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의 온도, 비포선라이즈
최근에 친한 지인이랑 나눈 이야기다.
지인: 너는 호감 가는 이성을 만났을 때, 어떤 부분이 만남을 이어가는 원동력이 돼?
나: 음..... 완전한 이해?
마음이 동하는 대로 만났던 치기 어린 시절을 지나, 이제는 쉽게 이성에게 마음이 가지 않는다.
첫 만남에 외모가 매력적이고 분위기가 좋아 호감이 생겨도 그 순간의 감정만으로 만남을 지속하는 게 예전과 같지 않다.
외모를 안 본다는 말이 아니다.
외모보다 그 사람에 대해 알아갈 때 더 마음이 생겨난다.
좋아하는 음식, 취미, 사소한 습관부터 시작해서
같은 풍경을 보더라도 이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궁금하다.
삶을 살아가는 태도, 가치관도 궁금하고 언제 행복감을 느끼고 언제 슬픈지, 나랑 있을 때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다.
말로 표현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 사람이 무심결에 하는 행동들도 궁금하다.
그 사람에 대해 알아가는 만큼 애정을 느낀다.
그래서 대화코드가 중요한 것 같다.
대화가 되지 않으면 상대를 알 기회가 없다.
나만 상대에 대해 궁금해도 대화의 불씨가 금세 꺼져버린다.
서로의 온도가 맞아야 된다.
나도 상대도 서로가 궁금하고 서로의 얘기를 통해 대화를 이어나가야 불씨가 꺼지지 않는다.
최근에 본 영화 '비포선라이즈'를 보면 1시간 40분 러닝타임 대부분의 장면이 두 사람의 대화다.
전 애인 이야기, 유년시절 신기한 경험 같은 사소한 주제부터 여성인권, 삶을 대하는 자세까지 여러 주제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얘기하며 상대를 이해하고 알아간다.
단순히 여행지에서 만났다는 낭만 때문이 아니라 이런 대화가 있었기에 두 사람을 사랑에 빠지게 만들지 않았을까.
어렸을 때는 대화코드가 그렇게 중요한지 체감이 안 됐는데, 요즘 들어 대화의 온도가 맞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와닿는다.
어쩌면 상대를 완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무지개를 쫓는 것과 같을지 모르겠다.
완전히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할 수 있다.
그럼에도 쫓는 과정이 즐겁다면 이유는 충분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