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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훈 Feb 27. 2024

불과의 관계 그리고 사주

초등학교 때부터 저녁 먹을 시간 언저리가 되면 방을 쓸고 그런 다음 마당을 쓸었다. 여기 마당에는 토방에서 이어지는 마당과 대문 밖 마당을 아우른다. 무슨 종교의식이라도 되는 냥 마당을 쓸고 가마솥에서 물을 두 바가지 떠 세숫대야 담아가지고 수돗가로 가서 세수를 하고 발을 씻었다. 그런 다음 가족들과 함께 옹기종기 밥상에 둘러앉아 저녁을 먹었다. 어느 때는 저녁에 씻을 물을 데우기 위해 볏짚으로 아궁이에 불을 땠다.

아버지는 저녁밥상에 함께 한 것도 같기 그렇지 않으신 것 같기도 하다. 대부분 술에 취해 있거나 아직 귀가하지 않은 상태였다. 오늘 같이 보름 날 이후의 날도 밤길은 훤했으므로 아버지가 일찍 귀가하셨을 리 만무하다. 저녁을 먹은 후에는 별반 다른 할 일 없을 때도 있었는데 그 당시에는 많은 이가 라디오 주변에 둘러앉아 저녁 8시 30분 정도까지 라디오를 청취다는 기억도 있다. 밤늦게 쥐불놀이 출정식이라도 있는 날이면 그렇게 깨끗이 씻은 몸에서도 불 냄새가 났다.

그러고 보면 취사용으로 불을 때거나 들판에서 볏짚에 불을 놓거나 하여튼 어릴 때부터 불과 함께 지냈던 시간들이 많았던 것 같다.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는 자취를 했으므로 연탄불과 곤로 불과도 계속 관계를 이어갔다.


나의 사주에 불화가 2개씩이나 있는데 불과 친해도 너무 친하다. 지금은 주방 인덕션과 친하게 지내는 것 같고, 사람이 무언가로부터 떨어지고 싶다고 그렇게 쉽게 분리되어 나가는 것은 아닌 듯싶다.

부모님에게 효도하는 방법에 대해 아마도 당시에는 샘에 가서 양동이로 물을 떠다 쇠솥에 붓고 그런 다음 짚불로 데워 식사를 준비를 할 때 편리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듯싶다.


살다 보면 모든 게 연습이고 보면 간혹 너의 성격이 너무 여리다 하는 것도 이때부터였는데 돈을 벌라 하고 강한 성격을 가지라 하고 이제 와서 나에게 요구하는 것은 무리이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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