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 번 정도 본가에 방문을 하는데 5월에는 어버이날 즈음하여 딸아이를 데리고 본가를 찾았다. 딸아이가 바쁘니 함께 가는 일도 쉽지 않다. 그날 처음으로 우리 집에 제비가 집을 짓는 것을 보았다. 암수 한쌍이 자기들이 낳을 알을 부화시키기 위해 인근 논에서 흙과 볏짚가락을 물어다 열심히 벽구석 상단에 집을 짓고 있었다.
붉은 벽돌집에 제비집이 어울릴까 생각도 했지만 제비들이 짓겠다고 하면 충분히 기쁜 마음으로 받아 줄 마음을 가졌었다. 물론 내 집도 아닌데 나의 그런 생각이 얼토당토않다. 그동안 한 번도 우리 집에 제비집이 만들어진 적이 없음으로 무슨 상서로운 일인 것 마냥 생각이 들기도 했기에 말이다.
그러면서 알은 낳았을까?
노란 입을 가진 새끼들은 몇 마리나 생겼을까?
바닥에 똥받이 받침대라도 붙여줘야겠다는 등의 기대감 높은 상상을 하기도 했다. 그러고 얼마 후인 6월 중순 마늘을 캐기 위해 본가를 찾았는데 웬걸 제비집 짓기 공사는 중단되어 있었고 제비들은 보이지 않았다. 집이 미완인 채로 가운데 안쪽으로 휘어져 있다.
아무도 살지 않고 정상범주의 크기를 갖지 않은 제비집은 황폐화되었다고 해야 하나 묘한 안타까움이 든다. 집이 역삼각형으로 지어져야 하는데 붉은 벽돌에 붙여진 제비집은 가운데 부분이 안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보통은 흙집에다 제비집을 지으면 흙이 물기를 빨아들여 빠르게 건조될 수 있는데 붉은 벽돌집은 제비가 흙을 물어다가 쌓는 동안 여전히 물기의 증발이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흙집에 비하여 건조되지 않고 무른 상태가 더 오래 지속되면서 가운데 부문이 안쪽으로 무너져 내린 듯 보인다.
아쉬워라 모처럼 우리 집에도 제비집이 생기나 보다 했는데.
그래서 옛날식 벽체를 가지고 있는 옆집을 가보니 천장 서까래를 받치는 들보 좌우에 두체씩 제비집이 있다.
몇 해전에는 에어컨 실외기 위에 놓인 화분에 비둘기가 알을 낳고 새끼가 부화하기도 했었는데 동네 근방을 날아다니는 황조롱이가 채어 갔는지 새털만 한가득 남아 있기도 했다.
비둘기와 제비 물론 우리 것이 아니지만 왠지 나의 것일지도 모른다는 행운을 가져다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그러고는 길조를 점치기도 했다.
그들은 그들의 것이고 황조롱이가 잡아간 것이나 제비집이 안쪽으로 무너져 내린 것이나 모두가 자연 현상이고 자연은 무수한 결과물을 생성하고 소멸시키는 데 우리는 생성된 것만을 길조라 여기는 듯하다. 나의 아이도 내 것이 아닌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