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즐 issue N°2 - 3
"뱅상 마에의 작품에는 일상의 장면들이 유머와 함께 우아한 표현 속에 녹아있다. 그의 그림은 깨끗한 선과 선명한 색상으로 구성된 혼합체이다. 그의 그래픽 스타일은 짓궂지만 간결하고 우아하다. "
창 밖으로 보이는 꿈 꾸듯이 아름다운 뉴욕의 전경을 뒤로하고 고요한 욕조 속에서 한 여자가 잠겨 있다. 그녀가 바라보고 있는 (가상) 현실은 어떤 모습일까? 상상을 자극하는 구성과 세밀하게 표현된 석양의 색감, 마천루의 묘사가 뱅상 마에 특유의 만화적 화풍과 어우러지며 강한 대비와 함께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을 만들어 낸다.
비핸스에서 접한 것에 비해 뱅상 마에의 작업은 스펙트럼이 참 넓다. 파리 중심의 출판 작업은 물론, 리옹 오페라하우스와의 작업과 뉴욕, 도쿄 기반의 국제적인 클라이언트들과의 작업도 다수다. 뱅상 마에는 적절한 자랑과 겸손을 섞으며 그 간의 프로젝트와 작업물을 끝없이 꺼내 보인다. 작업실 한쪽 벽면을 채우고 있는 선반이 모두 그의 공간이 아니길(?) 마음속으로 바라며 인터뷰를 이어간다.
일러스트레이터로서 그의 성취도 꽤 인상적이었지만,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그의 작업 방식이 지극히 아날로그적이란 것이다. 꺼내 보인 작업물 중 스케치북은 탐이 날 정도인데, 최종 인쇄물과 큰 차이 없는 완성도의 채색된 스케치가 빼곡히 채워져 있다. 특히 가족 여행 중에 그린 스케치는 그의 감성과 지역적 특성이 잘 살아있는, 하나하나가 여행 화보에 나올 법한 근사한 작품이다. 여행 중에 이러한 수준의 그림을 그리려면 시간이 꽤 걸릴 듯한데, 가족들이 양해를 해주는 걸까? 혼자만의 시간이 부족한 두 딸의 아빠는 그저 부럽기만 하다.
뱅상 마에의 작업은 대부분 인쇄물로 세상에 선보이게 된다. 그래서인지 디지털 작업도 인쇄 공정에 맞춰 진행하는데 이 부분이 굉장히 신선하다.
그는, 컴퓨터 화면에서 생성한 RGB 색상을 4도(CMYK) 분판 인쇄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사용될 인쇄 색상을 레이어로 생성하여 각 영역에 맞는 그림을 그린다. 그리고 이를 컴퓨터에서 인쇄와 동일하게 감산 혼합하여 시뮬레이션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한다. 이유를 물었더니 제한된 팔레트를 사용하는 본인의 스타일에 맞는 별색을 지정하여 좀 더 정확하고 효과적인 색감 표현하기 위함이라고 답한다.
모든 산업이 컴퓨터 기반으로 전환되면서 우리가 하는 일의 대부분이 툴(프로그램)에서 제공하는 기능에 맞춰지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결국엔 누가 해도 결과는 비슷해지는 환경. 각자의 개성을 잃어가는 시대에 대한 우려와 대처 방법에 대해 생각할 여지를 주었다는 점에서 그와의 만남이 더욱 고맙다.
[핀즐이 펴내는 매거진 일부를 발췌 및 수정하여 브런치에 발행합니다. 아티스트의 특별한 이야기와 매력적인 작품들을 핀즐과 함께 경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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