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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훈 Feb 13. 2024

천 원짜리 빵

연휴가 끝나고 직장인들이라면 누구나 가장 피곤하게 느끼는 첫 출근 날이다. 설 연휴는 차례상 준비와 함께 모인 많은 가족들이 먹어야 할 식사 등 다른 때 보다 비교하기 힘든 음식을 마련해야 하고 특히 장거리 운전, 다양한 지인 모임의 참석이나 가족에 대한 용돈이나 선물 마련 등으로 육체적 경제적 어려움이 어느 때보다 다. 특히 찾아봬야 할 곳도 많고 졸업과 입학이 비슷한 시기에 맞물려 있기도 해 추가적이라고 해야 하나 다른 명절 연휴에 비해 소요되는 가계지출이 절대적으로 다.

또한 경제성장률이 둔화되는 시점에서 최저 임금상승에도 불구하고 월급제 직장인들의 경우에는 임금인상폭이 크게 줄어 특수 업종을 제외하고는 경제적 박탈감이 들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 된 것도 원인이다.

이같이 경기 부진으로 급여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데에는 물론 코로나와 인플레이션이 한몫을 했다. 특히 코로나시기에 급등한 원자재가격으로 앵겔지수가 만만치 않게 증가도 했다. 여기에 외식비용과 경조사비는 급격한 증가는 가정 경제를 위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즘 웬만큼의 부조금을 가지고 결혼식 등 각종 경조사 참석하기가 불편하다는 이들이 많다. 외식비의 증가는 결혼 피로연 음식 값의 증가와도 맥을 같이 하고 있다. 따라서 직장인들의 경우 결혼식 하객으로 초대받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울 정도다.


이러한 부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출근하는 첫날 출근 지하철에서 내려 지하상가를 지나는데 오늘 만든 빵 무조건 1,000원이라는 문구가 눈에 확 들어온다.

“대체 저 천 원짜리 빵을 몇 개나 팔아야 하루 기본 일당이 될까!”

하루 최저 시급이 9,860원이라면 8시간을 기준으로 1인 기준 대략 8만 원 정도가 되는데 거기에 밀가루를 반죽하고 빵을 굽는데 드는 전기 수도료와 원재료인 밀가루 및 소금 가격, 운반비용, 점포임대료와 감가상각비 등이 적용되면 도저히 답이 나오질 않기에 말이다. 반갑기는 하지만 안타까운 마음이 더 크다. 경기 부진으로 소비가 크게 둔화되면서 상가의 공실률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도 저런 상품을 쏟아내게 한 원인이지 싶다.

인건비 8만 원만 하더라도 1000원짜리 80개를 팔아야 지급할 수 있지 않은가!

그건 그렇고 천 원짜리 빵을 보면서 갑자기 초등시절이 불연 듯 떠오른다. 그때는 워낙 밥 밥 하던 때라서 빵을 먹는 것이 흔하지 않았고 그래서인지 빵에 대한 과한 몰입이 있었다. 물론 빵값이 밥값 보다 더 비싸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어느 날 아침 식사 때였다. 무슨 명절 다음 날이었는지 몇 백 원의 용돈이 주머니에 있었고 아침식사 때부터 빵을 먹고 싶다고 떼를 쓰다가 겨우 허락을 받아 1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학교 앞 문방구까지 달려가 빵을 사다 먹었다. 팥이 들어 있는 그 빵은 보름달이었는지 팥빵이었는지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정말 빵이 가져다주는 행복감과 단맛에 홀딱 빠졌던 때가 있었다. 그 빵을 먹으면서 엄마에게 밥 대신 이 빵을 쭈욱 먹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한 듯하다.

지금이야 빵을 먹으면 속도 더부룩하고 불편하지만 그때는 빵 속의 크림이나 팥의 달콤함이 주는 행복감이 컸다.

알고 보면 유통기한을 지키지 않는 판매점 덕분에 어느 날은 곰팡이가 핀 빵을 멋모르고 집어삼킨 기억도 있는데 사회가 발달하고 소득 수준이 높아진다는 것은 이런 일련의 모든 프로세스가 함께 업그레이드되어야 한다는 것도 나이가 들어서나 알게 된다.  

지금 갑자기 전력공급이 중단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아찔한 생각이 든다. 얼마나 많은 노동력이 투입되어야 할 것이며 노약자 어린이가 있는 집은 정말 비참한 삶을 영위할 수밖에 없다. 특히 아파트 거주 가구의 경우에는 더욱더 말이다.

아침 출근길 천 원의 빵을 보면서 별의별 생각을 다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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