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위험을 읽는 일
폭력 위험은 항상 존재합니다.
조증, 망상, 알코올 금단 상태의 환자들은
예측하기 어려운 행동을 보이기도 합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대화를 나누던 상황에서도
순간적으로 분위기가 바뀌는 경우를
현장에서 자주 마주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내가 잘 설명하면 괜찮아지지 않을까”
“이 정도는 혼자서도 대응할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정신과에서 중요한 건
‘해결하려는 태도’보다 ‘상황을 읽는 능력’입니다.
단독으로 접근했다가
오히려 더 큰 위험 상황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상황이 안전한가
입원 초기에는
반드시 자·타해 위험성을 사정하고,
폭력 위험이 있는 환자는
절대 혼자 대응하지 않습니다.
팀 단위로 움직이며,
항상 일정한 안전거리를 유지합니다.
(보통 1.5~2m)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이미 발생한 행동’이 아니라
그 전에 나타나는 작은 신호들입니다.
목소리 톤이 높아지거나,
눈빛이 날카로워지거나,
초조하게 움직이기 시작하는 순간들.
그 미묘한 변화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환자마다
acting out(폭력 행동화) 전에 보이는
고유한 패턴도 있습니다.
어떤 환자는
특정 시간만 되면 반복적으로 흥분하기도 하고,
어떤 환자는 복도를 계속 서성입니다.
말수가 갑자기 줄어들기도 하고,
반대로 지나치게 많아지기도 합니다.
이런 변화들을
미리 알아차리고 대응할 수 있다면,
폭력 상황 자체를 예방할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하지만 여기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모든 폭력을 100%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정신과에서 우리가 하는 일은
‘완벽하게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줄이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용기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침착하게 상황을 읽고,
거리를 지키고,
혼자가 아니라 함께 대응하는 것.
그 기본을 지키는 사람이
결국 오래 버티고,
환자도 지킬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