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시도를 하고 깨어났을 때 내 옆엔 네가 있었고, 너는 그날 이후로 나를 헌신적으로 돌봐주었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약을 챙겨주는 것은 물론이고, 정좌불능증-아빌리파이라는 약의 부작용인데, 안절부절 못하고 몸을 가만히 둘 수 없는 증상이다-이 오는 밤이면, 밤새도록 내 몸을 주물러주기도 했다.
우울 삽화가 너무 심해 책을 한 줄도 읽을 수 없던 날엔, 내 머리맡에 앉아 소리내어 한 줄 한 줄, 문장을 읽어주기도 했다.
묶인 매듭을 풀던 너의 의연한 옆모습.
눈물을 애써 참아내던 눈동자.
괜찮아, 괜찮아, 하고 나를 다독여주던 따뜻한 손바닥.
그런 것들이 나를 살게 했다.
여성 우울증에 관한 책의 북토크에 참석했다.
북토크에는 작가와 함께,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게스트로 왔다.
장혜영 의원 역시 장애가 있는 동생을 두고 있는 터라, 나는 장혜영 의원에게 꼭 묻고 싶은 게 있었다.
-양극성 장애 2형과 경계선 성격장애 당사자입니다. 자살 시도를 한 후 깨어났을 때, 옆에 동생이 있었고 그때부터 동생은 온 마음을 다해, 헌신적으로 저를 돌봐주었습니다. 그로 인한 고마움은 말로 다 할 수 없어요.
그런데 저는 제가 ‘돌봄받는 사람’이라는 죄책감을 안고 있어요.
또, 동생이 요새 들어 부쩍 우울해하는 것 같아요.
그것이 저 때문인 것 같아 걱정이 됩니다.
저는 돌봄받는 사람으로서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까요?
또 아픈 사람을 돌보는 사람은 어떻게 돌봐야 할까요.
장혜영 의원은 귀한 답변을 해주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고 싶은 마음... 그 마음을 알아주면 되지 않을까요. 누군가를 돌본다는 건 너무나도 힘든 일이지만, 때로는 돌보는 사람 역시 돌봄으로써 한 세계가 확장되는 것을 경험합니다. 돌봄 받는 사람은 돌봄 받는 것, 그걸로 됐어요. 너무 힘들지만, 내가 사랑하고, 지키고 싶고, 내 인생의 영원한 화두가 된 가족이잖아요. 언젠가 한번쯤 동생에게 그런 진실된 마음을 전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누군가를 돌봄으로써 때로는 세계가 확장된다’는 말.
그 말이 더 할 나위 없는 위로가 되었다. 동생의 세계도 조금은 확장되었을까. 행여 나 때문에 너무 괴롭지는 않았을까, 그럼 동생은 웃으며 이렇게 대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