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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이 되어서야 알게 된 것들

나는 남과 다르지 않다.


20대의 나는 강남 거리를 걸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나는 이런 곳에서 일하게 될 거야."


벌써 20여 년 전 이야기지만 그때도 강남은 활기찼고 높은 건물들의 천국이었으며 많은 직장인들의 워너비 공간이었다. 내가 이전에 살던 종로와는 사뭇 달랐는데, 종로의 경우에는 시장과 상점이 복잡하게 엉켜있어서 몇몇 건물들만 새 거였고 나머지는 너무 오래돼서 당장 무너질 것만 같은 곳에서 일하는 경우도 꽤 있었다. 그리고 내가 이전부터 봐 왔던 곳이라서 그런지 왠지 좀 멋들어지고 뭔가 있어 보이는 강남이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리고 너무나 당연하게 그곳에서 일을 할 줄 알았다.




며칠 전 코엑스에 전시회가 있어서 강남역으로 가는 회사 셔틀버스를 타고 내렸다.

역시나 강남역 주변은 으리으리했으며 평일이어서 그런가 많은 직장인들이 나와서 점심을 먹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여성 분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식사와 커피를 마시러 다녔고 남성 분들은 절반 이상(?) 담배를 피우고 있거나 대화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뭐 일상적인 모습이다. 그런데 그날따라 그 모습이 왜 이리 신기하게 느껴졌을까?


후배가 맛있다고 하는 음식점을 들어갔다.

주변을 한 번 쓰윽 살펴보았다. 80% 이상이 여성 분들이다. 남녀 차별의 의미로 이야기를 한 것이 아니라 대체 남자들은 다 어디서 밥을 먹고 있는 거지? 직장인들의 비율상 절대 여성 분들이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실제 음식점에 와서는 이렇게 여성분들 뿐이다. 


"얘들아, 주변에 온통 여성 분들 뿐인데 대체 남자들은 어디서 밥을 먹는 거야?"

"형, 그러게요?"

"오빠, 대부분 어차피 남자들은 국밥이나 먹고 담배 피우고 들어가던가 할 거예요."

"아냐! 난 안 그렇다고!"

"다 똑같다니깐"




뭔가 아니라고 말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다음 변명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전날의 내가 그러했으니 말이다(아, 물론 담배는 피우지 않는다. 다만 동료들이 담배를 피니 같이 옆에 가서 커피를 마시긴 하지만) 전형적인 '아저씨'의 모습이라고 할까? 혹시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40대 아저씨가 있는가? 아니다, 확신한다. 우리는 아저씨 맞다.


강남 바닥에서 일을 못하고 경기도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우리는 똑같다. 

나는 다른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다. 마음속 어딘가에서는 '나는 남과 다르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주식이나 코인을 할 때도 '나는 남과 다르다'라고 시작해서 '결국 남과 같다는 것을 이해하고 끝나는' 경우를 보게 된다. 솔직히 인정하면 좀 편하다. 내가 남과 같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런데 이 간단한 결론을 20여 년이 지난 이후에야 알게 된다. 내가 좀 철이 안 들어서 그런가? 뭐 어때, 지금이라도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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