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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사는Joy
Jan 05. 2023
여기도 백백 있어요
오늘은 저녁이 분주하다. 나뿐만 아니라 아이들까지 분주하게 시간을 끌고 가는 모습을 보니 무척 대견하다. 오전오후를 한가롭게 보낸 나에게 돌아온 대가는 혹독했다. 정신없이 거의 아무렇게나 저녁을 차려야 했고 아이들의 일과를 체크하던 시간을 놓치고 말았다. 이러면 안 되겠다. 시간을 보고 아이들에게 상기시켰다. “얘들아 7시 30분이네. 각자 할 일이 잘 진행되고 있니? 엄마는 오전에 할 일을 지금 하려니 굉장히 분주하네! 너희는 어때?” 갑자기 앗! 하며 막내가 휴대폰으로 달려간다. 둘째는 책장으로 향한다. 잠시 후에 단톡방에 카톡 카톡 메시지가 올라온다. 매일 읽으며 녹음하던 영어책 한 챕터의 시간단축 기록 경신이다. “우와 시간이 왜 이렇게 짧아졌어? 비법이 뭐야?” 나의 리액션에 막내 얼굴에 슬며시 미소가 번진다. 둘째의 짧은 책 읽기 녹음파일에 이어 미처 어제 못 올렸던 감사일기가 두 배로 카톡방에 올라온다. “오늘은 두 배 더 감사한 날이네!” 어제 못했음을 탓하지 않고 오늘 이 순간만 보니 칭찬거리가 한가득이다.
각자의 방법과 속도를 존중해
지난달부터 아이들과 함께하는 백일프로젝트 카톡방엔 매일 자신의 과제를 올리고 서로 격려하고 칭찬하며 자랑하고 뽐내는 메시지가 올라온다. 그 과정에서 시간의 촉박함도 느껴보고 지난주보다 기록을 경신하는 쾌감도 얻는 경험을 한다. 못한 날의 기록을 스스로 보기도 하고 일주일을 완주했을 때의 기쁨도 함께하고 서로 축하한다.
방향을 설정하고 꾸준히 가다 보면 속도의 차이가 있을지라도 목적지에 도착한다. 남들보다 빨리 가려 애쓰느냐 각자의 속도에 맞춰 가느냐의 문제는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이가 어렸을 때 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나에겐 그 길을 끝까지 함께 가줄 것이냐 아니면 스스로 갈 수 있도록 깨우치는 도움을 주느냐가 더 큰 이슈였다.
그건 내 시간표야
내가 정한 시간에 아이들의 일과를 넣던 예전의 내가 생각났다. 습관 잡기도 힘든데 아이가 직접 짠 시간표가 아니니 능동적으로 해 낼 리 만무했다.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건 한가득이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보다도 중요한 건 엄마가 가져야 할 마음의 여유였다. 이것저것 더 많이 넣어주려는 욕심 때문에 아이의 속도를 기다려주지 못했고 엄마가 짠 과업과 일과로 아이의 자율성을 침해했으며 너는 스스로 못하니 내 말을 들어하며 능력치를 낮추면서 아이와의 관계도 힘들어지고 나 역시 힘들었다.
엄마는 응원단장
꼭 해야 하는 것이라면 할 수 있는 방법을 다 각도로 찾아봐야 했다. 그 과정에서 행동하는 주체가 함께 고민하고 그의 의견을 존중하며 결과에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는 걸 요즘 깨닫는 중이다. 되게 하는 방법을 바꾸면 되는 것이다. 그 과정이 서로에게 짐이 되거나 상처가 되게 하면 오래갈 수 없다. 아이들도 엄마도 행복한 여정을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속도가 중요하지 않았다. 끝까지 완주하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완주의 여정에 힘이 되고 의지가 될 수 있도록 살짝 비껴 서서 반응하고 격려하는 응원단장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책과 강연 #백백프로젝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