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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멋진엄마재송 Apr 28. 2023

나를 사랑하는 방법

아주 작은 습관을 만들어 지속하고, 작은 성취라도 기뻐하며 나를 칭찬하기

 사랑을 잘 모르겠다. 보통 부모에게 받은 사랑을 다른 사람에게 준다고 하는데, 그 사랑을 주지를 못하겠다. 받은 게 없으니까. 나를 어떻게 사랑할 수 있을까. 나를 사랑한다는 건 뭘까. 상담, 독서, 명상, 운동, 글쓰기가 내 삶을 구렁텅이에서 꺼내줬지만, 평생 가지고 살아오던 나를 사랑하지 않던 것을 사랑하는 것으로 바꾸기는 아직 부족한가 보다. 물론 예전보다 나를 사랑하긴 한다. 그건 분명하다. 그런데 부족하다. 내가 어떤 짓을 해도 온전히 나를 이해해 주고 지지해 주고 또 사랑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왜 그럴까 고민했다. 많이 노력하고 있는데 왜 크게 나아지지 않는 걸까. 내 답은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너무 사랑하지 않는 삶을 살아왔기에 나를 그냥 존재 그 자체로 사랑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거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동안 나를 온전히 사랑하는 일이 오래 걸린다는 걸 인정하지 못했다. 분명 여러 활동을 통해 예전보다 나아졌지만 "완전히 나를 사랑하지 않으니 이건 잘못된 거야"라고 생각하며 내가 지금까지 한 행동을 부정하고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곤 했다. 그리고 아무것도 안 하는 내가 한심해 보이고 그로 인한 우울감이 극치에 다다르면 다시 활동을 시작한다. 뭐든 처음에 습관을 들이는 것이 힘들다. 습관을 들이는 일은 대리석에 길을 내는 것과 같다고 한다. 나는 대리석을 조각해 본 경험이 없다. 당연히 힘들 것이라고 생각해서 처음부터 시도조차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게 한 번도 시도조차 해보지 않은 그 힘든 일을 하는 게 습관을 만드는 과정이다. 







 이미 빠르고 편하고 습관이 되어버린 일이 있는데 다른 습관을 들이는 것은 어찌 보면 너무나도 비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다. 너무 많은 에너지가 드니까. 게다가 뇌의 저항도 만만치 않다. 자꾸 이런저런 핑계를 만들고 괜히 생각을 하게 만들어서 시도하지 않도록 만든다. 현재의 삶에 안주하도록, 다른 행동을 하지 않도록. 뇌는 에너지를 아껴야 하니까. 지금까지 습관을 들이려고 노력한 세월이 있다. 내가 달라지기로 결심한 건 엄마가 되었기 때문이다. 2017년 지독한 육아우울증을 치유하기 위해 습관을 들이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지금 첫째 딸이 8살이다. 만 5세. 5년 동안 습관만 들이려고 노력했다. "꼭 이렇게까지 살아야 하나. 다른 사람들은 다 편하게 사는데."라는 마음이 들면 그냥 놓아버리고 안 한다. 그러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삶을 살면 계속 "이러면 안 되는데"하는 마음이 들어 불안했다. 작은 성취를 매일 이루던 때의 만족감이 너무 커서 행복했기에 무료하고 무의미한 생활에서 성취를 통해 활력을 얻고 싶었다. 그러니 자꾸 다시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하다가 힘드니 또 포기하기 일쑤였다. 


 왜 그럴까. 너무 거창한 목표를 추구했던 건 아닐까? 사람은 목적과 목표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 목표가 너무 거창해버리면 시도도 하지 않고 포기해버리고 만다. 현재의 내가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알기 때문이다. 내 이상은 에베레스트 꼭대기인데 나는 에베레스트 근처는 커녕 아직도 한국에 있다. 어떻게 도달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그러니 심적으로 포기해버리지 않도록 아주 작은 목표를 세우는 게 중요한데 내가 그걸 못한다. 한번 계획을 세우면 아주 거창하다. 그리고 안 한다. 속으로는 "이건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거야"라고 생각하면서. 그래서 그동안 습관을 들이려고 고생했던 방법을 버리고 새로운 방법을 선택하기로 했다. 아인슈타인도 말하지 않았는가 "어제와 똑같은 삶을 살면서 다른 내일을 바라는 건 정신병 초기 증세다"라고. 지금까지 했던 건 나를 몰아세우는 방법이었다. "꾸준히 하려면 66일 동안 한 번도 빼먹지 않고 다 해야 해!!!!!!!!!!"라고 스스로에게 말하고 한 번이라도 빠지면 다시 원점인 1일 차로 돌아갔다. 대충 하는 건 횟수로 포함시키지 않았다. 내가 계획한 활동 모두를 계획한 시간만큼 해야 했다고 인정했다. 누가 완벽하게 잘했다고 상을 주는 것도 아닌데.







 이제 방식을 바꿔본다. 분명 습관을 만드는 66일 동안 모든 일을 계획한 대로 계획한 분량과 시간만큼 다 할 수는 없다. 한다고 해도 그건 엄청난 노력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내가 하고 있는 기적의 아침(흔히 말하는 미라클 모닝)은 총시간만 3시간 30분이다. 시각화, 양치, 물 마시기, 차 마시기, 15분 모닝페이지, 5분 아침저널, 10분 폼롤러 스트레칭, 10분 명상, 1시간 글쓰기, 50분 운동, 30분 블로그 글쓰기, 5분 독서를 하는 계획이다. 그래서 새벽 4시에 일어나도 7시 30분이 넘어서야 끝이 나는 고행이라면 고행이다. 게다가 그렇게 달리는데 중간에 쉬는 시간도 없다. 하다가 힘드니 자꾸 딴 길로 빠지곤 한다. 게다가 마지막 운동이랑 블로그 글쓰기 및 독서는 하지 못하고 시간이 지나버려 어쩔 수 없이 마감을 한다. 애들 아침밥 먹이고 학교랑 유치원에 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다 하지 못하니 "그러니까 딴짓을 하지 말고 했어야지", "시간이 부족했으면 더 일찍 일어났어야지", "그것도 못하니 한심하다"라고 속으로 말하며 스스로를 몰아붙인다. 이러니 나를 사랑할 수가 있나. 나와의 약속인 나의 계획조차 지키지 못하는 사람인데.


 그러니 나는 이제 플랜 B를 만든다. 내 기적의 아침은 3시간 30분 짜리지만, 여러 상황이 생기면 각각 1분만 해도 인정이라고. 그리고 더 이상 나를 원망하고 자책하지 않기로. 속으로 또 책망하는 마음이 올라오면 


"얘(나의 뇌) 또 이러네, 나 이 정도면 잘한 거야. 너무 열심히 하면 또 포기하잖아. 그러는 것보다는 그냥 짧게라도 지속하는 게 에너지가 덜 들걸? 그러니 너도 이제 나 방해하지 말고 네 삶을 살아. 그럴 수도 있지. 나 잘했어. 충분히 잘했어. 이 정도면 충분해. 그러니 괜찮아."


 라고 나의 뇌에게 말해주는 거다. 

 변화가 두려워 온몸으로 저항하는 뇌에게.

 그리고 그 뇌의 말에 흔들리는 나에게. 


 


 




Photo by Amy Shamblen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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