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삶의 전부다
단조로운 내 삶에서 인생을 찾기
드라마 <나의 해방 일지>에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장례 치르는 장면이 나온다. 자식들은 특히 첫째는 하염없이 울고, 둘째는 울어야 할 때 울며, 셋째는 소리 없이 울음을 흘린다, 강물처럼. 그렇게 장례를 치르고 어머니를 뺀 네 가족의 삶이 나온다. 힘이 없고 무기력한 모습과 더불어 죽음에 대해 울다 웃으며 하는 평범한 대화.
어머니가 적당한 때에 가셨다는 친구의 말에 둘째는 적당한 때란 없다고, 할아버지는 80세가 되던 해에 더 살아야겠다고 했다며 이야기한다. 그렇게 울다 웃기를 반복한다. 그리고 셋째는 드디어 회사에서 싸웠고 첫째는 남자 친구에게 청혼을 한다. 울다 웃으며 하는 평범한 대화.
그 장면을 보며 인물들과 같이 눈물을 흘리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직 내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진정이 되었다. 그런데 강의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런 게 삶이다.'
특별한 게 있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지금의 삶에 무엇인가가 빠졌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연애일 수도 있고 결혼일 수도 있으며 돈이 될 수 있고 추상적으로는 목표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SNS에는 행복한 사진만 올린다고 한다. 세상을 바라볼 때 내가 SNS 쳐다보듯 나 빼고 행복한 사람들이 가득한 세상으로 인식했다. 연인과 장난치며 걸어가는 사람을 보면 '난 혼자인데...' 생각했고 친구와 나란히 서서 걷는 사람을 보면 '지금 난 혼자인데...' 했다. SNS를 안 하면 뭐해... 세상을 SNS로 보는데...
그래서일까. 그것들은 내게 다가오기는커녕 도망가기 바빴고 죽음이라는 공포가 다가왔을 때, 난 공포에 짓눌렸다. 그리고 내가 아프기 시작했다.
아프기 시작하면서 단조로운 삶을 보낸다. 아침에 하는 모임에 참석하고 그것이 끝나면 걷기 운동을 한다. 한 시간 동안 걷는 게 끝나면 밥을 먹으며 땀을 식히고 그다음 샤워를 한다. 안마 의자에 앉아 낮잠을 자고, 깨면 간식을 먹으며 수업 준비를 한다. 그리고 출근과 퇴근.
규칙이 있고 정형화된 삶을 원했는데 뜻하지 않게 그렇게 보낸다. 그리고 아주 오랜만에 과외도 없이 여유를 만끽한다.
이런 게 삶이다. 무엇인가가 빠져 있는 삶이 아니라 이것이 전부인. 죽음이 다가오면 드라마 속 인물들처럼 울다 웃을 것이다. 울겠지. 마음 아파 매일 울겠지. 그리고 가끔은 웃을 지도. 이게 인생이다.
문득 난 지금 인생이라는, 삶이라는 것을 보내고 있단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