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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멋진엄마재송 May 02. 2023

부모가 꼭 해야 할 일 ;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

기적의 아침(미라클 모닝)이 가져온 행복


Photo by Des Récits on Unsplash



 평생을 올빼미로 살아왔다. 새벽에 깨어있는 건 잠을 자지 않고 깨어있을 때뿐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새벽 3시 반, 4시 사이에 알람도 맞추지 않고 그냥 일어난다. 게으른 올빼미가 부지런한 개미가 되었다. 일어나는 시간만 바뀐 게 아니다. 아침에 일어나 하루동안 하고 싶은 일을 미리 끝내니 성취감을 느낀다. 작은 성취감은 다른 일을 도전할 수 있는 용기도 만들어주고 시도하게 한다. 그리고 행복해졌다. 정말 행복해졌다. 그러니 부모라면 꼭 일찍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찍 일어남이 행복을 가져다주니까. 행복한 부모가 행복한 아이를 키우는 거니까. 






 나는 10년 넘게 3교대 근무를 하는 서울대학병원 간호사로 근무했다. 간호사는 늦잠이 용인되는 직업이다. 새벽 7시에 일을 시작하는, 그래서 그것보다 더 일찍 가서 준비해야 하는 낮 근무만 빼면 출근시간이 오전 11 시나, 오후 3시 그리고 오후 10시이기 때문에 늦게까지 잘 수 있었다. 사람을 아침형 인간, 저녁형 인간으로 나눈다면 나는 너무나도 명백하게 저녁형 인간이다. 밤근무가 낮 근무보다 편했으니까. 밤을 새우는 건 식은 죽 먹기였으니까. 오히려 나를 힘들게 하는 건 낮근무였다. 새벽 3~4시에 잠드는데 새벽 6시에 기상이 웬 말인가. 수면제나 수면유도제를 먹어도 잠이 오지 않아 뜬눈으로 지새우다가 출근했다. 게다가 최근에 뱅크샐러드 앱에서 유전자 검사도 무료로 받았는데 나는 유전자마저도 저녁형 인간이라고 하더라. 왠지 밤이 편하더라니 유전자에 새겨져 있어서 그랬나 보다. 아무튼 그런 내가 지금은 새벽에 알람도 없이 일어난다. 그냥 눈을 뜨면 그 시간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내 인생이 달라졌다. 시댁과 친정이 멀어 도움을 1도 받지 않았다. 게다가 어린이집 선생님의 도움도 받지 않았다. 만 3세까지 기관에 보내지 않겠다는 굳건한 신념이 있었으니까. 낮 동안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혼자 아이를 가정보육하니 내 시간은 오직 아이가 자고 있을 때뿐이었다. 아이가 잠 들고나서야 내 시간이 왔다고 생각하며 맘껏 즐겼다. 술도 먹고, 보고 싶던 영상도 보면서 즐겁게 보냈다. 그리고 당연히 늦게 잤다. 늦게 자고 일어나니 분명 밤은 새우지 않았지만 머리가 아팠다. 술을 항상 먹고 자는 것도 아니었는데 숙취로 머리가 아픈 것처럼 머리가 멍하고 매일 힘들었다. 아침에 개운한 마음으로 일어나서 아이를 봐도 당연히 지치기 마련이다. 육아는 다들 인정하는 3D직업이니까. 그러니 100% 컨디션이 아닌 대략 30%의 컨디션으로 아이를 보면 그냥 탈진하는 거다. 내 에너지가 없어 내 한 몸도 건사하지 못하는데 다른 몸까지 어떻게 돌보랴. 그러니 화가 난다. 말도 못 하는 애에게 화가 나고, 이 상황을 만든 나에게 화가 났다. 나에 대한 화는 우울증으로 나타났다.


