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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훈 Feb 28. 2024

장가보내는 날

사위가 조용하다.

사물의 움직임도

동물의 움직임도

사라지고

나무가 숨 쉬는 소리조차

감추어져 있다.


귀를 집중하고

아이들의 소리

찾아도 들려오는 것은

고드름이 녹아 떨어지는

소리만 털썩하고

들릴 뿐이다.


흰 눈이 덜 녹은

초가지붕 처마에

햇볕 내리쬐는

소리가 환청같이

귓가를 맴돈다.

땅바닥에 귀를 대면

커다란 앞발을 가진

땅강아지가 땅을 파는 소리가 들릴까?     


그런 낮에

회갑연이 열리나

혼례식이 열리나

무엇인들 어떠하리

겨울바람 잠든 날엔

아이들의 마음에도

청사초롱이 켜지고

입가엔 기름을 칠한 듯할 테니까

  

오랜만에

양복과 양장이

흔하게 보이고

마차만 간혹 지나 던 그 길에

색 테이프를 주렁주렁 단

그린 색 포니 택시가 줄지어

들어선다.     


하하하

오랜만에 그 집 할아버지의

지갑 열리는 소리     

한낮의 자동차 소리 보다

더 크게 들리는 지갑 여는 소리     

그 소리에

돼지 멱따는 소리가

허공을 가르며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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