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부터 시작이겠다.
아침 말씀 묵상 이후에 사랑이라는 것에 관해 미처 헤아리지 못했던 부분을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사람들은 하나님은 사랑의 하나님이시지만 동시에 공의의 하나님이심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또한 사랑의 하나님이 아닌가 생각했다. 올바른 길로 가도록 바로잡는 것, 어쩔 수 없이 공의가 행해져야 하는 부분. 이 또한 사랑이라는 것.
사실 n번방 사건과 관련해 많은 생각을 하곤 했다. 아직도 다 가누어지지 않을 만큼 정말 많은 회의와 믿음에 대해 자꾸만 숙여지는 고개, 여전히 이 모순과 괴리에 대해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에 대해서 정리가 되지 않는다. 어쩌면 평생의 숙제일지도 모르겠다. 계속해서 노력하다 보면, 모든 것은 아닐지라도 사람과 신 사이에 맺어진 연결고리가 분명한 사랑이라는 것을 어쩌면 보다 헤아릴 수 있지 않을까 하여.
다만 한 가지 오늘에서야 조금이나마 갈무리된 것은 처벌과 신상 공개에 관한 입장이었다.
성범죄 등에 관련하여 법의 개정이 절실한 것임은 분명했다. 피해자들에 대한 공감과 이 모든 일에 대한 분노 또한. 그러나 신상 공개에 대한 부분에 있어서 만큼은 여전히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갈피가 잡히지 않는다 하여 다소 소극적으로 임했던 이전의 내가, 그 시간 속에서 해왔던 생각들이 얼마나 얄팍하고 안일하며 모자란 것이었는지, 이에 대한 자책은 옳지 않지만, 반성해야 할 것임은 분명했다.
사건에 있어서 근본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무엇이 지금의 상황들을 초래하였는가. 나는 과연 그 근본에서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 모든 게 이 지경이 되기까지 나는 과연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감히 내게 범죄자들을 향해 무어라 할 자격이 있을까. 범죄의 양상을 보게 될 때마다 나를 돌아보게 된다. 나는 과연 그들과 똑같은 상황을 거쳐간다고 하였을 때, 똑같은 짓을 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들에 대한 깊은 증오와 함께 설명되지 않는 감정들이 마구잡이로 휘몰아친다. 도무지 그 근본이 잡히지 않았다. 여전히 잡히지 않는다. 계속해서 여쭈며 찾아가야 할 부분이다.
이런저런 생각과 함께 도무지 답이 내려지지 않아, 깊게 생각하기를 꺼렸다. 나름 생각한다고 했는데, 하나도 제대로 생각해보지 않았음을 오늘에서야 조금이나마 깨달을 수 있었다.
신상공개도, 처벌도 분명히 이뤄져야 한다는 것.
이미 벌어진 일, 나서서 무엇하겠냐는 생각은,
나 하나 소리쳐서 무엇하겠냐는 생각은,
이 나라에 나 하나 투표해서 무엇이 바뀌겠냐는 생각만큼이나 몰상식한 것이었다.
병들어 가고 있는 사회에 병들고 있음을 분명히 고하는 것. 곧 , 사랑이겠다.
병을 치유해가는 그 모든 과정이 늘 아름답지만은 않다. 상처에 약을 발라 소독하고 회복시켜 가는 과정은 쓰리다 못해 치열하다.
명확한 신상 공개와 처벌 또한 그러하다.
죄가 죄임을 분명히 가르쳐주는 것.
처벌은 심판이 아닌, 그 치유의 과정 중 하나이다.
이 또한 사랑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진정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그 진정한 기저를 함께 찾아가지 않는다면
뿌리째 바꾸지 않는다면, 되풀이될 것이다.
신상 공개와 처벌
이것만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과연
나는 이 일에 관하여 철저히 손가락만을 가리킬 수 있을까.
나는 과연 이 일에 있어서 무관하며 무고한 시민인가.
나는 어떠한 권리를 요구하며 어떠한 책임을 이행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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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를 향해서 뿐만 아니라 스스로를 향해서 또한 이러한 질문을 던지는 '나는'이 모여, ‘우리는’을 이루어 헤아릴 수 없을 때 비로소 ‘모두’가 되어 함께를 더불을 수 있을 것이다.
함께 분노하고 함께 아파하며 함께 바로잡아야 한다
그게 사랑이며 그게 치유이며 그게 더불어 시민이다
#punish_nthroom
#arrest_nthroom
#nthroom_s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