이가 없다. SCM은 얼핏 보면 기존에 하던 프로세스를 지원하게 될 시스템을 도입한 것뿐이었다. 시스템이 지원을 해 준다니 얼마나 좋은 일인가! 


수요예측은 영업 입장에서는 기존에 잘하지 않던 업무를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추가로 하게 된 측면이 있다. 그런데 SCP는 생산관리 부서에서 기존에 하던 업무를 시스템이 해준다는 것이 아닌가? 무슨 문제가 생길 것이 없는 시도였다. 그렇다면 어디서 무엇이 잘못되었던 것일까? 


i2의 SCP가 적절한 역할을 했느냐에 답을 내리기에 앞서 우리는 i2의 SCP가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었는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i2의 SCP는 다음과 같은 목표가 있었다. 그리고 아직도 많은 회사들이 SCM을 도입하면서 이런 목표를 가지고 시스템이 해결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마케팅, 제조, 생산관리, 구매, 개발, 협력회사 등을 망라하여 전 세계의 주요 제약조건을 모두 고려하는 글로벌 최적화 계획 수립 프로세스와 시스템이 갖추어져야 한다."

(2005, 물류신문, SCM 성공기업의 발자취 - 이 글은 당시 i2에서 작성했음)


그렇다. i2의 SCP는 전 세계의 제약조건을 모두 고려하는 계획을 수립하는 시스템을 목표로 했다

이것이 가능한 것이었을까? 답은 오로지 "주관적으로" 내려 본다. "NO"

그렇다면 사반세기가 지난 지금의 SCM 시스템은 이제 가능해지지 않았을까? 인공 지능도 딥러닝 등을 통해 엄청난 발전이 이루어졌고, 데이터 처리 기술과 속도도 고도화되었지 않은가? 답은 역시 오로지 "주관적"으로 내려 본다. "글쎄..." 


그렇다면 왜 잘 안 되었다고 보고 지금도 되기 어렵다고 보는 것인가? 

이에 대한 답은 좀 더 명확하게 할 수 있다. SCP라는 시스템과 이 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구조 때문이라고. SCP는 마케팅, 제조, 생산, 구매, 개발, 협력회사 등을 망라하는 전 세계 제약 조건을 최적화하여 결과를 제공하는 "엔진"에 의존한다. 

하지만 당시의 엔진도, 현재 기술 수준의 엔진도 저렇게 방대한 제약조건을 최적화하기는 어렵다. 지금도 어렵고 성공 사례를 찾기 어려운데 25년 전 과거에 가능했을까? 


스템은 업무를 보조하는 것이 본연의 역할이다. i2가 기존에 하던 업무의 일부를 지원하는 식으로 시스템을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하지만 이 시스템 "선생님"은 자신이 준비한 SCM 이론과 한 몸이 되어 "스승으로서 공경"받는 존재가 되고 싶었다. 손과 발의 역할이 아닌 머리가 되고 싶어 했던 것이다.  


생산 영역에서 i2의 "훈수"가 미치는 영향은 컸고 아직도 그 영향이 남아있다. 

SCM의 목표가 "회사의 처음부터 끝까지(End-to-End) 최적화"하는 것이며, 이것이 SCP라는 SCM의 특정 모듈을 통해 가능할 것이라는 믿음이 여기저기 뿌려져 지워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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