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9시 무렵, 거실 테이블에 등이 켜지면 아이들이 모여 듭니다. 주말이 아닌 평일, 이 공간에 등을 밝히려고 저는 무진장 애를 씁니다. 퇴근 후 빛의 속도로 저녁을 차려 먹고, 씻고, 아주 간단하게 집안 정리를 한 다음 Dream_J 까페에 불을 밝힙니다.
Dream_J 까페는, 인테리어를 하면서 나름 신경썼던 공간입니다. 사랑하는 두 딸에게 기분좋은 공간으로 기억되기 위해 원목의 테이블을 두고 조명에 신경을 썼다지요. 그리고 이 공간에 이름을 붙이고 까페에서 사용할 닉네임도 만들어 걸었답니다. :)
이 공간에서 우리는 그날의 수다를 떨고, 가족회의를 하고, 금요일 토요일엔 주말 파티를 열고, 엄마표 북까페를 운영하고, 간식을 사이에 두고 자신만의 시간을 가집니다. 저는 저녁을 먹은지 얼마 되지 않았어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일과 과자를 준비합니다. 함께하는 이 시간이 너무 좋아서 이 시간만큼은 먹고 싶다는 간식을 모두 내어주는 맘씨 고운 엄마가 되는 시간입니다. ㅋㅋㅋ
그렇게 한 시간정도 각자 하고 싶은 일들을 합니다. March 부인은 책을 읽거나 글을 씁니다. Diana(큰아이)는 그림을 그리거나 미니북을 만듭니다. 그리고 Jennifer(작은아이)는 그날그날 다릅니다. 자유로운 영혼이라 그런지 만화책을 읽기도 하고, 슬라임 놀이를 하고, 게임도 했다가, 피아노도 쳤다가, 음악을 듣다가, 그림을 그리다가 숙제를 하고... 그야말로 지 멋대로입니다. 무엇을 한들 함께하는 이 시간이 너무 좋아서 이 시간만큼은 하고 싶은 것을 허용해주는 맘씨 고운 엄마가 됩니다.
그리고 10시가 되면, 호그와트행 열차시간 알림이 나옵니다. "오늘밤 10시. 호그와트행 열차가 출발합니다. 탑승준비 해주시기 바랍니다.“ 조금이라도 더 내 시간을 갖고 싶은 March 부인은 출발 시간을 연장해 달라고 부탁하지만. 기관장들은 여지 없습니다. 기차 떠난다며 빨리 타라고 아우성입니다. (ㅋㅋㅋ)
안방 침대를 기차삼아 몸을 싣고 우리는 해리포터를 펼쳐 들고 호그와트로 떠납니다. 잠들기 전까지. 아니, March 부인만 잠들지 아이들은 절대 잠드는 적이 없습니다. 무거운 눈꺼풀을 치켜 올리며 힘을 내어 봅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매일 반복되는 우리의 일상입니다. 하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습니다. 루틴은 같지만 매일 새로운 일이 펼쳐집니다. 매일 먹는 간식이 다르고, 매일 하는 행위가 다르며, 매일 책의 내용이 다르므로 매일 느끼는 감정도 다를 수 밖에요. 어떤 날은 팩하고 토라져 삐지기도 하고, 어떤 날은 기분이 날아갈 듯 좋다가, 또 어떤 날은 소리높여 싸우기도 합니다. 하지만, 토라지거나 화나는 날에도 어김없이 10시만 되면 호그와트행 기차를 타자는 아이들은, 열차를 타고 호그와트를 떠나면 이내 기분이 좋아지기도 합니다.
목소리가 갈라질 때쯤,”오늘은 여기까지“로 잠자리 책읽기를 마무리하면 뭔가 탕 안에 들어갔다 깨끗이 씻고 나온 아이들처럼 개운해 합니다. ”엄마, 안녕히 주무세요“ 하며 건넌방으로 돌아가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보며 내 마음도 밤하늘로 둥실 떠오릅니다.
이렇게 우리의 호그와트행 열차는 1년간 운행되고 있습니다. 총8권의 책 중에서 이제 5번째의 책을 읽고 있기에 아직 1년은 더 운행되어야 할 것 같지만, 어떤 행위로도 채울 수 없는 충만함을 이 시간을 통해 마음 가득 채우곤 합니다.
시간이 나지 않는 것이 우리의 일상이므로 시간을 내서 아이들에게 다가가야 한다. 그게 사랑 아니겠는가. 마음과 시간을 내어주는 것. 곧 우리 자신을 내어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