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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irce Feb 12. 2021

책 <면역에 대하여>



<면역에 관하여> 굳이 빌게이츠, 마크 저커버그의 추천도서라는 것을 제쳐두고라도, 2016 출간 당시 신뢰하는 많은 사람들의 좋은 평을 들었기 때문에 사두었던 책이다. 코로나 시대에  책을 읽기 시작하니 16 코로나를 전혀 상상하지 못하는 시점에서 책을 썼던 저자의 입장이 되어 기시감을 느끼며 읽었다.

 책은 1998 백신과 자폐에 대한 연관성에 대한 루머(사실로 밝혀진  없다) 시작으로 화학적 물질은 거부하고 자연에 대한 맹신으로 행해지는 수두파티  백신에 대한 뜨거운 논란 속에 나오게  책이다. 저자가 출산이라는  없이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아이의 안전과 건강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면서 면역과 이를 둘러싼 문제를 파헤친다.
 
사실 나는 무딘 편이라 백신이나 아이가 쓰는 제품에 대한 독성 여부에  관심이 없는 편이다. 아이의 구강기에도 가끔 생각날때 물티슈로 장난감을 닦은 정도가 전부였고, 백신에 대해서도 의문을 품은 적이 없다. 믿을만한 대기업의 제품을 쓴다는 정도의 생각만 갖고 있다. 아이의 백신 접종을 거부할  있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게된 사실이다. 그래서 중간중간 작가가 내비치는 아이에 대한 염려는 다소 지나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런 걱정과 호기심이  책을 이끌어냈으리라고 생각한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경악스러운 사건 이후 그에 대해서는 의도적으로 관심을 끄고 있었던  같은데 그가 백신회의론자라는 것은 여기저기서 들어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그냥 무식한 할아버지라고 넘겨 생각했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내가 무지했던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 질병 통제 예방 센터의 2004 기준에 따르면, '백신 미접종 아이들은 주로 백인이고, 대학 교육을 받았으며 비교적 나이가 많은 기혼의 어머니를 두었고, 소득이 7 5 달러 이상인 가정에서 사는 경우가 많았다.' 내가 지레 짐작했던 내용과 정확히 반대였다. 교육 수준이 낮고 소득이 일정 수준 이하의 유색인종의 백신 접종율이 낮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책의 저자인 율라 비스 또한 '신중한 숙고' 끝에 아들이 태어났을때 B 간염 백신을 맞추지 않는다(후에 여러 생각과 상황이 변한다). 당연하게도, 고등 교육을 받고 소득 수준이 높은 사람들이 백신을 맞지 않기로 '선택'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그들은 충분한 지식을 접하고 고민 끝에 그들 '자신의 ' 필요한 최선의 결정을 내리는 것이었다. 공공의 관점에서 인간이 결국 연결되어 있으며 타인의 면역이 위험한 이상 개인의 면역도 위협 받으리라는 사실은 (의도적으로)간과하고 말이다.
책에 소개되는, 미국에서 부모들에게 널리 읽히는 <우리집 백신 백과> '밥아저씨' MMR백신(홍역, 볼거리, 풍진 종합백신) 부작용을 두려워 하는 부모들에게 아예 이렇게 이야기한다. '나는 그런 부모들에게 두려움을 이웃과는 나누지 말라고 조언한다. 지나치게 많은 사람이 MMR 백신을 회피하면 발병이 눈에 띄게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대목에서 보통의 양심적인 사람들이라면 이상한 기분을 느낄 것이다. 결국  말은, '나의 아이만 백신의 부작용을 피해야만 한다. 그렇지만 아이가 홍역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는, 다른 아이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백신을 맞아 사회의 면역 체계가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세련되게(세련되지도 않다. 사실  역겨움을 느꼈다. 그걸 은밀히 생각하는 것도 옳지 않을텐데 이를 책에 쓰고 사람들에게 권한다니.) 말한것에 다름이 없다. 이런 책이 백신의 부작용에 대한 대안 혹은 (특정 개인이 생각하기에) 국가 권력의 남용에 대한 대응으로 인기를 얻고 사람들에게 읽힌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와 비슷한 생각으로 저자도  책을 거론한것으로 보인다.

돌이켜보니 내가 아이를 출산한 병원에서도 나에게 아이의 백신 접종 의사를 물은 적이 있다. 나는 출산 과정에서 배제되지 않고 싶었기 때문에, 산모의 의견을 미리 수집하고 출산  담당의사와 미리 협의하는 대학 병원을 일부러 찾았다.  병원에서는 나에게   여가지가 적힌 질문지를 작성하도록 요청했는데, 내진 여부, 제모 요청 여부, 출산 과정에서의 남편의 개입 정도, 무통 주사 사용 여부, 출산 직후 수유를 원하는지 등을 포함하여 지금은 기억에 남지도 않은 아기의 여러 백신 접종 의사를 물었었다. 당시 이런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 나에게 백신 여부를 정하라고 하는거지?' 그리고 백신에 관해서는 여느 다른 병원에서 묻지 않고 시행하는 것처럼 의사에게 판단해줄 것을 맡겼다. 출산 과정만 관심 있었지 아이의 백신 접종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던 분야였다. 생각해보니 백신을 원치 않는 부모일 경우를 상정하고 만든 질문지였고, 우리나라에도 생각보다 백신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 사람이 많을 거라는 생각이 지금에서야 든다.

책은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 아프리카 아이들의 건강에 미친 부정적인 영향, 미국의 CIA 작전의 가짜 백신 접종 캠페인으로 파키스탄에서 여성 보건 인력이 살해 당하고 소아마비 근절 캠페인이 중단된  등의 사례를 언급하며 면역은 정치의 문제라는 점을 환기시켜주기도 한다. 저자도 언급했듯이, 백신 접종 여부를 고민하고 선택하는 '사치' 시간과 , 지식에 대한 자원이 넘치는 부유한 나라에서 주로 이루어질수 있다. 그래서 그들이 걱정하는 환경 혹은 인간 건강에 해로울지 '모르는' 독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DDT 같은 일부 물질의 생산을 불법으로 만들수 있는 권력을 지녔다. DDT 유일한 해결책인, 가난한 나라의 아이들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모른 . 작가는 볼테르의 <캉디드> 이야기하며 끝맺는다. '만일 이것이 가능한 최선의 세상이라면 다른 세상들은 대체 어떻단 말인가?'  세상을 낙관할  없을때,  곳은 도피처가 아니라 세상을 가꾸는 장소이길 바란다고. '면역은 우리가 함께 가꾸는 정원'이라고 말하며 글을 맺는다.

아주 가끔은, 저자 자신도 계속 환기하듯  1세계 백인 여성으로서 '누릴  있는' 고민이라는 , 의사인 아버지 이야기를 끊임없이 언급하는  등이 불편한 지점도 있었다. 그러나, 책에서 언급한 수전 손택의 '아무리 좋은 여권만을 사용하고 싶을지라도, 결국 우리는     차례대로, 우리가 다른 영역의 시민이기도  점을 깨달을  밖에 없다' 말처럼, 저자는 특권을 누리는 백인 여성이기도, 동시에 유난 떠는 '엄마'로서 남자 의사에게 멸시를 받기도 하는 사람이다. 물론  밖에도 수많은 사람이다.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있는 이야기가 있다고 생각하고,  이야기들이 모여 다투고 합해져서, 우리가 사는 사회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 모든 이야기는 의미가 있다.


사족. 정말 여러모로 미국적인 책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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