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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라 Jun 16. 2024

필연적인 배양육의 시대, 우리는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다가오는 배양육 시대 준비를 위한 제언

바야흐로 세포배양육의 시대가 개화하고 있다. 지난 2월 21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식품등의 한시적 기준 및 규격 인정 기준」을 일부 개정하면서 공식적으로 국내에서 배양육이 인허가를 받을 수 있는 법적 기반이 마련되었다. 더불어 지난 4월 30일에는 중소벤처기업부가 경상북도를 ‘세포배양식품 규제자유특구’로 지정하였다. 중앙정부부처와 규제당국, 지자체까지 합심하여 배양육의 산업화를 지지해 주는 모양새다. 


정부 차원의 지원이 이루어지는 이유는 명확하다. 배양육을 비롯한 세포배양식품은 기후 위기 시대에 국가의 식량안보를 지킬 수 있는 혁신적인 수단이자, 미래 신산업 동력이기 때문이다. 동물 전체를 사육하고 도축할 필요 없이, 동물 세포만을 키워 길러낸 고기인 배양육은 지속가능한 친환경 육류 생산 방식이다. 기존 도축육과 생물학적으로 동일하지만, 만드는 방법이 훨씬 자원 효율적이고 환경 친화적인 것이다. 소비되지 않는 동물의 신체 부위를 생산하고 폐기할 필요도 없고, 최소 6개월에서 2년까지 많은 토지와 물, 곡물을 소비하면서 동물을 사육할 필요도 없다. International Journal of Life Cycle Assessment에 2023년 등재된 논문에 따르면, 배양육은 기존 소 축산업 대비 탄소배출량을 최대 92%, 토지 사용량을 최대 90%, 물 사용량을 최대 66%까지 감소시킬 수 있다. 


글로벌 배양육 시장은 역동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글로벌 싱크탱크 Good Food Institute에 따르면 2023년 말까지 배양육에 투자된 자본은 31억 달러(한화 약 4.3조 원)에 육박한다. 전 세계적으로 배양육 산업에서 활동하는 회사는 170여 개다. 한국은 10여 개 업체가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것으로 파악되며, 이는 미국, 이스라엘, 영국, 싱가포르에 이어 높은 수치이다. 기술 영역으로 구분해 보면, 최종제품 개발 및 생산을 하는 업체는 100여 개, 그 외에 바이오공정 디자인이나 세포주, 배양액, 지지체, 원료 최적화 등에 집중하고 있는 업체들이 있다.


대기업의 진출도 활발하다. 한국의 농심, 대상, 롯데, 삼성웰스토리, 오뚜기, 우아한형제들, 풀무원, 한화솔루션, CJ제일제당, LG, ㈜SK 등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나 네슬레, 알리바바, 카길, 타이슨, JBS 같은 글로벌 다국적 기업들 또한 배양육 산업에 투자와 협업을 통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들 모두 배양육 시장이 미래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 판단하기 때문에 뛰어든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의 배양육 산업화 움직임도 주목할 만하다. 세계 최초로 배양육을 승인한 국가는 싱가포르로, 자국 식량자급률을 2030년까지 30%로 끌어올리겠다는 '30 by 30' 어젠다에 따라 배양육 산업 육성과 해외 기업 유치에 적극적이다. 2020년 12월 최초로 배양육 판매가 시작된 이후 많은 글로벌 배양육 업체들이 싱가포르를 초기 시장으로 공략하기 시작했다. 2023년 6월에는 미국에서 2개 기업이 세포배양을 통해 얻은 치킨 판매 허가를 받았다. 바이든 정부도 배양육을 포함한 ‘바이오테크 이니셔티브’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유럽연합은 농식품 분야를 포함한 담대한 기후 정책 목표를 설정했으며, 다양한 이니셔티브를 통해 2.4억 유로(한화 약 3521억 원)를 대체 단백질에 투자했다. 중동의 카타르는 미국 배양육 기업 GOOD Meat의 모회사인 Eat Just의 2억 달러 투자 라운드를 리드했으며, 카타르 자유 구역에 GOOD Meat 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중국의 농림부는 2022년 발표한 14차 5개년 계획을 통해 배양육 연구개발 투자 의지를 표명했으며, 과기부는 Green Biological Manufacturing R&D 프로그램 통해 금전적 지원을 하고 있다. 한국도 이에 뒤지지 않고 선두주자로 나아가려면, 보다 발 빠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 


