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는 두 계절을 산다. 대체적으로 늦게 일어나고 늦게 출근하니까 서서히 뜨거워지는 날씨를 느끼기보다는 대낮의 뜨거운 기운을 느낀다. 그래서 오늘은 반팔은 입고 남방은 가방에 넣었다. 그런데 퇴근할 때가 되면 더위는커녕 추위가 몰려온다. 가방에 넣었던 옷을 다시 꺼내 입는다. 혹자는 시원하다고 할 수 있는 날씨지만.
어느 누군들 두 계절을 함께 보내지 않을까. 회사원은 아침에 출근해 서늘한 기운을, 저녁에 퇴근할 때 더운 기운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 둘은 일치할 것이다. 아침에도 덥고 저녁에도 더운. 그러나 그때에도 강사인 나는 낮에 더운 기운을 느끼고 밤엔 말 그대로 서늘한, 대낮보다는 시원한 기분을 느낄 것이다. (말하고 보니 아침에 출근하는 회사원과 다를 바가 없잖아!)
그래서 강사는 남들보다 한 계절이 늦다. 다들 반팔 입을 때 혼자 반팔에 긴 팔까지 가지고 다니니까. 초보 강사 시절에는 퇴근할 때 날씨가 다르다는 걸 몰랐다. 그래서 낮에 더운 기운만 기억하고 얇은 옷만 입어서 퇴근할 때마다 벌벌 떨었다. 그때마다 배테랑 선생님들의 스카프를 보게 되었다. 목을 보호하는 데도 좋지만 온도를 지키는 데에도 탁월하니까. 그러나 애석하게도 난 스카프와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었다. 까먹어서 스카프를 제때 못 차기도 하고 치렁치렁한 것을 가방에 쑤셔 넣어 꾸깃꾸깃해지기 일쑤니까.
옷을 살 때 늦은 퇴근은 장점이 된다. 옷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 남들보다 늦게 움직여도 여유가 있게끔 하니까. 게다가 늦게 사서 싸기도 하다. 그렇지만 잘못하면 원하는 옷이 들어가 버릴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며칠 전에도 엄마가 옷 좀 사라고 하도 이야기해서 옷을 사러 갔다. 딱 한 벌 있는 티셔츠를 할인된 가격에 샀다. 이 맛이지~
두 계절을 사는 나는 매번 걸칠 옷을 고민한다. 어차피 결정은 그게 그거면서. 그리고 밤엔 맑은 하늘을 본다. 여름의 밤하늘은 겨울보다 투명하다. 오늘도 그날을 기다린다.