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국, 유럽연합, 중국, 일본, 싱가포르, 이스라엘, 중동의 사례
배양육을 비롯한 세포배양식품은 기후위기와 식량안보 문제가 중요해지는 오늘날 주목받고 있는 농식품 분야이다. 세포를 배양하여 식품을 만드는 이 기술은 변화무쌍한 기후에 영향을 적게 받으며, 적은 자원으로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세계의 많은 정부들이 자국 식량안보를 제고하는 차원에서 배양육을 지원하는 정책을 피고 있다. 아래에서는 한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의 지원 정책을 살펴보겠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0년 배양육이 포함된 대체식품ㆍ메디푸드를 ‘그린바이오 5대 산업’ 중 하나로 정하여 지원 및 육성하고 있다. 육류 모사 가공 기술, 세포 배양기술 등 R&D 중점 투자로 선진국 수준의 기술력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이어 2022년 12월 ‘푸드테크 10대 핵심 기술 분야’ 중 첫째로 세포배양식품 생산기술을 선정하여 연구개발 사업을 본격 추진하기 시작했다. 지원하는 연구 방향은 ❶배양액 핵심 소재, 지지체 등 신소재 발굴 및 생산 효율화 기술개발, ❷고급육 모사를 위한 구조화 등 배양육 품질 고도화 기술개발, ❸생산비용 절감을 위한 대량 배양 공정기술 개발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여러 차례의 법 개정을 통해 세포배양식품의 상용화를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 2022년 8월 '식의약 규제혁신 100대 과제'에서 세포배양식품 등 신기술을 적용한 미래 식품 원료까지 식품 원료 인정 대상을 확대하여 신기술 적용 식품의 시장 진입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2023년 5월 19일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의 제5조(식품등의 한시적 기준 및 규격의 인정 등)에서 한시적으로 제조ㆍ가공 등에 관한 기준과 성분에 관한 규격을 인정받을 수 있는 식품에 "세포ㆍ미생물 배양 등 새로운 기술을 이용하여 얻은 것으로서 식품으로 사용하려는 원료"를 포함시켰다. 2023년 8월 31일에는 <식품의 기준 및 규격>을 일부개정고시(제2023-56호, 2023.8.31)하며 "대체식품"으로 표시하여 판매하는 식품의 정의에 "세포배양물"을 포함시켰다. 마지막으로 2024년 2월 21일에 인정대상 식품원료에 "세포·미생물 배양 등 새로운 기술을 이용하여 얻은 것으로서 식품으로 사용하려는 원료"를 포함하도록 규정을 개선하고, 한시적 인정을 받기 위해 필요한 제출자료 범위 및 작성요령을 명확화 하였다. 2024년 7월 제출자료 작성 가이드와 안전성 평가 고려사항에 대한 안내서를 추가로 발행하며, 세포배양식품을 개발하는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고 있다. 이로써 국내에서도 동물 세포를 배양하는 만든 식품에 대해 정부 당국에 판매 허가를 신청하여 인정받을 수 있는 법적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더불어 경상북도와 의성 등 지자체의 강한 산업 육성 의지가 돋보인다. 경북도는 2023년 2월 의성, 경산, 포항, 구미를 연계한 ‘세포배양산업 육성 전략'을 발표하며 28개 기업, 대학, 연구소 등과 업무 협약을 맺었다. 인프라 구축 측면에서는 의성 바이오밸리 일반산업단지 내 ‘경북세포배양산업 지원센터'를 2023년 준공했고, 세포배양산업 선도기업용 GMP시설을 2024년 3월 착공했다. 이러한 전략적 노력을 바탕으로 경상북도는 2024년 4월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세포배양식품 규제자유특구' 신규지정을 받았다. 특구는 2024년 6월부터 2028년 12월까지 총 4년 7개월간 총사업비 199억 원 규모로 운영되며, 의성군 바이오밸리산업단지 일원에서 혁신기업 10개 사가 참여하여 세포배양식품 상용화 실증을 수행한다. 경북도는 특구를 통해 ❶북부권 푸드테크 산업벨트 구축, ❷전후방 세포배양 산업생태계 조성, ❸군 단위 혁신성장 거점 구축을 실현할 계획이다.
