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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즈 uze May 10. 2020

<책 읽고 글쓰기>

비대면이 믿기지 않는 글쓰기 특강


어느 순간부터 조금 헷갈리기 시작했다. 내가 책을 읽고 쓰는 글은 서평인가, 독후감인가, 소개글인가? 아니면 이도 저도 아닌가. 너 나할 것 없이 온라인 플랫폼에서 자기 콘텐츠를 만드는 시대. 가장 만만한 길 중 하나가 좋아하는 책 읽고 글 올리는 것이고 보면 나 같은 고민을 하는 이들이 많을 것 같다.


‘쓴다면 좀 제대로 쓰고 싶다’는 고민을 하던 차에 눈에 띄는 신간이 등장했다. 현재 서울대학교 글쓰기 담당 교수로 재직 중인 나민애 교수의 <책 읽고 글쓰기>. 심하게 직관적인 제목도 꼭 박히는 데다 부제마저 솔깃하다. ‘몹시 친절한 서평 가이드’. 높은 수준의 자소서를 쓰고 입학했을 서울대 학생들도 서평은 힘들어하는지 그의 수업은 늘 기초교양강의에서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며 지난해 우수교원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과연 책을 펼쳐보니 왜 그런지 알 것 같다. 머리말부터 서평이 뭔지 헤매는 너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교수님의 마음이 찡하게 와 닿는다. 강의 첫날 ‘우리 잘난 척은 그만 내려놓고, 첫 글자부터 차근차근 걸음마부터 시작하자’고 말한다는 저자는 독자들에게도 같은 취지의 덕담을 들려준다. “이 책은 서평 쓰기를 할 때 당신의 손이 외롭지 않도록, 나아갈 방향을 모르지 않도록 함께 잡아드릴 것이다.”    

  

저자는 모든 쓰기는 콘텐츠라는 이름의 큰형, 콘텐츠 이해라는 둘째 형 다음에 태어나는 삼 형제 중 막내와 같다고 말한다. 쓰기를 위해서는 우선 읽고 이해해야 한다는 뜻. ‘읽고 이해하고 쓴다’는 이 삼 형제를 가장 다루기 좋은 영역이 서평으로서 이는 단순한 글쓰기가 아니라 공부와 글쓰기의 접점이라고 한다.

     

서평의 체급을 정한 다음 기초체력을 키우는 것이 두 번째다.


서평 신생아들에게 자신감을 북돋아 주는 머리말에 이어 1장 ‘서평 체급 정하기’부터 본격적인 시작이다. 우선 “네가 쓰고 싶은 게 어느 정도니?” 분량을 체크하는 게 첫걸음이다. 저자에 따르면 글쓰기는 일종의 노동으로서 글 쓰는 노동자에게 노동의 양만큼 중요하고 절대적인 기준은 없다고 한다. 또한 적은 분량의 서평 쓰기-단형 서평-중형 서평 등 분량에 따라 나아갈 길도 다르다. 이 책에서는 한 줄 리뷰, 100자 리뷰부터 블로그용 리뷰, 전문가가 쓴 전문적 서평에 이르기까지 서평 유형을 구분한 뒤 상급, 중급, 초급, 그 외 특수한 상황까지 자기 수준을 체크해 어떤 서평에 도전할 것인지 도와준다. 그다음에는 과연 서평이라는 게 뭔지, 독후감과는 뭐가 다른지, 어떤 요소들이 들어가야 서평이라 할 수 있는지 알려준다. 서평을 위한 독서법도 제시한다.  

    

이어 2장 ‘서평러를 위한 기초 체력 키우기’에서는 단형 서평(100자 리뷰), 중형 서평(블로그 서평), 장형 서평(아카데믹한 학술서평)으로 나뉘어 조목조목 쓰는 법을 알려주고 있다.


마지막 하이라이트는 서평 쓰기 실전에서 활용할 꿀팁을 모은 부록. 문학, 학술 등 분야에 따라 차별화해야 할 항목 리스트업에 서평 제목 뽑는 법, 쓸 말이 없을 때 긴요한 비교와 유형화 테크닉, 잘 쓴 서평 예까지 들어주었다. 책 읽기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을 위해 책 각 부분을 햄버거에 비유해 먹어 치워 보자는 ‘햄버거 독서법’도 재미있지만 아예 1. 저자 및 책 정보 소개 2. 줄거리 압축적 요약 3. 분석 및 인용 파트 4. 결말 부분 등으로 나누고 각 부분에 필요한 요소를 제시해 빈칸만 따라 채우면 서평이 되는 ‘마법노트’가 대미를 장식한다. 어떻게든 용기를 잃지 않게 하려는 세심한 배려.     


선무당이 무섭다고 초심으로 돌아가 이 책을 읽으니 내가 써왔던 글들이 정확히 어느 지점 정도인지 알 것 같다. 서평이 가져야 할 요소들을 염두에 두면서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 그런데 이 글은 서평이 아니라 소개글입니다. 제대로 된 서평은 다음 기회에...


*이 리뷰는 반디앤루니스 서평단  '펜벗' 10기 활동을 위해 쓰여졌습니다. 다른 펜벗들의 리뷰도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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