 아이를 재우는 일도 정말 힘들었다. 애가 빨리 자야 내 시간이 생기니 잠을 자지 않고 버티는 아이에 대한 원망과 짜증과 화가 났다. 아이를 먼저 키워본 시어머님은 "애를 재우려고 하지 말고 그냥 먼저 자라, 그럼 애도 따라서 자니 걱정하지 말아라"라고 이야기하셨다. 본인도 그렇게 키우셨다고 말이다. 처음에 듣고 그냥 그렇구나 했다. 시도해 볼 생각은 하지 않았다. 내가 잠들고 나서 애가 돌아다니다가 다치기라도 하면 걱정이 되었고, 아이가 잠든 동안 가지는 밤동안의 내 시간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 피곤에 지쳐 애 재울 때 같이 잠들었던 적이 있다. 당연히 애와 함께 침대에 누워서 자는 척을 하고 있으니 휴대폰도 하지 않고 오랜 시간 누워있다가 곯아떨어졌다. 일어나 보니 아이는 문제없이 새근새근 잘 자고 있었다. 자고 일어났는데 평소와 다르게 머리가 아프지 않았다. 개운했다. 진정으로 푹 자고 일어난 기분이었다. 애 재우느라 스트레스받지 않고 그냥 애보다 먼저 자고 일어나니 세상 편하고 행복했다. 하지만 새벽에 일어나서 무언가를 할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냥 더 자거나 휴대폰을 할 뿐.





 그러던 어느 날 책 한 권을 읽게 되었다. 이름은 <극한 육아 상담소>. 저자는 책을 읽고 글을 쓰라고 했다. 엄마의 생각을 정리하고 표현하라고 했다. 엄마가 바로서야 아이도 잘 키울 수 있다고. 다른 사람 의견에 휩쓸리지 않고 나만의 주장을 찾아야 한다고. 블로그나 일기나 뭐라도 좋으니 기록을 남기라고. 그렇게 독서와 기록을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가정보육하며 하루종일 아이와 함께 하니 아이가 낮잠을 자는 시간 외에는 기록을 할 시간은 나지 않았다. 게다가 우리 첫째는 낮잠을 16개월 이후로 자지 않았다. 내 시간이 없어도 정말 없었다. 그래서 찾은 게 새벽시간이었다. 애와 함께 자고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개운한 몸과 마음으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자고. 


 아이가 자고 있을 때 새벽에 일어나서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미리 끝내니 마음의 돌덩이가 사라진 기분이었다.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할 일들은 많은데 하지 않고 보내는 날들은 나에게 큰 마음의 짐이었다. 머릿속으로 '해야 하는데'를 수십 번, 수백 번을 외치며 만병의 근원이라는 스트레스를 뿜어내고 있었다. 아예 안 할 생각이면 그냥 포기하고 '하지 않겠다'라고 선언하면 되는데 그걸 못했다. 해야 하는 걸 알기에 하지도 않으면서 '해야 하는데'만 외치고 결국 미루거나 아니면 밤늦게 하니 삶이 도무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할 일을 미루지 않고 밤에 했다고 해도 나의 정신을 갉아먹었다. 그런데 새벽에 할 일을 미리 끝내니 신세계가 펼쳐졌다. 예전에는 하루종일 고민만 하고 보냈다면, 하고 싶은 일들과 해야 할 일들을 미리 끝내니 고민에서 해방된 평온한 마음으로 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건 마치 숙제를 미리 끝낸 아이의 마음이랄까. 마음의 숙제에서 벗어나니 마음의 여유가 찾아왔다. 행동을 하는 시간을 밤에서 아침으로 바꾸었을 뿐인데 불안은 편안으로 바뀌었다. 



