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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을하 Apr 15. 2020

더불어 국민이란

나부터 시작이겠다.




  아침 말씀 묵상 이후에 사랑이라는 것에 관해 미처 헤아리지 못했던 부분을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사람들은 하나님은 사랑의 하나님이시지만 동시에 공의의 하나님이심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또한 사랑의 하나님이 아닌가 생각했다. 올바른 길로 가도록 바로잡는 것, 어쩔 수 없이 공의가 행해져야 하는 부분. 이 또한 사랑이라는 것.


  

  사실 n번방 사건과 관련해 많은 생각을 하곤 했다. 아직도 다 가누어지지 않을 만큼 정말 많은 회의와 믿음에 대해 자꾸만 숙여지는 고개, 여전히 이 모순과 괴리에 대해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에 대해서 정리가 되지 않는다. 어쩌면 평생의 숙제일지도 모르겠다. 계속해서 노력하다 보면, 모든 것은 아닐지라도 사람과 신 사이에 맺어진 연결고리가 분명한 사랑이라는 것을 어쩌면 보다 헤아릴 수 있지 않을까 하여.

  


  

  다만 한 가지 오늘에서야 조금이나마 갈무리된 것은 처벌과 신상 공개에 관한 입장이었다.


성범죄 등에 관련하여 법의 개정이 절실한 것임은 분명했다. 피해자들에 대한 공감과 이 모든 일에 대한 분노 또한. 그러나 신상 공개에 대한 부분에 있어서 만큼은 여전히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갈피가 잡히지 않는다 하여 다소 소극적으로 임했던 이전의 내가, 그 시간 속에서 해왔던 생각들이 얼마나 얄팍하고 안일하며 모자란 것이었는지, 이에 대한 자책은 옳지 않지만, 반성해야 할 것임은 분명했다.


사건에 있어서 근본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무엇이 지금의 상황들을 초래하였는가. 나는 과연 그 근본에서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 모든 게 이 지경이 되기까지 나는 과연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감히 내게 범죄자들을 향해 무어라 할 자격이 있을까. 범죄의 양상을 보게 될 때마다 나를 돌아보게 된다. 나는 과연 그들과 똑같은 상황을 거쳐간다고 하였을 때, 똑같은 짓을 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들에 대한 깊은 증오와 함께 설명되지 않는 감정들이 마구잡이로 휘몰아친다. 도무지 그 근본이 잡히지 않았다. 여전히 잡히지 않는다. 계속해서 여쭈며 찾아가야 할 부분이다.



  

  이런저런 생각과 함께 도무지 답이 내려지지 않아, 깊게 생각하기를 꺼렸다. 나름 생각한다고 했는데, 하나도 제대로 생각해보지 않았음을 오늘에서야 조금이나마 깨달을 수 있었다.


신상공개도, 처벌도 분명히 이뤄져야 한다는 것.




이미 벌어진 일, 나서서 무엇하겠냐는 생각은,

나 하나 소리쳐서 무엇하겠냐는 생각은,

이 나라에 나 하나 투표해서 무엇이 바뀌겠냐는 생각만큼이나 몰상식한 것이었다.


병들어 가고 있는 사회에 병들고 있음을 분명히 고하는 것. 곧 , 사랑이겠다.


병을 치유해가는 그 모든 과정이 늘 아름답지만은 않다. 상처에 약을 발라 소독하고 회복시켜 가는 과정은 쓰리다 못해 치열하다.


명확한 신상 공개와 처벌 또한 그러하다.

죄가 죄임을 분명히 가르쳐주는 것.

처벌은 심판이 아닌, 그 치유의 과정 중 하나이다.

이 또한 사랑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진정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그 진정한 기저를 함께 찾아가지 않는다면

뿌리째 바꾸지 않는다면, 되풀이될 것이다.

신상 공개와 처벌

이것만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과연

나는 이 일에 관하여 철저히 손가락만을 가리킬 수 있을까.

나는 과연 이 일에 있어서 무관하며 무고한 시민인가.

나는 어떠한 권리를 요구하며 어떠한 책임을 이행하고 있는가.

.

.

.


상대를 향해서 뿐만 아니라 스스로를 향해서 또한 이러한 질문을 던지는 '나는'이 모여, ‘우리는’을 이루어 헤아릴 수 없을 때 비로소 ‘모두’가 되어 함께를 더불을 수 있을 것이다.


함께 분노하고 함께 아파하며 함께 바로잡아야 한다

그게 사랑이며 그게 치유이며 그게 더불어 시민이다


#punish_nthroom

#arrest_nthroom

#nthroom_st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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