초기 시장 형성 단계인 배양육 시장에는 넘어야 할 산들이 있다. 필자는 소비자 인식, 비용, 규제 3가지를 꼽는다. 배양육은 굉장히 낯선 식품이다. 줄기세포를 배양해서 고기를 만들다니, 일반인 입장에서는 상상도 잘 안 되고 겁부터 날 수 있다. 이렇게 새로운 식품에 대한 대중의 막연한 불안을 ‘Food Neophobia’라고 부른다. 배양육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조사해 보면 긍정에서 부정까지 다양한 결과들이 섞여 있다. 소비자 수용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하이테크’ 프레임에 노출된 사람일수록 배양육에 대해 더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고, 소비의향을 낮게 보인다고 한다. 소비자의 수용 혹은 거부에 가장 주요한 요소로는 대중 인지도와 자연스러움, 식품 관련 위험에 대한 인식이 꼽힌다. 실제로 배양육을 맛본 소비자들의 반응을 보면 희망적이다. 싱가포르에서 세계 최초로 배양육을 판매한 GOOD Meat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77%의 소비자가 기존 닭고기 대비 배양 닭고기의 맛과 식감이 같거나 더 좋다고 대답했다. 또한, 닭고기 섭취를 배양육으로 바꿀 의향이 있다고 대답한 비중은 88%에 달했다. 


두 번째 과제는 비용 절감이다. 오늘날 선두기업의 배양육 생산비용은 킬로그램당 100~200달러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 1++ 한우 도매가가 킬로그램당 23,000원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6~12배 수준이다. 현재 상태로는 가격 경쟁력이 없지만, 희망적인 부분은 생산비용이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배양육이 처음 세상에 공개되었던 2013년에는 버거 패티 하나를 만들기 위해 30만 달러가 들었는데, 지금은 이에 비해 만 분의 일 이하로 떨어졌다.


마지막 넘어야 할 산은 규제다. 신소재 식품인 배양육은 어느 나라에서든 규제당국의 인허가를 받아야만 판매를 할 수 있다. 국민이 먹는 식품의 안전을 담보해야 하는 식약처, FDA 등의 규제당국이 깐깐하게 볼 수밖에 없다. 그 모든 평가들을 하나하나씩 통과해야만 개별국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 일반 식품 대비 시간과 자원이 훨씬 더 많이 드는 셈이다. 


이러한 이슈들을 극복하는 데에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매우 크다. 첫째, 대중 인식 개선을 위해 식약처와 농림부 등 관계부처가 세포배양식품에 대해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특히 규제당국인 식약처에서 얼마나 엄격한 기준으로 배양육 안전성 평가를 진행하는지 공유한다면, 많은 소비자들이 가지는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배양육의 단가를 내리고 품질을 올리는 연구개발에 적극 투자해야 한다. 2023년 한국 축산발전기금은 1조 원에 달하는 반면, 배양육에 대한 공적인 지원은 이의 1%도 안 되는 상황이다. 한국의 식량자급률은 2020년 45.8%로 지속적인 하락세에 있다. 한편, 도축육의 가격은 예측 불가능한 기후변화와 곡물가격 상승으로 매년 오르고 있다. 해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조류독감, 아프리카 돼지열병 등의 동물감염병은 두말할 것도 없다. 배양육은 기존 도축육 시장의 변화에 우리가 대응할 수 있는 상호보완재다. 국가의 식량 안보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배양육 연구개발에 더 힘을 쏟아야 한다.


셋째,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고 인허가에 드는 비용을 축소시켜야 한다. 세포배양식품 안전성 평가 기준을 국제 표준에 맞춰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필요한데, 예컨대 동물실험을 필수로 하는 독성시험자료는 비동물 또는 생물학 기반 시험 자료로 대체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4500만 원에 달하는 인정 신청 수수료도 인하될 필요가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 영국, 캐나다, 싱가포르, 이스라엘, 카타르의 경우 심사 비용이 없다. 수수료가 합리적인 수준으로 조율된다면, 훨씬 더 많은 기업들이 비용 부담 없이 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다. 


맥킨지, 커니, 바클레이스, 유로모니터 등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의 예측에 따르면 배양육시장은 2030년 32조 원, 2040년 289~1011조 원 규모로 예측된다. 이렇게 시장 성장을 예측할 수밖에 없는 배경은 세계 인구 구조의 변화에 있다. 2050년 세계 인구는 100억 명에 육박할 것인데, World Resources Institute에 따르면 2050년 필요한 식량의 1/3이 부족할 것이다. 예견된 수요-공급의 불균형 하에서 인류를 먹여 살리기 위한 새로운 단백질 공급원으로 배양육은 필수불가결한 선택이다.



* 이 글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필자가 속한 조직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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