Photo by Milad Fakurian on Unsplash


 새벽에 일어나면 뇌가 재부팅을 한다. 우리도 컴퓨터를 할 때 오래 켜두면 버벅거린다. 그동안 사용했던 프로그램이 엉켜 정교한 컴퓨터 프로그램도 문제를 일으키는 거다. 그럴 때 우리가 하는 행동은 바로 컴퓨터를 재부팅하는 일이다. 껐다 켜면 프로그램 회로가 제자리를 찾고 다시 처음의 백지상태에서 원하는 모든 것을 만들어갈 수 있다. 우리의 뇌도 그렇다. 하루종일 켜있던 뇌도 오래 켜두면 버벅거린다. 머리가 둔해지고 생산성이 떨어진다. 뇌도 재부팅이 필요하다. 가장 즉각적이고 효과가 좋은 건 역시 잠이다. 자고 일어나면 머리가 맑아진다. 꼭 긴 시간의 밤잠만 그런 게 아니다. 잠깐의 낮잠도 효과가 크다. 잠이 왜 뇌를 재부팅하는 걸까. 잠을 자면 글림프 시스템(Glymphatic System)이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글림프 시스템이란 간단하게 말해서 뇌를 청소하는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신경독성을 일으키는 물질인 베타 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을 제거하여 뇌세포 손상을 막는다. 그렇게 말끔하게 쓰레기를 청소한 뇌는 어떤 일이든 최고의 효율로 일을 할 준비가 되어있다. 특히 창조적인 활동을 할 때는 오전에 하는 것이 좋다. 맑은 뇌로 상상의 나래를 맘껏 펼칠 수 있으니까. 


 새벽의 뇌와 한 밤중의 뇌상태가 다름을 절실히 경험한 적이 있다. 예전에 매일 글쓰기를 하거나 한 달 동안 블로그 포스팅 올리기를 했다. 밤 11시 59분까지 글이나 포스팅을 올려야 했다. 평소에는 오전에 하려고 하지만 오전에 하지 못했을 때는 꾸역꾸역 애를 재우고 졸린데도 나와서 글을 썼다. 하루의 미션을 채워야 하니까. 새벽에는 조금만 써도 글이 술술 써지는데, 밤에 쓰는 날은 정말 글이 써지지 않았다. 머리가 멍하고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집중이 안되니 자꾸 딴 길로 빠지기 일쑤였다. 그렇게 글을 쓰면 늦게 자니까 늦게 멍하고 둔한 뇌상태로 일어났다. 그러니 아침에 또 글이 써지지 않았다. 계속 밤에 글을 쓰는 나날이 이어졌다. 이 악순환을 끊기 위해 하루는 깔끔하게 글쓰기를 포기했다. 그리고 새벽에 글을 썼다. 그러니 다시 머리가 맑고 글이 잘 써졌다. 




Photo by lauren lulu taylor on Unsplash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행복해야 한다. 부모의 행복한 모습을 보면서 아이도 행복한 아이로 자라나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이가 불행하지 않고 행복하길 바란다. 인간은 기본적 욕구가 충족되었을 때에 상위 목표를 추구하듯이 행복은 잘 먹고, 잘 잘 때 찾아온다. 지금 부모의 모습을 보면 다들 피곤에 절어있다. 나도 그랬다. 피곤하니 애한테 화를 내고 화를 내니 또 불행했다. 하고 싶은 일들, 해야 할 일들을 못하니 마음이 편한 날이 없었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고 잘 잤다. 밤늦게까지 핸드폰이나 TV를 보면서 노는 게 아니라 아이 잘 때 같이 자고 아침에 맑은 정신으로 하고 싶은 일을 했다. 그러니 행복해졌다. 자기 행복은 부모가 가장 갖춰야 할 덕목이다. 간단하게 행복을 찾는 법은 역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거다. 일찍 일어나서 명상, 글쓰기, 독서, 운동만 해야 하는 건 아니다. 깨끗한 뇌로 뭐든 해도 된다. 밤동안 하고 싶었던  핸드폰이나 TV를 하는 것도 좋다. 새벽에 일어나서 핸드폰을 하면 그렇게 정신이 또렷할 수가 없다. 집중도 더 잘된다. 이거야말로 잠과 즐거움 두 마리 토끼를 다 얻은 것이 아닌가!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만 잡는 게 아니다. 일찍 일어나는 행복도 잡는다. 노는 시간을 밤에서 새벽으로 바꾸는 것. 그것이 행복의 시작이다. 











Photo by Milan Vishwakarma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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