2022년 9월 미국 바이든 정부는 '국가 바이오기술 및 바이오제조 이니셔티브(National Biotechnology and Biomanufacturing Initiative)'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배양육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 행정명령은 농업 혁신 부분에서 "대체식품 원료의 재배(cultivating alternative food sources)"를 포함시키며, "동물 세포를 배양해 만든 식품을 포함한 신기술을 통해 식량 안보를 개선하고 농업 혁신을 이끌기를 기대한다(looking to improve food security and drive agricultural innovation through new technologies... [including] foods made with cultured animal cells)"고 밝혔다. 이어서 2023년 3월에는 <Bold Goals for U.S. Biotechnology and Biomanufacturing>라는 보고서를 발간하며 자국의 바이오테크 분야를 육성하는 정책을 제안하였다. 이 중 농림부와 에너지부의 챕터에 대체단백질이 포함되었으며, 바이오 기술을 통한 대체단백질 생산의 이점과 정부 지원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하였다.
기술 개발은 National Science Foundation(NSF)와 USDA의 National Institute of Food and Agriculture(NIFA)를 통해 다양한 연구 프로젝트를 지원한다. 더불어 배양육 기업을 위한 소규모의 비즈니스 보조금이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다.
미국의 규제당국인 FDA와 USDA는 2023년 2건의 배양 닭고기 제품을 허가하며 세계에서 2번째로 배양육을 허가한 국가가 되었다. FDA는 Pre-market Consultation이라는 시장 진입 전 사전 검토 과정을 통해 배양육의 안전성을 평가하는데, 미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어떤 국가의 기업이든지 빠른 시일 내에 자주 FDA와 연락을 하기를 독려한다. USDA는 배양육을 기존 축산물과 동일하게 취급하여, 기존 축산물 관련 관리감독 방침을 준용하고 있다.
주 정부 차원에서의 지원도 있다. 노스 캐롤라이나에서는 주정부 상무부 이니셔티브인 노스 캐롤라이나 바이오테크놀로지 센터를 통해 Atlantic Fish Co.라는 기업에게 지원금을 수여했다. 메릴랜드 주에서는 메릴랜드 줄기세포 연구 기금이 해조류로 세포배양액을 만드는 Phycin라는 기업에게 지원금을 수여했다.
EU는 농식품 분야를 포함하는 담대한 기후 정책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2022년 대체 단백질 공적 자금 지원에서 세계적 선두를 차지한 후, 2023년에도 대체 단백질에 대한 지원을 꾸준히 유지했다. 벨기에, 덴마크, 핀란드, 네덜란드, 스페인, 스웨덴, 노르웨이, 독일 등 여러 정부에서 다양한 이니셔티브 통해 2억 38백만 유로(약 3284억 원)를 대체 단백질에 투자했다. 유럽연합의 2023/24 Horizon Europe 작업 패키지에는 배양육의 환경적, 사회적, 경제적 이점을 극대화하는 방법에 대한 오픈 액세스 정보를 제공하는 연구 프로젝트에 700만 유로(750만 달러)를 지원하는 것이 포함되었다.
독일은 지속 가능한 단백질 전환을 위해 2024년 연방 기금 3,800만 유로(4,100만 달러)를 쓰겠다고 발표했다. 여기에는 대체 단백질 생산 혁신, 대체 단백질의 영양 홍보, 농장과 기업들이 축산업에서 대체 단백질(식물기반, 세포기반, 발효 기반) 생산으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지원이 포함된다. 2023년 10월에 발표된 독일의 새로운 연구 프로젝트는 배양 어류 제품을 만드는 방법과 소비자 잠재적인 채택과 수용도에 대해 연구할 계획이다.
UK Research and Innovation(UKRI)은 2023년 University of Bath의 Cellular Agriculture Manufacturing Hub(CARMA)에 1,200만 파운드(1,500만 달러)를 7년간 지원하기로 했다. Innovate UK와 Biotechnology and Biological Sciences Research Council(BBSRC)은 저탄소 식품 생산 시스템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7개 배양육 연구 프로젝트에 약 340만 파운드(430만 달러)를 지원했다. Innovate UK의 EIC Accelerator 프로그램은 배양액 스타트업 Multus Biotechnology에 250만 달러의 보조금을 제공하며 생산 시설 구축을 지원했다.
