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모른다" 라는 말
사진을 직업으로 삼은 지 생각해보니 꽤 오랜 시간이 자난 것 같다. 그 전의 나는 평범한 IT 관련학과 전공생이었다. 다만 여행이라는 취미가 있었던.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처음 찍기 시작한 것은 2011년 군대 전역 기념으로 떠난 유럽 배낭여행 때였던 것 같다. 의무적으로 사진은 당연히 남겨와야지 라는 생각에 대학 기자를 하던 동생의 사진기를 슬쩍 들고 떠났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사실 그 당시 내가 하고 싶었던 건 사진보다는 그림 그리는 것 이었던 것 같다. 에펠탑 앞에서 조그마한 수첩에 스케치를 하며 그 멋있는 척을 하고 싶었지만 그림에 재능이 없는 나에게 사진은 그저 대체재였었다.
처음 유럽에서의 한 달은 의무적으로 사진을 찍었던 것 같다. 부모님이 보내주신 여행이었기 때문에 사진을 찍는다는 건 뭔가 숙제 같았다. 의무적으로 콜로세움, 에펠탑 등등 소위 랜드마크라고 불리는 곳에서 숙제를 하듯 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찍는 게 여행을 방해한다고 생각했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때 찍은 사진들을 보면 꽤 잘 찍었었다. 아마 재능이 있긴 했나 보다.
나의 마지막 여행지는 그리스였다. 한국으로 돌아가기 2일 전 호스텔에서 한 한국 남자분을 만났다. 같은 방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터키 여행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사실 터키는 한 번도 고려해보지 않은 여행지였지만 그분의 화려한 언변에 현혹된 걸까 갑자기 터키가 너무 가고 싶어 졌었다. 그 즉시 국제전화로 아빠에게 전화를 걸어 조금만 더 있다가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얼마나 어이없으셨을까…. 항공사에 전화를 걸 어비 행기를 미룰 수 있냐고 물어보니 운이 좋게도 한 달 뒤에 있는 비행기로는 추가 요금 없이 비행기를 바꿔주었다. 아마 터키로 가게 될 운명이었던 것 같다. 지금까지 사진이야기는 안 해고 여행 이야기만 주저리주저리 한 이유는 터키에서의 한 달이 내가 사진을 찍는 것에 대한 매력을 느낀 내 인생에 가장 결정적인 한 달이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스탄불에 온 지 첫날 같은 호스텔에서 성진이 형, 건우형을 만났다. 터키 여행을 온 분들이었는데 두 분 다 엄청나게 큰 카메라를 들고 있었다. 나이 차이가 꽤 많이 나는 내가 형 이라부 르며 같이 잘 따라다니던 게 귀여웠던지 나를 이곳저곳 데리고 다니며 여행시켜주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들이 들고 있는 큰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것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나도 어느 순간 그들이 찍는 것을 내 조그마한 카메라로 따라 찍게 되었다. 2주 정도 그러다 보니 사진에 대한 매력을 알게 되었던 것 같다. 그곳의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기록하고, 내가 찍은 사진을 그들에게 보여주었을 때 행복해는 모습을 보았다. 잘 찍어야지 하는 욕심도 없었다. 그냥 찍고 싶은 것들을 찍었다. 사진 테크닉, 소위 말하는 구도, 조리개, 셔터스피드 이런 건 알지도 못했다. 그저 자동모드로 두고 자유롭게 찍었다. 내가 보고 느끼는걸 사진으로 담는다는 자체가 너무 행복했다. 사진을 계속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된 순간이 이 당시이다.
가끔 그때의 사진을 열어보곤 한다.
이제 그때에 비하면 사진적으로 훨씬 많은 것을 공부하고 알게 되었지만 그때의 사진은 지금보다 더 행복하고 즐거워 보인다.
사진뿐만이 아닌 것 같다.
"인생 모른다."
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 인가보다.
내가 그리스에서 그 호스텔을 가지 않았다면?
그 남자분이 나에게 터키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다면?
터키에 가겠다는 말도 안 되는 결정을 하지 않았다면?
이스탄불에서 다른 호스텔에 묵었다면?
성진이 형과 건우형을 못 만났다면?
그들이 같이 여행하자고 말했을 때 내가 거절했다면?
이 모든 우연 같은 상황들이 얽혀서 내가 사진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만들었고 지금 내가 직업으로 하게 된 시작점이 되었다.
앞으로 나는 수많은 사진들을 찍게 되겠지만 터키에서 조그마한 카메라의 오토 모드로 촬영한 사진들은 최고는 아니지만 가장 소중한 사진들로 남을 것 같다. 성진이 형 건우형, 같이 여행했던 소혜 등등 터키에서 만난 지금은 연락처도 모르는 그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