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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국내 MBA에 관심 있어요? (3)

나는 결국 K대를 선택했어요

우리는 흔히 여기를 엘포관이라고 불렀다.

K대 면접은 심플했다.

교수 두 분에 면접자 한 명. 당연히 누군가에게 면접을 받는다는 것은 굉장히 마음 조리는 일이긴 하지만 이미 H대에서 한 번 해서 그럴까, 뭐 맘대로 해라라는 느낌으로 시작을 했다. 역시나 시작은...


"왜 MBA에 지원을 하셨어요?"


사실 이 질문에 답을 하기가 참 어렵다. 거의 자기소개 수준으로 나오는 단골 질문인데도 쉽게 답을 하기 어렵다. 아마도 MBA 과정이 한편으로는 모든 산업에 맞아 들어갈 수도 있으면서도 특히 내가 있는 제조업에서는 사실 완벽하게 맞기 어려운 부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나는 반도체 설비 엔지니어로서 기존에 경영에 관련된 학문을 제대로 배워본 적도 없기에 이 질문에 답을 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아마 이 글을 보고 있는 많은 분들이 이 질문에 대해서 명쾌하게 답을 했을 수도, 아닐 수도 있겠지만 난 그냥 미래지향형 답을 했던 것 같다. 교수님들 표정은 '어차피 네가 그렇게 말을 할 줄 알았다'라는 표정. 역시 흔한 대답에 대한 지루한 표정이었다. 




"졸업하시면 이 학교에 기여할 만한 요소가 무엇이 있을까요?"


기부해야 하나? 속물 같은 생각으로는 그게 맞다고 생각을 했는데, 차마 면접장에서 그렇게 답을 하기는 어려웠다. 왜 지원을 했냐 보다 더 답을 하기가 애매했는데, 그냥 미친놈처럼 이런 대답을 했다.


"전 임원될 거니까요, 학교 입장에서도 제가 다니는 회사의 임원 출신이라고 하면 기여도가 꽤나 높지 않겠어요?"


지금 생각해 보니 진짜 미친놈 같다. 당시 직급이 과장이었는데, 이거 신입사원의 포부도 아니고 이미 썩어빠진(?) 사람이 이런 포부라니 말이다. 그렇다고 진짜 임원이 될 생각이 있냐고 물어보면 지금도 아니올시다이다. 뭐든 합격을 해야 그 뒤가 있으니 뭐라도 지르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래, 질렀다.


"아, 이건 좀 신선하네요."


그렇지 대부분 자신과 맞는 학문들이 있으니 Fit 하게 설명하겠지만 일단 1도 관련이 없는지라 뭐라도 해보자는 식으로 지르는 캐릭터가 몇이나 있겠소... 심지어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 입사할 때도 면접 문제를 이해하지 못해서 이런 답을 하기도 했었다.


"저 이거 지금 모르겠는데요, 다음 주에 다시 한번 풀 기회를 주면 진짜 기똥차게 풀어드릴게요."


합격한 거 보면 회사가 참 위기긴 위기였나 보다. 사람이 없어서 나 같은 사람을 뽑다니 말이다. 아마 이곳도 뽑히면 지원자가 적어서 뽑히는 것 아닌가 싶었다.




"영어로 자기소개 한 번 해 보시겠어요?"


아니 자기소개는 첨부터 시키던가 이미 머리는 공황상태인데 왜 뒤에 와서 영어로 자기소개를 하라고 하고 난리여... 외워왔던 거 이야기하다가 틀려서 웃으며 다시 콩글리시로 바꿔서 했던 기억이 난다. 교수도 웃고 나도 웃는데 내 마음속은 울음이 터졌다. 황당하다. 돈 내고 면접 왔는데 돈을 그냥 버린 느낌. 경험이라고 해도 이 짧은 3개 문항에 제대로 답을 한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 놀라웠다. 이건 붙으면 진짜 행운이다. 행운.


그렇게 두 곳의 면접이 종료되었다.

면접은 뭔가 극과 극. 질문이 없어서 뭐 했는지 모르겠는 곳과 질문은 있었는데 어버버 하고 끝난 곳. 대체 난 뭘 준비를 한 것일까? 그럼에도 내년에 다시 시도하라고 하면 비슷한 상황이 아닐까 생각을 해 보았다. 그리고 어느덧 시간은 흘러 2월... 결과는 조금 당황스러웠는데...




질문이 없던 H 대는 장학금을 받는 합격(??)

어버버 했던 K 대는 예비합격으로 나왔다.


일단 하나라도 붙어서 안심을 했던 나와는 달리 집의 최고 권력자 분께서는 그렇게 생각을 하지 않으셨나 보다. 바로 나를 불러서 이야기를 하셨다.


"어디 갈 거야?"

"합격이라도 시켜주고 심지어 장학금까지 준 곳을 가야 하지 않겠어?"

"지금 돈이 중요해?"

"중요한데...?"

"아니야, 이왕 대학원 가는 거면 무조건 이름빨이야. 그러니까 H 대는 안돼."


그래, 돈이고 뭐고 한국인데 뿌리 깊은 학벌주의... 그럼에도 마지막까지 고민을 했던 것은 혹시나 예비합격에서 그냥 끝나버리면 난 망한다는 생각이었다. H대를 합격포기하고 기다리는 나날이 정말 쉽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오랜만에 수능 이후의 모습을 다시 느꼈다고 할까? 그렇게 또다시 시간이 흘러 흘러, 결국 추가합격이 되었다. 뭐든 문 닫고 들어가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에 그저 기쁠 따름이었다. 그리고 이제 OT 날이 되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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