2024년 10월 영국 정부는 식품표준청(Food Standards Agency: FSA)에에 160만 파운드를 지원하며 배양육 승인을 빠르게 추진할 수 있는 '샌드박스'를 만들었다. 핵심은 규제 승인과 관련된 시간과 비용을 줄임으로써 "안전하게 혁신을 지원하는 것"이다. 이는 유럽 최초의 배양육 샌드박스로, 안전 기준을 유지하면서도 스타트업에 사전 신청 지원을 제공하고, 신소재 식품의 안전성 및 영양 지식을 확대하며, 인허가 타임라인을 단축한다. FSA는 다른 국가에서 승인된 배양육 제품에 대해 영국이 허가를 내주는 국제 협력 시스템도 구축할 계획이다. 이와 동시에 정부는 번거로운 절차를 줄이고 대중이 새로운 기술에 접근할 수 있도록 규제 혁신 사무소(Regulatory Innovation Office)도 만들었다.
중국 농림부는 2022년 발표한 14차 5개년 계획을 통해 배양육 연구개발 투자 의지를 표명했다. 이후 지방 정부들이 바이오리액터와 같은 주요 장비 가격을 낮게 유지하는 노력 등을 하기 시작했다. 과학기술부는 Green Biological Manufacturing R&D 프로그램을 통해 금전적 지원을 하고 있다.
2023년 2월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는 "세포 식품을 포함한 식품 기술은 지속 가능한 식량 공급을 실현하는 관점에서 중요한 기술이다. 우리는 세계 식량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노력을 지원해야 한다"며 배양육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이후 정부는 2023년 말에 일본 배양육 회사에 1,310만 달러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 배양육 개발을 지원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자국 식량자급률을 2030년까지 30%로 끌어올리겠다는 ‘30 by 30’ 어젠다에 따라 배양육 산업 육성 및 해외기업 유치에 적극적이다. 2020년 세계 최초로 배양육 판매를 허가한 국가이며, 정부 투자기관인 Temasek을 통해 배양육 기업의 Series B~C 라운드에 큰 규모로 투자를 집행하기도 했다.
한편 정부 연구기관인 A*SAgency for Science, Technology and Research(A*STAR)에서도 배양육에 대한 연구개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이스라엘 정부와 협력하여 3D 프린팅 기반 배양 해산물을 개발하는 연구 프로젝트를 2022-2023년 진행했다.
배양육 개발의 선두 국가인 이스라엘은 국내외적으로 많은 연구와 상용화 노력을 지원하며 강력한 리더십을 유지하고 있다. 이스라엘 혁신청은 대체 단백질에 2400만 달러(약 300억 원)를 투자했다. 또한, 새로운 인적 자본 프로그램을 통해 대체 단백질과 식품 기술에 대한 전문성을 키우고, 국가의 연구 생태계를 활성화하며, 미래 식량 시스템을 위한 인력을 개발할 계획이다.
또한 대체 단백질 분야에서의 국제 협력을 지지하며 다른 국가와 함께 새로운 제품과 기술을 공동 개발하기 위한 여러 양자 및 다자간 협력에 착수했다. 첫 번째는 Singapore-Israel Industrial R&D program(SIIRD)이라는 공동 이니셔티브로, 이스라엘과 싱가포르에서 각각 한 회사에 자금을 지원하여 3D 프린팅 기반 배양 능성어 프로토타입을 공동으로 개발하도록 지원했다. 이 외에도 2023년 미국과 BIRD, 한국과 KORIL-RDF, 스웨덴, 스위스, 싱가포르와 다자간 협력 이니셔티브를 하기로 발표했다. 이들은 모두 유사한 방식으로 운영되는데, 특정 제품뿐만 아니라 참여자와 정부 간의 연구 및 사업 관계를 개발하는 이니셔티브에 공동 자금을 제공한다.
사우디 아라비아 정부 프로젝트 '네옴'(NEOM)은 미국 기업 블루날루(BlueNalu)와 세포배양 해산물 사업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총 2000만 달러(약 263억 원)를 투자했다. 블루날루는 업무협약을 통해 사우디 아라비아에 참다랑어 뱃살을 수출한다는 계획이다. 블루날루는 2021년에도 사우디 왕세자 칼리드 알왈리드 빈 탈랄이 이끄는 KBW 벤처로부터 6000만 달러(약 659억 원) 자금을 유치한 바 있다.
카타르 투자청은 미국 배양육 기업인 GOOD Meat의 모회사 Eat Just가 2억 달러(약 2558억 원) 투자를 유치할 때, 해당 라운드의 리드 투자자로 나섰다. 이를 계기로 카타르 자유구역에 GOOD Meat 공장을 세우기로 협의했다.
Good Food Institute (2024) 2023 State of the Industry Report: Cultivated meat and seafo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