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공항 가는 길을 보면, 주인공 김하늘이 이런 말을 한다.
사람과 헤어질 때 힘든 것도 모자라, 일과 헤어질 때마저 이렇게 아플 일인가.
동종업계에서 일하는 친구가 말했다.
“마음을 주지 않으면 돼
내 것 아니고 그냥 지나가는 프로그램 중에 하나라고 생각해”
그런데 그게 안됐다
매번 마음을 쏟고, 이렇게까지 하는데 몰라준다고 답답해했으며 선의의 피해자인양 굴었다.
지금 생각하면 많이 부끄럽다
바라지 않는 걸 해놓고서 알아달라고 떼쓰는 건 어린 아이나 할 법한 행동 아닌가.
어쨌거나 내 식대로 온 맘을 다 썼으니 헤어짐의 순간이 유독 텁텁했다.
마음을 준 나는 힘들고, 그 마음이 거북한 상대방은 빨리 헤어지길 바랐을 것이다.
마지막 방송을 마치며 나는 인사할 곳이 없었다.
라디오 작가라는 직업이 ‘프리랜서’ 이니까 당연한 일이겠지만
10년간 한 방송사에 출퇴근하던 나는 오래된 친구에게 절교당한 기분이었다.
남들이 보기엔 너무 유치하고 치졸한 기분일까?
한 여름, 아침 방송을 마치고 나면 정오를 향해가는 볕은 지나치게 뜨거웠고
마지막 날도 마찬가지였다.
반쯤 눈을 감은 채 터덜터덜 주차장으로 걸어가면서,
받을 사람 없는 인사를 속으로만 중얼거렸다.
반은 욕이고 반은 고마움인 그런 말
아니, 그래도 조금 착한 척을 하자면
49%는 욕이고 51%는 고마움인 그런 말...
차 문을 열고 시동을 걸자, 다시 한번 실감이 났다.
눈을 감고도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은 이 곳.
당분간은 볼 수 없겠구나.
뜨겁게 달궈진 차 시트를 탓하며 두 눈에 올라온 뜨거운 기운을 눌렀다.
"집에 가자"
자못 발랄한 내 목소리가
방송사 로고 위를 방황하다 부서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