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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enker Aug 03. 2022

난맥

사색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되는 생애 한 전환점이 있다. 그것은 내 생각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을 갖는 일이다. 스스로를 통제함에 있어 유연한 힘을 갖는 일 앞에서는 매번 나는 난맥을 경험한다.


생각을 통제할 수 없는 삶은 그다지 자유롭지 않다. 하기 싫은 생각에 사로잡혀 마음이 분하거나 누군가 괘씸하게 느껴져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만큼 괴롭다. 그냥 나는 스스로 제어가 되지 않을 만큼의 왕 예민한 사람이다.


운전을 해야 할 때, 하기 싫다는 생각이 든다. 주차되어있는 차를 빼고, 목적지에 다녀오면 차를 댈 곳이 없을 것 같아서다. 그래서 외출 내내 주차공간이 신경 쓰여 마음이 급하다.

운동을 갔을 때, 스튜디오에 수건 통이 텅 비어있을 때가 있다. 그럴 때 짜증이 나서 운동에 집중할 수가 없다.

때로 나는 내가 이 스트레스를 즐기나 하는 의심이 든다. 왜 나는 스스로를 괴롭게 만들까. 생각을 제어할 수 없을까. 화가 나는 생각을 자꾸 날까. 위에 말한 아주 사소하고 아무것도 아닌 상황도 과한 스트레스로 내게 온다.

과거에 스트레스받았던 어떤 사건을 생각하면 더 그렇다. 하루 종일 그 순간이 그 사람이 생각난다. 마음속으로 수없이 하고 싶은 말을 생각한다. 그러다 보면 실제로 내가 그 사람에게 그 말을 한 것 같은 혼란이 오기도 한다. 괴롭다 무진장 괴롭다 못해 내가 못되고 고약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두 달 전쯤인가 다시 이전에 다녔던 정신과를 찾았다. 별건 아니었는데, 가끔 과한 생각에 빠지면 과호흡이 오면서 숨이 막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벌렁거리다 못해 속에서 주먹으로 가슴을 치는듯한 심장이 입 밖으로 툭 하고 나올 것 같은 기분이다.


“그래서 본인이 어떻게 되길 바래요? 바라는 걸 이야기해보세요”

의사가 물었다.

“저는 편안해지고 싶어요. 괴롭지 않고 편안하면 좋겠어요.”

“어… 안 되는 건 안된다고 말해야 하잖아요. 그건 안돼요. 그냥 본인은 그게 안 되는 사람이에요. 다른 사람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인정을 하시고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지 하셔야 해요”


나는 몇알의 안정제를 받아 들고 나왔다. 그리고 두 번 다시 병원에 가지 않았다. 그리고 앞으로도 절대 가지않을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것은 일시적으로 편안해지는 것이 아니다. 더 이상 괴롭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아니라면 병원도 의미가 없다.


어제는 어느 때처럼 멈출 수 없는 괴로운 생각을 하다가 문득 내게 물었다.

왜 나는 이렇게 피곤하게 사는가.


그냥 손해 좀보고 호구 취급 좀 당해도 편해지고 싶은데, 5초 남은 초록불의 신호를 보며, 그마저도 손해 보기 싫어 뛰고 싶은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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